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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또는 보육 책임은 전적으로 가족에게 있을까. 국가도 책임져야 한다면 그 범위는 어느 정도일까. 이 문제는 복지국가 유형에 따라 달라진다. 해외 선진국의 육아정책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을 살펴봤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정치학과 교수를 지낸 에스핑 앤더슨(Esping Anderson) 박사는 복지국가 체제에 따라 국가와 시장, 가족의 역할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예컨대 독일, 프랑스, 스웨덴과 같은 사회민주적 복지국가는 경제적 불평등을 극복하는 데 국가의 역할을 중시한다. 이에 반해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자유복지국가는 시장이 사회적 필요를 충족하므로 사회적 보호(또는 혜택)는 최소한으로 제공해야 한다고 본다. 이런 차이는 출산, 육아휴직 등 일·가정 양립정책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사회민주적 복지국가는 일·가정의 양립을 위해 국가가 더 많은 책임과 부담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자유복지국가에서는 일차적으로 가족이 육아 등을 책임져야 하지만 양육, 아동교육, 일하는 부모 등은 국가가 일부 지원할 수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중간 태도를 취하면서 여러 정책을 펴왔는데 추진 방향은 대체로 사회민주적 복지국가 모델 쪽이다. 출산휴가, 배우자 출산휴가, 육아휴직제도는 일·가정 양립,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 제고, 저출산 해결, 아동양육 문제 해결을 위한 직접적 정책수단이다. 큰 틀에서 (배우자) 출산휴가는 육아휴직제도에 포함된다. 남성 육아휴직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선진국의 육아 관련 제도는 우리나라와 어떻게 다를까. 육아휴직, 남성 육아휴직 그리고 우리나라는 아직 시행하지 않는 가족·부모휴가를 중심으로 알아본다.
스웨덴, 390일까지 평균급여의 80%
출산 및 육아휴직제도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전문가들은 아이를 낳은 여성들의 회사 복귀가 보장돼야 하고, 동시에 영유아를 위한 공공보육 서비스망이 구축돼야 육아휴직제도가 제대로 효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한다. 물론 몇 가지 선결조건이 있다. 육아휴직 기간, 급여 지급 수준 등이 적정하게 보장돼야 한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이 급여 부분이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육아휴직 급여 수준이 낮다. 통상임금의 40%(상한 100만 원, 하한 50만 원)를 지급한다. 덴마크는 소득의 100%를 지급하는데 상한액이 1일 기준 108유로(한화 약 13만 원), 주당 537유로(약 66만 원)다. 스웨덴은 390일까지는 평균급여의 80%를, 나머지 90일은 매일 21유로씩 지급한다. 독일은 평균임금의 67%를 지급하되 월 상한액이 1800유로(약 220만 원), 하한액이 300유로(약 37만 원)다. 일본은 180일까지는 임금의 67%를, 이후에는 50%를 지급한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김은지 박사팀은 국가별 부부의 소득유형을 세 가지로 분석했다. ▲부부 모두 평균임금 수준의 소득이 있는 가정, ▲부부 중 한 명은 평균소득 150%의 소득이, 다른 한 명은 평균소득 50%의 소득이 있는 가구, ▲평균임금 수준의 소득이 있는 한부모가족 등을 살펴봤다. 김 박사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육아휴직 급여체계는 선진국보다 지나치게 떨어져 주소득자가 육아휴직을 활용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한다. 우리나라는 자유복지국가인 영국보다는 육아휴직제도가 잘 갖춰져 있지만 스웨덴이나 독일에는 훨씬 못 미친다. 김은지 박사는 “이상적인 육아휴직제도를 시행하는 스웨덴 모델을 면밀히 연구해 우리나라에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육아휴직에서 최근 정책방향은 남성 육아휴직을 적극 권장(또는 의무적 시행)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남성 육아휴직 사용자가 2~3년 사이 크게 늘었다. 그러나 선진국에 비해서는 절대적으로 적다. 놀랍게도 남성 육아휴직은 조선시대에 시행된 적이 있다. 세종대왕은 “계집종이 아이를 낳으면 그 남편도 30일간 휴가를 주어라”라고 명했다(〈조선왕조실록〉 세종 16년 4월 26일).
남성 육아휴직제도는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독일, 캐나다 퀘벡 주 등이 모범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최숙희 한양사이버대학교 경제금융학과 교수는 2016년 〈여성연구논총(제18집)〉에 발표한 ‘남성육아휴직제도 활성화에 대한 고찰-해외 사례 중심으로’에서 “남성 육아휴직제도 활성화는 남성 본인의 만족도를 높일 뿐만 아니라 자녀와 교감능력 제고, 가사노동에서 성별분화 완화, 여성 고용촉진, 출산율 제고 등과 직결된다”며 남성 육아휴직제도의 의무시행을 강조했다. 최숙희 교수는 선진국처럼 우리나라도 아빠만을 위한 육아휴직 기간을 설정하고 이를 사용하지 않으면 권리가 소멸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우선 의무기간을 1개월로 해서 실시하되 이를 점차 확대하며, 1개월간의 육아휴직 급여는 월급의 100%를 지급하는 것이 골자다. 최 교수에 따르면, 스웨덴은 각종 노사단체와 협력해 육아휴직 급여를 최대로 지급하는 등 수준 높은 정책을 펴고 있다. 이를 참고한다면, 우리나라도 남성이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경우 2개월에 한해 여성보다 더 많은 급여를 지급하는 정책도 고려할 수 있다.
엄마가 사용할 수 있는 육아휴직 기간 1년 중 사용하지 않은 기간을 아빠가 대신 사용하는 방안도 도입할 만하다. 아울러 남성 근로자의 육아휴직 참여를 촉진하는 기업에 각종 우대정책을 펼 수도 있을 것이다. 일본은 ‘남성 육아참가 촉진급부금’ 제도를 도입해서 해당 사업주에게 1년마다 50만 엔을 2년 한도로 지원하고 있다.

▶스웨덴은 높은 휴직급여로 전 세계 부모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육아휴직 중 거리행사에 나온 스웨덴 직장맘. ⓒShutterstock
OECD 상위소득 21개국, 가족·부모휴가 실시
육아휴직과 관련해 진일보한 정책이 가족휴가 또는 부모휴가다. OECD 상위소득 21개국은 모두 가족·부모휴가 제도를 시행한다. 나아가 세계 100여 개 이상 국가가 적어도 2~3개월 정도 무급 또는 유급휴가를 보장한다. 가족·부모휴가라고 해서 특별한 건 아니다. 기존의 모성휴가, 부성휴가가 임신 또는 출산 직후 부모 일방이 사용할 수 있는 시간정책 프로그램이라면, 가족·부모휴가는 모성휴가(또는 부성휴가) 후 취할 수 있는 장기적인 휴가제도를 말한다.
스웨덴은 1973년 세계 최초로 모성보호 휴가제도를 실시한 이후 부성휴가, 부모휴가까지 완벽히 갖춘 세계 최고 수준의 복지국가다. 스웨덴에서는 부모휴가법에 따라 유급 부모휴가를 갈 수 있다. 현재 전체 부모의 95% 이상이 부모휴가를 사용한다.
프랑스는 유급 모성휴가(우리의 출산휴가)와 유급 부성휴가(배우자 출산휴가) 그리고 무급 부모휴가를 복합적으로 시행한다.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저출산문제로 심각하게 고민하는 독일도 부모휴가와 유사한 ‘양성휴가제도’를 자국 현실에 맞게 만들어가고 있다. 강현주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전문위원은 2016년 〈노동법논총(37호)〉에 발표한 논문 ‘OECD 국가의 가족·부모휴가와 시사점’에서 “전통적 모성보호정책에서 가족·부모휴가제도로 정책프레임이 변하고 있다”면서 “기존 모성휴가나 부성휴가를 파트너휴가와 연계하고, 근로시간 단축형을 비롯한 휴가 사용방법을 다양화해야 하며, 아이 수에 따른 별도 유인책을 마련하는 등 가족·부모휴가를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료│고용노동부
백승구│위클리 공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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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