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국민이 나라 위해 나서도록 하는 게 보훈 유공자 제대로 예우하면 국민이 나라 신뢰”

보훈은 애국의 출발점이다. 문재인정부는 국민을 통합하고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기제로 보훈을 내세우기로 천명했다. 왜 보훈일까? 국가와 국민에게 보훈이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각자의 자리에서 보훈의 필요성과 가치에 대해 한 번씩 고민한 사람들과 자리를 마련했다.  군대에 입대한 남자친구가 있는 신현주 씨, 독립유공자 후손인 김시명 순국선열유족회 회장, 베트남전쟁 참전용사를 대변할 신동설 고엽제전우신문 발행인, 보훈학자 오일환 한국보훈학회 부회장, 보훈정책 담당자인 최정식 국가보훈처 홍보팀장이 모여 왜 보훈정책이 필요한지, 보훈문화가 우리 사회에 확산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이야기 나눴다.

 

방담 참석자즐

ⓒC영상미디어 

순국선열유족회장 김시명

▶ 김시명 | 순국선열유족회 회장

신동설 | 고엽제전우신문 발행인

▶ 신동설 | 고엽제전우신문 발행인

신현주 | 인천대 무역학부 2학년

▶ 신현주 | 인천대 무역학부 2학년

오일환 | 한국보훈학회 부회장

▶ 오일환 | 한국보훈학회 부회장

최정식 | 국가보훈처 홍보팀장 겸

▶ 최정식 | 국가보훈처 홍보팀장 겸 온라인 대변인

Q 평소 보훈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나?

신현주 사실 보훈정책이라는 단어 자체가 생소하다. 이번에 문재인 대통령이 보훈정책에 관해서 여러 번 언급해 보훈이 국가를 위해 헌신하신 분들을 예우하는 정책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보훈 예우를 받는 사람은 어떻게 구분되는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복지와는 어떻게 다른지 궁금해졌다.

김시명 대다수 국민이 보훈에 큰 관심이 없을 것이다. 보훈 대상자는 보훈정책에 대해 아쉬운 부분이 많다. 보훈 대상자도 여러 갈래로 구분되다 보니 보훈 대상자에 대한 예우가 좀 미흡하다고 생각한다.

신동설 베트남전쟁에 참전한 이들은 자신이 나라의 경제성장에 밑거름을 제공했다는 데 자긍심을 갖고 있다. 베트남에 살포된 고엽제로 인해 병을 얻은 사람이 많다. 고엽제 관련 질환은 국가에서 지정한 것만 19개 정도다. 이들이 겪는 어려움을 국가에서 좀 더 살펴줬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있다.

오일환 보훈정책은 국가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기제다. 국가가 유공자에게 물질적·정신적 예우로 희생자와 유가족을 보호함으로써 일반 국민의 애국심을 북돋는 매개체가 될 수 있는 것이 보훈이다. 오늘날 진정한 국력을 일컬어 ‘스마트파워’라고 한다. 스마트파워는 유형 국력인 ‘하드파워’와 무형 국력인 ‘소프트파워’로 이뤄진다. 국력이 강한 나라는 둘 다 잘 갖춰져 있다. 우리가 경제성장으로 하드파워를 어느 정도 갖춰놓은 지금, 소프트파워를 키우는 데 역점을 둬야 하는 이유다. 국가정책을 수립하는 데 소프트파워의 근간이 되는 것이 상징 정책인 국가보훈이다.

김시명 보훈이 국력의 중요한 요소인 이유가 있다. 위기 상황이 닥쳤을 때 자발적으로 나라를 지켜야겠다고 나서는 국민이 많으면 그 나라는 강해질 수밖에 없다. 국민이 나라를 위해 자발적으로 나설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보훈이다. 나라를 위해 희생한 사람을 제대로 예우하면 자국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높아질 것이다. 국민이 나라를 신뢰할 수 있게 만드는 힘은 보훈에서 나온다. 때문에 무엇보다 보훈을 상위 개념에 둬야 한다.

Q 우리 보훈정책은 어느 단계까지 발전했나?

최정식 우리나라는 1960년대에 군사원호라는 개념으로 국가보훈정책이 시작됐다. 6·25전쟁에 참전한 상이군경과 돌아가신 분들을 예우하기 위해 시작됐다. 우리나라는 독립을 시작으로 6·25전쟁, 베트남전쟁 참전, 민주화 과정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나라를 위해 애쓰신 분들이 국가보훈 대상자가 됐다. 독립, 호국, 민주가 어우러진 보훈제도를 갖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다. 그렇다 보니 여러 나라에서 시행하는 다양한 보훈 분야의 장점을 받아들이려 노력했고, 그 결과 제도상으로 다양한 분야의 보훈 대상자를 위한 보상, 복지 인프라가 구축됐다. 이제 잘 구축된 보훈제도 인프라를 어떻게 운영해 보훈의 근본 목적인 국가통합과 보훈문화로 승화할 것인가가 숙제로 남았다.  정부는 독립, 호국, 민주로 대변되는 호국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통합하는 보훈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오일환 미국, 프랑스, 캐나다 등 보훈 선진국과 비교해봐도 우리의 보훈정책 수준은 상당히 높다. 군대에서 사망하거나 상해를 입은 분들에 대한 보상 수준은 경제발전과 함께 꾸준히 개선됐다. 우리나라의 보상체계를 살펴보면 보훈 대상자 영역에 국가수호, 독립, 민주발전 등 다양한 요소가 포함돼 있다. 총 7개 단위 법률에 28개 분야다. 2005년 국가보훈기본법을 만들어 개선하려는 노력이 있었지만 하나의 체계로 통합하는 데에는 역부족임을 통감할 수밖에 없었다. 제도적인 측면에서 아무리 완벽을 기하더라도 보훈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보훈을 나라의 근간으로 세우기가 쉽지 않다.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나라는 군 희생자나 제대군인 중심으로 보훈체계가 이뤄져 있다. 호국이라는 요소 하나에 집중해 보훈정책을 수립할 수 있어 사회적으로 별다른 이견이 없다. 우리는 보훈체계가 복잡해 여러 부분에 갈등이 될 만한 소지가 있다. 정부가 보훈을 보훈답게 정비하는 데 힘써야 하는 이유다.

최정식 우리 사회는 보훈제도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인식하면서도 선진국과 비교하면 국가를 위해 희생한 분들을 예우하고 존중하는 보훈문화가 완벽하게 자리 잡지 못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이다. 보훈 선진국인 미국은 보훈에 대한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국가 중 하나다. 워싱턴에 있는 작은 숙소에도 제대군인만을 위한 주차구역(veteran’s only)이 따로 있다. 여기서 미국 사회의 구성원들이 이런 제도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국가, 즉 공동체를 위해 희생한 국가유공자를 예우하는 문화를 자연스럽게 수용한다는 것이 드러난다. 보훈을 예우하는 또 다른 대표적 사례는 미국의 예산 책정 방안이다. 미국은 보훈에 관한 예산을 먼저 편성한 다음 다른 정부부처의 예산을 편성한다. 보훈을 어떤 정책보다 국가공동체의 최우선순위에 두겠다는 상징적인 의지의 표현이다. 그런 의미에서 문재인정부가 국가보훈처를 장관급으로 격상한 것은 의미가 크다. 정부가 보훈을 국가의 중심 가치로 삼겠다는 뜻을 비친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신현주 캐나다에서 유학했다. 캐나다에는 국가를 위해 희생한 사람들을 기리는 영령기념일(Remembrance Day)이 있다. 이날 리본이나 국기를 달지 않으면 이상하게 본다. 영령기념일에는 학교에서 3~4시간 정도 보훈교육을 받는다. 아마 한국이라면 학생들이 대부분 엎드려 잘 것이다. 그런데 캐나다에서는 경청하고 질문도 하면서 진지하게 수업에 임하는 학생이 많았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캐나다 사람들이 국가유공자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느꼈다. 한국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일이라 신선했다.

최정식 캐나다를 비롯한 영연방 국가의 11월 11일은 우리의 현충일과 같은 날이다. 11월 11일은 1차 세계대전이 끝난 날로, 우리가 6월을 호국보훈의 달로 기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들은 11월 11일뿐 아니라 11월 한 달 동안 빨간 양귀비(포피·poppy)를 달고 전쟁에 참가한 사람들을 추모한다. 영연방 국가에서는 참전군인 단체인 재향군인회가 포피 판매권을 갖고 있다. 포피는 가격이 정해져 있지 않고 국민이 원하는 가격을 자유롭게 지불한다. 이 수익금이 재향군인회 1년 운영비의 60~70%를 차지한다. 국민이 재향군인을 예우하는 차원에서 낸 성금이라 재향군인회에서도 공동체 구성원을 위한 일에 쓰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재향군인회가 국민으로부터 존경을 받는 선순환이 이뤄진다.

오일환 보훈 선진국에서는 제대군인이 평상시 제복을 입고 다녀도 존경의 마음을 표한다. 우리의 경우 제대군인이 군복을 입고 다니면 달리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우리는 지금 지정학적 여건 속의 분단국이다. 항상 위기 상황에서 지내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나라를 지킨 제대군인이나 참전용사에게 예우하는 마음을 일상에서 드러내지 않는 분위기다. 오늘날 우리나라가 이만큼 발전하고 번영하기까지 그들의 희생이 있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현대에는 보훈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국가유공자가 희생을 통해 공동체에 생명을 부여했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희생은 곧 나라사랑으로 연결된다. 나라사랑은 또 국가가 발전하고 내적 안보 역량이 강화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그 근간에 보훈이 있다는 것을 늘 기억해야 한다.

김시명 우리가 보훈하는 데에는 주변국보다 국력을 키워서 부강한 나라를 만들려는 목적이 있다. 국력을 키우려면 국민을 한데 모아야 한다. 국민은 그냥 모아지지 않고 정신에 의해 움직인다. 국민을 모으려면 국민정신을 한곳에 모아야 하는데, 그러려면 호국정신의 기둥이 있어야 한다. 호국정신을 중심으로 국민정신이 모아질 때 비로소 국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다. 이를 위한 보훈처의 책임이 막중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보훈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보훈의 필요성을 국민이 절감할 수 있도록 문재인 대통령이 힘써주길 바란다.

토론하는 참석자들

ⓒC영상미디어

Q 우리 사회에 보훈문화가 뿌리내리려면?

신현주 문화는 한순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캐나다 친구에게 국기를 다는 일이 귀찮지 않냐고 물었더니 이걸 우리 엄마도 하셨고, 할머니도 하셨고, 아마 증조할머니도 하셨을 거라고 하더라. 그들은 습관처럼 하는 일이다. 우리는 현충일이나 광복절에 국기를 게양하는집이 드물다. 오히려 혼자 국기를 달기 민망해서 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런 문화가 정착되려면 역사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캐나다에서는 주제가 있으면 일주일간 토론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했을지, 그 행동이 옳은 것인지에 대해 얘기한다. 이 과정에서 캐나다를 위해 희생한 사람들이 대단한 일을 했다는 인식이 생기고 저절로 존경하는 마음이 들게끔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역사를 오지선다형 문제로 만난다. 시대의 흐름이 아닌 과목으로 접하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독립, 호국, 민주를 위해 애쓴 사람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생길 겨를이 없다. 하지만 최근 우리 세대가 직접 겪은 사건에 대해서는 다르다. 천안함 폭침이나 연평도 포격 사건은 분단국이라는 우리의 현실을 깨닫는 계기가 됐다. 주변 친구들 역시 우리가 겪은 일에 대해서는 기억하고 기리려 한다. 하지만 오래전에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고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역사교육을 통해 과거를 제대로 알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일환 프랑스에서는 보훈정책이 나라를 위한 희생과 공헌을 기리는 정책이라는 점에서 기억의 정치라고 일컫는다. 특히 지난 과거의 비극적인 역사 속에서 나라를 위해 희생한 분들을 기억하는 것은 그러한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반면교사의 각오를 다지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기억의 정치를 위해 프랑스는 다양한 방법을 사용한다. 대표적인 것이 도로나 광장, 건물에 영웅의 이름을 붙이는 것이다. 화폐에도 근현대 인물이 등장한다. 우리도 과거에 나라를 위해 희생하고 공헌한 인물을 일상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기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최정식 우리나라의 독립기념관, 전쟁기념관 등에는 보훈교육을 위한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다. 이제 이런 인프라를 잘 활용해 미래 세대가 직접 체험하고 느낄 수 있는 양질의 콘텐츠를 다양화하고 내실 있게 만들어야 한다. 현재 독립기념관에서는 독립운동 당시의 독립군 체험을 할 수 있는 전시관을 운영 중이다. 체험을 통해 역사를 접한다면 당시에 국가를 위해 희생한 사람들이 얼마나 어려운 결정을 내렸는지, 그것이 감사한 일인지 잘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국가보훈처는 교육부 등 관계부처와 협력해 다양한 보훈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미래 세대가 보훈문화를 뿌리내리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김시명 작년에 나라사랑 강사교육에 참가하면서 느낀 점은 우리는 안보교육에 치중해 있다는 것이다. 안보도 중요한 가치지만 보훈 역시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할 중요한 가치다. 보훈은 과거에 일어난 일을 되새기는 것이고 안보는 차후에 일어날 일에 대비하는 것이다. 보훈과 안보를 잘 배합해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날 우리가 있다는 사실을 가르쳐야 한다. 그래야 미래를 대비하는 안보로 이어진다. 교육이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다리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오일환 현충일, 광복절 등 보훈과 관련된 날 하루만큼은 보훈 행사와 교육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 보훈체험교실이 시범학교로 신청한 곳에 한해 운영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보훈의 가치를 대다수 학교에서 가르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봐야 한다. 국가보훈처에서 지난해 말부터 운영하고 있는 나라사랑 꿈나무 이동교실의 수를 늘리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나라사랑 꿈나무 이동교실에서 진행하는 수업 내용을 보면 민주발전, 호국, 독립운동에 관한 내용을 잘 구분해놓았다. 안타깝게도 현재 나라사랑 꿈나무 이동교실은 전국에 버스 한 대만 운영 중이다. 각 도마다 두 대 정도로 늘려서 아이들이 보훈교육을 접할 기회가 많아졌으면 한다.    
 
신동설 한국을 찾은 외국인 중에는 어떤 리더와 역사에 의해 이 나라가 발전해왔는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다. 오늘도 한국 역사를 눈으로 보기 위해 전쟁기념관을 찾은 외국인이 꽤 있었다. 이들에게는 보훈이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다. 우리도 보훈을 중립적인 가치로 받아들여야 할 때다.

오일환 이념의 편향성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이 보훈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보훈의 가치를 중점적으로 언급했는데 이는 굉장히 고무적인 일이다. 국민을 통합하는 데 보훈만큼 좋은 것이 없다. 갈등과 분열로 상처 입은 국민의 마음을 어루만지기 위해서라도 보훈의 가치를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 보훈의 중시는 곧 국민통합으로 가는 길이다.


장가현 | 위클리 공감 기자



지금 정책주간지 'K-공감' 뉴스레터를 구독하시고,
이메일로 다양한 소식을 받아보세요.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