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뉴스
‘스펙’ 대신 능력과 인성 중심의 사회가 열린다. 문재인 대통령이 “기회는 평등할 것, 과정은 공정할 것,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청년 일자리 공약 실천의 첫발을 뗐다. 오는 하반기부터 공공 부문을 시작으로 ‘블라인드 채용’을 전면 도입하라고 주문하면서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지시에는 혈연·지연·학연으로 얽혀 있는 구조에서 탈피하고 오직 실력과 인성 중심 사회로 나가자는 의지가 담겨 있다. 사회 양극화가 극심해진 상황에서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는 기회인 일자리에서는 공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일자리 창출을 통해 사회 전체 파이를 키우고, 공정한 일자리 정책을 가져가면서 일자리 선순환을 추구하겠다는 전략이기도 하다. 블라인드 채용 도입의 내용과 사례, 그리고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인재 등용문이 넓어진다. 그리고 좀 더 공정하고 균형 있게 바뀔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월 22일 오전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보좌관회의(수보회의)를 주재하고, “공무원이나 공공 부문에서 추가 채용 시 블라인드 채용제를 실시했으면 한다”면서 “명문대나 일반대 출신이나, 서울에 있는 대학이나 지방대 출신이나 똑같은 조건과 출발선에서 오로지 실력으로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게 이번 하반기부터 당장 시행했으면 한다”고 했다.
블라인드 채용제, 연말까지 332개 공공기관에 도입
이에 따라 특별히 일정 이상의 학력, 스펙, 신체조건을 요구하는 공공기관을 제외하고는 올 하반기부터 전면적으로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의료기관, 연구기관이 여기에 해당한다. 정부는 연말까지 332개 공공기관에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하고 내년에는 149개 지방 공기업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사실 공무원 신규 채용에는 이미 블라인드 채용이 실시되고 있다. 2005년부터 응시원서에 직무와 관련 없는 학력·신체조건·가족사항 등 개인 신상정보는 적지 않도록 하고 있다. 면접시험에서도 면접관에게 응시자의 학력·연령이나 시험성적 등의 정보를 일절 제공하지 않는 블라인드 면접이 도입된 상태다. 각 부처가 주관하는 경력 채용에서는 다른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는데 인사혁신처는 앞으로 응시 분야와 관련 없는 학력 등 정보를 요구하지 않도록 ‘제출서류 표준양식’을 마련해 전 부처에서 활용하도록 할 계획이다. 공무원과 달리 공공기관 채용에서는 블라인드 채용에 관한 표준 방식이 없는 만큼 이번 기회에 가이드라인도 정비한다.
이에 따라 기획재정부, 행정자치부, 인사혁신처 등은 관계부처 합동으로 공공 부문 블라인드 채용 방안을 확정해 발표할 계획이다. 우선 행정자치부는 지방공기업 인사운영 기준을 개정할 예정이며, 기획재정부는 내년 상반기 중 공공기관 인력운영 방안에 블라인드 채용 가이드라인을 반영하기로 했다. 고용노동부는 오는 8월 기업 채용 관행 실태 조사를 실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날 수보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지역인재의 공평한 분배’에 관한 사항도 강조했다. 그는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채용이 지역마다 편차가 심한 점을 지적하면서, 공공기관 채용이나 각종 위원회 구성 시 지역인재 채용 할당을 형식적으로 채우지 말고 실제 활동하는 인재나 위원으로 채용·구성할 것을 당부했다. 이와 더불어 공공기관에 지역인재 채용할당제를 제대로 운영하도록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혁신도시 사업에 따라 지역으로 이전된 공공기관들이 신규 채용할 때는 지역인재를 적어도 30% 이상 채용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원래 혁신도시 사업을 할 때부터 지역인재 채용은 하나의 방침이었는데 그 부분이 들쭉날쭉하다”면서 “관심을 갖고 노력하는 공공기관은 20%대를 넘어선 곳도 있고, 관심이 덜한 공공기관의 경우 아직도 10%도 안 될 정도로 지역마다 편차가 심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 부분은 적어도 30% 선 정도로 채용하는 기준을 세우도록 독려해주기를 바란다”면서 “각종 정부 위원회를 구성할 때 무늬만 지역 인사를 할당해 형식적으로 채우지 말고 실제로 그 지역에서 활동하는 인사들로 구성해달라”고 덧붙여 말했다.
관계부처에 따르면 지역인재 채용과 관련, 최종 졸업 학교의 학교명 대신 학교 소재지를 기입하도록 하는 방안이 유력해 보인다. 또는 지역인재, 고졸 등 우대조치 대상 여부를 표시하도록 하는 방안도 가능해 보인다. 여기에 우대조치 대상별, 요구 자격별 채용을 별도로 진행하는 방식도 검토 중이다.
지역인재, 30% 이상 채용해야
문 대통령은 민간 부문에도 이 같은 열린 채용문화가 확산되기를 기대했다. 그는 “대기업들이 과거 블라인드로 채용한 사례를 보면 훨씬 실력 있고 열정적인 인재를 채용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많이 증명됐다”며 “민간 대기업에도 권유하고 싶다”고 바랐다.
앞서 지난 3월 30일 고용노동부에서는 30대 민간기업 인사담당자에게 ‘능력중심채용 가이드북’을 마련, 배포한 바 있다. 가이드북은 능력중심채용의 핵심사항을 이해하고, 실제 채용에 적용할 수 있도록 채용 전문가와 현장의 인사담당자 의견을 반영해 만들었다.
권기섭 고용노동부 직업능력정책국장은 당시 “공공기관에서 시작된 능력중심채용이 민간 기업으로 빠르게 확산돼 청년들이 직무와 관련된 필요한 스펙만을 준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직무능력 중심의 채용을 실시할 수 있도록 직무 분석 등을 체계적으로 진행하는 대기업의 변화가 필요하며, 입사지원서의 인적사항부터 개선하려는 인사담당자들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원자 능력 평가는 어떤 방식으로?
현재 관계부처 합동으로 ‘블라인드 채용’에 관한 실행 방안을 마련 중인 만큼 아직까지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진 않았지만, 지원자의 스펙을 대신한 능력 평가에는 기존의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이 그 기준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NCS는 산업 현장에서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요구되는 지식·기술·태도 등의 내용을 국가가 체계화한 것으로, 2015년 12월 기준으로 총 847개 직업군에 관한 기준이 마련된 상태다. 2015년 선도 사례 구축을 위해 130개 공공기관에서 우선 도입 시행했고, 취업자들에게는 “스펙에 대한 부담이 감소됐고 능력중심채용 만족도가 높다”는 평가를, 도입기관에게는 “중도 퇴사율이 감소했고, 학벌 출신 편중이 완화됐다”는 평가를 받았다(고용노동부, 2017).
2016년 말 기준으로는 총 332개 공공기관 중 230개 기관이 NCS를 도입했으며, 정부는 올해 말까지 나머지 102개 기관에도 NCS 도입을 완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지현 | 위클리 공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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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