▶전주어울림국민체육센터의 모든 프로그램은 스트레칭과 걷기를 먼저 한다.
전주어울림국민체육센터 가보니
2018년 11월 전북 전주시 덕진구에 들어선 전주어울림국민체육센터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려 소통하고 운동하는 장애인형 다목적 체육시설이다. 지하 1층, 지상 2층 연면적 4528㎡ 규모로 1층에는 론볼링(잔디볼링)장이 있고 2층에는 다목적체육관과 체력단련실, 다목적 홀, 전북장애인체력인증센터 등이 있다.
전주시설관리공단이 시설관리와 비장애인 프로그램을 맡고 전주시장애인체육회가 보치아, 탁구, 농구, 좌식배구, 배드민턴, 요가, 생활체조 등 다양한 장애인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전북장애인체력인증센터는 장애인의 나이와 장애 유형별 건강 체력을 측정해 맞춤형 운동을 처방하고 있다.
9월 26일 찾은 체력단련실에는 근력운동과 유산소운동을 할 수 있는 다양한 운동기구가 마련돼 있었다. 근력운동 기구에 달린 의자를 옆으로 제치면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이용할 수 있었다. 높이나 무게 조절이 어려운 기구는 운동 지도자가 옆에서 도와줬다.
다목적체육관으로 들어가자 가운데 펼쳐진 대형 가림막이 눈에 띄었다. 유상욱 전주시장애인체육회 팀장은 “장애인은 운동 반경이 비장애인보다 좁기 때문에 가림막으로 공간을 나눠 두 가지 프로그램을 동시에 진행한다”며 “전체 체육관을 써야 할 때는 가림막을 말아 올리기만 하면 돼 다른 체육관들도 벤치마킹(본따르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림막으로 나뉜 체육관 한쪽에서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공을 던지고 있었다. ‘전북 장애인 생활체육 보치아 동호인리그 대회’가 진행 중이었다. 장애인 스포츠의 하나인 보치아는 표적구에 공을 던져 표적구에 가까운 공의 점수를 합해 승패를 겨루는 경기다.
▶오형록 지도자(가운데)가 황한솔 씨의 걷기 자세를 교정하고 있다.
▶전주어울림국민체육센터 1층 론볼링장에서 론볼링을 즐기는 모습│전주시장애인체육회
체계적 맞춤 지도에 실력 쑥쑥
다른 쪽에서는 다양한 나이대의 7명이 배드민턴 수업을 시작하려는 참이었다. 20~30대 청년 4명은 발달장애인이었고 50대 여성 3명은 그들의 보호자였다.
이들은 먼저 스트레칭을 끝낸 뒤 한 줄로 서서 걷기 시작했다. “시선은 앞을 바라보고 걸을 때 발뒤꿈치부터 닿아야 해요.” 오형록 지도자는 황한솔(31) 씨에게 다가가 목 뒤를 손으로 눌러줬다. “장애를 가진 이들은 자세가 안 좋아서 척주전만(앞굽음증)이나 후만(뒤굽음증)인 경우가 많아 자세에 신경 쓰며 걷도록 돕고 있습니다. 한솔 씨는 자세 교정으로 예전보다 거북목이 많이 들어갔어요.”
본격적으로 배드민턴 수업에 들어가자 차윤영(28) 씨와 어머니 송영래(58) 씨가 한 조가 돼 오 지도자가 높게 띄운 배드민턴공(셔틀콕)을 받아쳤다. “팔을 꺾으면 안 되고 쭉 때리세요.” 아들보다 배드민턴 실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송 씨가 오 지도자의 지적을 받곤 했다.
다음 조와 교대하자 차 씨는 김민석 지도자 앞에 놓인 반원형의 보수볼(bosu ball) 위에 올라갔다. 흔들리는 공 위에서 균형을 잡는 과정에서 몸의 중심(코어)과 발목 근력을 강화한다. 김 지도자는 “균형 잡기에 더해 근력운동을 같이하면 좋다”고 말했다.
오 지도자는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이들은 돌발 행동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무리하게 운동을 시키지 않고 적절한 휴식을 통해 집중력을 유지하도록 진행한다”며 “지적장애나 발달장애를 가진 이들을 가르칠 때는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보다 여러 번 반복해 완벽히 익숙해진 뒤에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송 씨는 “아들이 주간보호센터에서 2년 넘게 배드민턴을 배웠는데 여기서 5개월 정도 배운 실력이 훨씬 많이 늘었다”며 “단체 수업이 아닌 소그룹으로 각자 실력에 맞게 체계적으로 배워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2018년 11월 문을 연 전주어울림국민체육센터 전경│전주시설관리공단
신체 활동 부족해지자 엄마들이 나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주간보호센터의 외부 활동이 없어지다시피 할 정도로 줄어들자 보호자들은 직접 아이들과 함께 운동을 시작했다. 노상호(28) 씨의 어머니 임은희(55) 씨는 “아이들의 신체 활동이 부족해 엄마들끼리 의논한 끝에 우리가 밖으로 데리고 나가자고 뜻을 모았다. 엄마들 나이가 만만치 않고 아이들은 한창때라 많이 힘들다. 그래도 우리가 더 나이 먹기 전에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경험시키고 싶다”고 했다.
볼링장에 가면 신발 신는 장소부터 옆 레인에서 공을 칠 때는 기다리는 기본예절까지 하나씩 다 가르쳐야 한다. “늙은 엄마들이 다 큰 청년들을 가르치니까 희한한 조합이라고 사람들이 다 쳐다보죠. 잠깐 쳐다보면 괜찮아요. 마치 연예인 보듯이 갈 때까지 쳐다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아이들이 혼잣말하거나 돌발 행동을 하면 깜짝깜짝 놀라기도 해서 조심스러워요.”
대안을 찾던 중 전주어울림국민체육센터를 알게 됐다. 마침 배드민턴 수업이 있어 아이들과 함께 배우기로 했다. 코로나19 전에는 전라북도체육회관 1층 한쪽에 있는 장애인체육회에서 신체 활동을 했지만 전용 체육관이 아니고 공간도 좁아 불편했다.
송 씨는 “아이들이 신체 활동을 즐기는데 여기는 공간이 넓어서 더 좋아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인 씨는 “함께 배우는 엄마들도 만족해서 매주 1시간 30분씩 수업을 더 늘리고 싶은데 체육관 사정이 어렵다”며 아쉬워했다. 유상욱 팀장은 “체육센터를 이용하려는 이들이 많아 어쩔 수 없이 추첨으로 뽑고 있다. 지금 대기하는 팀이 8팀 정도 있다”고 했다.
▶노상호(왼쪽) 씨가 김민석 지도자의 도움을 받아 보수볼 위에서 균형을 잡고 있다.
▶노상호(왼쪽) 씨가 오형록 지도자가 띄운 배드민턴공을 받아치고 있다.
▶대형 가림막으로 나뉜 체육관 한쪽에서 ‘전북 장애인 생활체육 보치아 동호인 리그 대회’가 열리고 있다.
“신청 시 장애인과 어울림 안내했으면”
전주어울림국민체육센터는 배드민턴과 요가처럼 장애인과 보호자가 함께 운동하는 종목을 제외하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이용 시간을 구분해 장애인 이용자의 선택권과 편의성을 높였다. 평일 주간과 토요일에는 장애인이 이용하고 평일 야간과 일요일에는 비장애인이 이용하는 식이다. 유 팀장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운동능력 차이가 커서 구분하지 않으면 비장애인이 공간을 거의 다 쓰게 된다. 또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함께 운동하는 걸 불편해한다”고 설명했다.
인 씨는 “비장애인이 공간을 함께 이용하면 우리 아이들의 특성을 잘 몰라 돌발 행동을 할 때 마찰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처음 신청하는 비장애인에게 ‘전주어울림국민체육센터는 장애인과 함께 이용하는 시설이고 장애인의 특성을 이해하고 이용해야 한다’고 안내해줬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송 씨도 “어릴 때부터 장애인에 대한 이해와 인식 개선을 위한 교육이 이뤄져 그냥 같이 사는 사람들로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고 바랐다.
이들 청년에겐 10년 전 비장애인 또래들과 함께 댄스스포츠를 연습했던 경험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 있다. 인 씨는 “댄스스포츠를 전공한 우석대 친구들이 와서 함께 연습했을 때 정말 좋았다”고 기억했다. “비장애인 또래 친구와 인간관계가 사실 어렵잖아요. 몇 년 동안 연습하면서 여러 이성 파트너와 함께 호흡을 맞췄고 비장애인 또래들도 장애인 친구들의 특성을 이해하게 돼서 참 괜찮았던 프로그램이에요.”
송 씨는 “전국장애인체육대회 정식 종목을 염두에 두고 열심히 연습했는데 채택이 안 되면서 중단됐다. 휠체어를 탄 선수와 비장애인 선수가 한 팀으로 참가하는 댄스스포츠는 정식 종목이다. 휠체어 댄스스포츠팀은 많은데 발달장애인 댄스스포츠팀은 전국에 별로 없다”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종목이 전주어울림국민체육센터에 생기길 희망했다.
글·사진 원낙연 기자
▶전주어울림국민체육센터 체력단련실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운동하고 있다. 근력운동 기구에 달린 의자는 휠체어가 들어가도록 옆으로 제칠 수 있다.
2023년 장애인체육 예산 46억 늘려
이용자 선택권과 편의성 높였다
정부는 장애인의 체육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2023년 장애인 체육 분야 정부 예산안을 2022년 대비 46억 원(5.1%)을 늘린 945억 원을 편성했다. ▲장애인 생활체육 활성화를 위해 시도 생활체육지도자에 대한 처우 개선(기본급 3.0% 인상, 4억 5000만 원 증가) ▲국가대표 선수와 지도자 처우 개선을 위한 국가대표 선수 수당 인상(7만→8만 원) ▲ 촌외 훈련 숙박비 현실화(4만→6만 원) 등을 반영했다. 장애인체육의 저변 확대와 경기력 향상, 어울림 체육 활성화를 위해 장애인체육 종목 리그전도 8억 원 늘려 지원한다.
2019년부터 저소득층 장애인을 대상으로 지원했던 ‘장애인스포츠강좌이용권 지원사업’은 2022년부터 만 19~64세 전체 장애인을 대상으로 확대해 지원하고 있다. 장애인들이 지속적으로 체육 활동에 참여하도록 하기 위해 지원금을 월 8만 원에서 8만 5000원으로 올리고 지원 기간도 2개월 연장해 최대 10개월로 확대했다. 2021년 대비 40억 2000만 원을 늘려 89억 6000만 원(국민체육진흥기금 64억 1000만 원, 지방비 25억 5000만 원)을 투입해 2021년보다 3000명이 늘어난 1만 명을 지원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아울러 코로나19로 변화된 생활체육 환경에 맞춰 온라인 체육 강좌를 늘려 안전하고 다양한 체육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가맹시설도 장애인 전용체육시설, 공공스포츠클럽, 기타 장애인 체육 활동 시설 등으로 확대해 이용자의 선택권과 편의성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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