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뉴스

수출 부진으로 올해 경제성장률이 2%를 위협받고, 8월과 9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일부에서 ‘경제위기’를 거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경제위기와 경기순환 국면에서 불경기(불황)는 구분해야 합니다. 위기의식을 갖고 적극 대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사실과 다른 위기론이 확산되면서 경제주체들의 경제 심리가 더욱 위축돼 불황이 깊어지는 것은 모두에게 해롭습니다.
겨울의 끝자락일 가능성 커
경제에도 사계절이 있습니다. 크게 나누면 봄, 여름에 해당하는 확장기가 있고, 가을 겨울에 속하는 수축기가 있습니다. 경제의 기운, 즉 경기가 최고에 이르렀을 때를 정점, 최악의 시기를 저점이라고 합니다. 1972년 3월 이후 우리나라는 2013년까지 약 44개월을 주기로 한 10번의 순환기를 거쳤습니다. 확장기는 평균 26개월, 수축기는 평균 18개월이었습니다. 그리고 2013년 3월 저점에서 11번째 순환기가 시작됐습니다.
9월 20일 통계청은 11순환기의 경기 정점이 2017년 9월이었다고 발표했습니다. 확장기가 4개월간 이어졌고,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뒤 4개월 만에 경기가 고점을 찍고 하강을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만약 경기가 최근에 바닥을 치지 않았다면, 2019년 9월은 수축기가 24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국면입니다. 겨울의 끝자락일 가능성이 큽니다.

고용률 최고치, 실업률 최저치
극심한 불경기를 경제위기 상황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경제위기라면 “기업이나 은행의 파산이 이어지고 물가, 금리, 환율 등 가격 변수가 급격히 변화하는 등 경제의 불안정성이 심한 상황”을 말합니다. 또는 “생산이 감소하고 실업이 증대하는 등 경제적 어려움이 극심한 상황”(한국은행 특별연구실, <경제위기: 원인과 발생 과정>, 2000년)을 말합니다. 이를테면 1997년 말 시작된 외환위기가 대표적인 경제위기 상황입니다.
한국은행이 올해 새로 추계한 2019~2020년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2.5~2.6%입니다. 잠재성장률이란 한 나라가 보유한 자본과 노동 등 생산요소를 모두 활용해,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최대한 이룰 수 있는 경제성장률을 말합니다. 실제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밑돌 때는 불경기입니다. 올해 상반기 경제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1.9%였습니다. 잠재성장률과 차이가 0.6%포인트에 이르렀습니다. 경기부양책이 필요한 때라고는 할 수 있지만, 일반적인 불황에 가깝습니다. 단시간 고용이 나빠 고용의 질은 떨어지지만, 고용률이 22년 만에 최고치입니다. 실업률은 3.0%로 6년 만에 최저치입니다. 기업 실적이 나쁘긴 하지만, 경제위기 때 일어나는 기업 도산은 없기 때문입니다.
금리 낮고 대출 연체율도 높지 않아
금융 시스템도 위기와는 거리가 멉니다. 금리가 낮게 유지되고 있고, 대출 연체율도 그리 높지 않습니다. 한국은행은 전반적인 금융안정 상황을 나타내는 금융안정지수가 8월 들어 ‘주의’ 단계에 진입했다고 9월 26일 밝혔습니다. 금융안정지수는 한은이 금융안정 상황에 영향을 끼치는 실물 및 금융 6개 부문의 20개 월별 지표를 표준화해 산출하는 것으로 8 미만이면 안정, 8~22는 주의, 22~100은 위기 단계로 분류합니다. 8월 지수는 8.3으로 주의 단계의 초입입니다. 중국 주가와 국제 유가가 폭락했던 2016년 초에도 주의 단계에 진입했다가 얼마 안 가서 안정 단계로 돌아간 바 있습니다.
경기가 여기에서 한 단계 더 나빠져 위기 단계로 접어들지 않고 회복할 수 있을까요? 경기를 후퇴로 이끌어간 게 무엇인지 하나씩 살펴보고 판단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경제 후퇴의 최대 변수가 된 것은 수출의 부진이었습니다.

반도체 2020년 2분기 지나야 회복세
수출 부진은 세계 교역의 위축에서 비롯했습니다. 그동안 세계경제는 국가 간 교역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가운데 성장해왔습니다. 그런데 세계 금융위기를 겪은 2012년 이후 세계경제가 성장하는 만큼 교역 증가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2018년 미국이 중국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며 무역갈등이 본격화된 뒤로, 교역 위축은 훨씬 심해졌습니다. 수출 주도 경제인 독일, 일본과 함께 한국이 수출 감소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달러 표시 수출액은 9월까지도 전년 동월 대비 두 자릿수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수출 감소폭이 큰 것은 한국의 주력 수출품 가운데 하나인 메모리 반도체 경기가 아주 나빠졌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아직 재고가 해소되지 않아서 반도체 경기는 2020년 2분기는 지나야 회복세로 돌아설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전형적인 바닥 다지기 모양새
국내 요인으로는 건설 경기가 나쁘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2014년 하반기부터 2017년 상반기까지 호황을 누렸던 건설 경기는 문재인정부 들어 ‘가계부채 위험’을 관리하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추면서 거품이 꺼지기 시작했습니다. 건설업 생산액이 2018년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0.8% 줄어든 것을 시작으로 2019년 2분기까지 6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했습니다. 2019년 1분기에는 감소폭이 -7.0%까지 커졌습니다. 이에 따라 건설업의 후퇴가 전체 경제성장률을 0.3%포인트 이상 갉아먹고 있습니다. 건설 경기가 바닥을 치려면 앞으로도 시간이 필요하지만, 후퇴 폭은 점차 줄어들고 있습니다.
통계청이 경기 정점, 고점을 판단할 때 무엇을 기준으로 삼을까요? 현재의 경기 상황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동행지수의 순환변동치로 판단한다고 봐도 좋습니다. 이 지수는 4월에 99.2를 기록한 뒤 5월 99.5, 6월 99.4, 7월 99.3, 8월 99.5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전형적인 바닥 다지기 모양새입니다. 미국과 중국은 10월 11일 워싱턴에서 고위급 회담을 열어, 미국은 중국산 상품에 대한 관세 인상 계획을 일부 보류하고, 중국은 미 농산물 구매를 늘리기로 하는 ‘스몰 딜’(부분적 합의)에 합의했습니다. 양국 간 무역협상이 휴전에 들어간 것입니다. 무역갈등이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12월 15일 이전에 해결될 수 있다는 기대를 키웠습니다. 한국 경제에는 한 줄기 서광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정남구 <한겨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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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