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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생긴 후로 얼마나 편해졌는지 몰라요."

경기 안산시 반월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한 서울반도체에서 만난 직원들은 제1공장과 제2공장을 잇는 연결통로 이야기가 나오자 함박웃음부터 지었다. 두 공장은 직선으로 180m 거리밖에 안 되지만, 언덕 형태의 공원 예정지가 사이를 가로막고 있다.

세계 4위의 발광다이오드(LED) 생산기업인 서울반도체는 2002년 제1공장을, 2011년 제2공장을 완공했다. 제1공장에서 LED 칩을 생산하면, 제2공장에서 이걸 가지고 패키징(Packaging)과 모듈(Custom Module)을 제작한다. 연결통로가 생기기 전에는 직원들이 트럭으로 공원을 돌아 1.2㎞ 거리를 오가며 물건을 날라야 했다.

"작은 박스 하나에 LED 칩이 수억 원어치씩 들어 있어요. 그러다 보니 물건 한번 옮기려면 반출 신청하고, 승인 받은 후 다시 수량 검사하고, 차를 배당받아 제2공장으로 이동하면 그곳에서 다시 입고 신청하고, 확인받고, 수량 확인 절차를 밟아야 했어요. 거리는 1.2km밖에 안 되지만 좁은 도로라 늘 막히는 데다 절차를 다 밟으려면 최소 30분 이상 걸렸어요. 업무 때문에 다른 공장을 가도 일일이 출입 확인하고, 검색대를 통과해야 하고, 방진복을 입었다 벗었다를 반복해야 했어요. 연결통로가 생기면서 시간도 5분으로 단축되고 불편함도 사라졌죠."

 

도시공원

▶ 도시공원을 통과하는 연결통로를 설명하는 이병학 서울반도체 사장.

 

 

연결통로

▶ 연결통로 내부.

 

제2공장 준공을 앞둔 2010년부터 두 공장을 직선으로 연결하는 통로를 만들려 했지만 허사였다. 가장 큰 이유는 공원 부지는 공익적 목적 외에는 점용할 수 없도록 법으로 정해놓았기 때문이다. 사기업 지하 이동통로는 공원 점용 허가 대상이 아니라는 게 경기도, 국토교통부, 안산시 등 관계기관의 해석이었다.

 

수백억 중복투자비, 운송비·관리비 연 수십억 원 절약
7000억 원 투자, 일자리 2000개 늘리기로

차라리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하던 2013년, 박근혜정부에서 규제개혁추진단이 출범했다. 2014년 3월 청와대에서 열린 ‘제1차 민관 합동 규제개혁점검회의’에 참석한 이정훈 서울반도체 대표는 대통령 앞에서 강한 어조로 고충을 토로하며 공장 간 이동통로 개설을 막고 있는 규제를 풀어달라고 호소했다. 대통령도 이에 공감하고 "담당자를 지정해 관리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문제가 곧 해결될 줄 알았지만 아니었다.

국토교통부는 그해 5월 시민들이 이용하지 않는 공원 내 지하도에 대해 공공 목적이 아닌 시설물도 허가를 받아 설치할 수 있도록 ‘도시공원·녹지 등에 관한 법령 시행령’을 개정했다.

하지만 시행령에 ‘지하 1.5m 이상 깊이에서만 시설물을 지을 수 있다’는 문구를 넣은 게 발목을 잡았다. 언덕 형태의 공원 특성상 공원을 관통하는 지하 통로를 설치하면 양쪽 끝 일부는 지상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개정안은 ‘지하 이동통로’에 한한 것으로, 두 공장을 연결하는 양쪽 끝 지상 부분은 해당되지 않는다는 법적 해석이 내려졌다. 지상으로 나오는 출입구를 만들 수 없었던 것이다. 다시 난항에 빠졌다.

실무 책임을 맡았던 이병학 서울반도체 사장(경영지원실)은 "관련 규제가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이어졌다"며 "‘손톱 밑 가시’ 하나를 빼내는 게 현장에서는 얼마나 어려운지를 체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15년 2월 규제개선추진단이 다시 나서면서 해결책이 마련됐다. 해법은 간단했다. 산업단지 실시계획 승인 및 도시공원 일부 해제를 통해 문제를 해결했다. 2015년 7월 공사에 착수해 올해 1월 연결통로를 완공했다.

 

서울반도체 공장

▶ 연결통로는 서울반도체 제1공장과 제2공장 3층을 연결한다.

 

연결통로 덕분에 서울반도체는 중복투자로 발생하는 비용과 그 외 불필요한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었고, 글로벌 LED 시장에서 국제경쟁력을 더욱 높일 수 있게 됐다.

"정확히 계산해보지는 않았지만 물류비용과 관리비 등에서 절감되는 부분만 해도 연간 50억 원 가까이 됩니다. 또한 LED 생산에 필요한 가스, 전기, 물, 암모니아 등을 연결통로를 통해 관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됐습니다. 각 공장마다 이들 저장고와 부대시설을 만들려면 비용만 수백억 원이 들어가는데 그 비용도 줄일 수 있게 됐고요."

서울반도체는 이번 규제 완화를 계기로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려던 계획을 보류하고 국내 투자 확대로 방향을 틀었다. 2019년까지 국내 투자 규모를 7000억 원으로 확대하는 것은 물론, 직원 수도 현재 2200명에서 2019년까지 400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를 통해 현재 1조 원대인 연매출을 3조 원 이상으로 늘려 세계 1위 LED 패키지 업체로 성장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규제 완화가 일자리 창출과 투자 확대로 연결된 것이다.

 

서울반도체

 

인터뷰 | 이병학 서울반도체 사장

"임직원 업무 만족도 높아진 게 가장 기뻐"

규제개혁으로 바라던 연결통로가 만들어졌다.

"기업의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생한 안산시와 경기도, 국토교통부 담당 공무원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정부에서 배려한 만큼 우리도 투자를 늘리고 직원도 늘려 경제활성화에 기여할 계획이다."

그동안 마음고생이 컸을 것 같다.

"문제 해결이 안 될 때는 이곳 생산량을 줄이고 그만큼 중국 공장의 생산량을 늘릴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현재 고급 LED는 한국에서, 일반적인 LED는 중국에서 생산한다. 중국 생산량을 늘리면 일부 고급기술이 중국으로 이전돼야 해 기술 유출 우려가 있었다."

연결통로 개통으로 가장 좋은 점이 있다면.

"업무 효율성이 높아지고 비용이 절감된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임직원들의 사기가 무척 높아졌다. 업무를 보기 위해 양쪽 공장을 오가야 하는 불편 때문에 회사를 떠나는 직원도 많았다."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경제에 활력이 생기려면 안 되는 것 빼고는 다 되게 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된다는 것만 빼고는 다 안 된다. 그러다 보니 규제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이런 이유로 기업이 도산하거나 해외로 나가는 일이 많다. 경제가 살아나려면 제조업 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 최호열 (위클리 공감 기자) 2016.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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