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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우상화 '태양 아래' 진미의 삶은 고단한 연극

1980년 이후 36년 만에 열린 북한 제7차 노동당 대회가 지난 5월 9일 나흘의 일정을 마치고 폐막했다.

이번 당대회를 두고 외신의 반응은 '잘 짜인 쇼'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5월 11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대회는 김정은에 대한 북한 권력층의 집단적 충성을 보여주는 쇼"라고 표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세트장과 다를 바 없었던 평양 아동병원을 언급하며 "물건을 사는 척하고 추후 되돌려주는 북한의 포템킨 상점(Potemkin Shop : 겉은 번지르르하나 속은 ?은 가짜를 의미)에 기자들과 외교관들은 혀를 내둘렀다"고 전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5월 10일자 신문에서 "북한은 치밀하게 조직된 대규모 군중시위로 노동당 대회를 마무리했다"며 "평양 시내에서 열린 군중시위는 구스 스텝(goose step)으로 행진하는 학생들, 핵미사일 모형, 전통 한복을 입고 울부짖는 여성들로 대미를 장식했다"고 보도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은 이번 노동당 대회를 "대형 연극"이라고 표현했다. 이 매체는 "북한에서 김정은은 삶과 죽음을 초월한 신적 존재이며, 지도부 인사들도 거리낌 없이 처형하는 그에게 직언할 용기를 가진 전문가는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일본 언론의 태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일본 요미우리는 11일자 사설에서 "당대회는 김 위원장에 대한 개인숭배를 진행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표현했다.

 

 제7차 노동당 대회 경축 평양시 군중대회

▶ 5월 10일 북한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제7차 노동당 대회 경축 평양시 군중대회’에서 주민들이 조화와 풍선을 들고 환호하고 있다.

 

100여 명 외신 기자 초청하고 당대회 안 보여줘
영국 BBC 기자는 추방하기까지

이번 당대회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은 5월 10일 국무회의에서 "북한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진정성 있는 변화는 보여주지 못한 채 핵 보유국이라는 억지 주장과 함께 핵능력 강화를 밝히는 등 국제사회의 경고를 무시하면서 도발 위협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김정은이 당대회 사업 총화 보고에서 경제·핵 병진노선을 재확인시킨 것에 대해 10일 "북한이 여전히 경제·핵 병진노선을 내세우면서 '핵 보유국의 책임', '세계의 비핵화' 등을 운운하는 것은 핵 포기 의사가 없음을 드러낸 것으로 국제사회가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통일부는 대변인 논평을 통해 "핵 개발과 도발 위협을 지속하면서 남북관계 대선을 위한 대화와 협상을 거론한 것은 진정성 없는 선정공세일 뿐"이라며 "남북관계 개선을 원한다면 대남 위협과 도발을 중단하고 진정성 있는 비핵화의 길로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자신들의 각본에서 벗어난 '불편한 진실'이 보도되면 담당 기자를 추방하기도 했다. 12개국에서 100명 이상의 외신 기자를 초청했지만 정작 당대회 취재는 불허하거나 당대회와 무관한 명소 구경만 시키기도 했다.통신은 "대회장 바깥에서 한 시간이 넘도록 외부 스케치만 허용하다가 기자들을 호텔로 돌려보냈다"고 전했고, 교도통신은 "약 120명의 보도진은 농락당했다. 오후엔 당대회와 관계없는 전선공장 취재를 하도록 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5월 9일 영국 BBC 소속 특파원 등 보도진 3명을 추방했다. BBC 특파원 윙필드 헤이스가 평양에서 내보낸 보도 때문이다.

헤이스 기자는 4월 30일자 기사에서 "뚱뚱하고(corpulent) 예측할 수 없는(unpredictable) 아들 김정은이 그(김정일)의 자리를 대신했다"는 표현을 썼다. 5월 2일 평양의 어린이병원을 방문해서는 "모델 같은 아이들의 상태가 아주 좋아 보이고 진짜 의사는 눈에 띄지 않는다. 모든 게 설정(Set-up) 같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감시와 통제 일색이었던 노동당 대회 이후 외신 기자들은 북한을 매섭게 비판했다. 노동당 대회를 맞아 개방적인 이미지를 선보이려 했던 북한으로서는 체제의 허구성을 노출시키는 역효과만 보게 됐다.

 

 태양 아래

▶ 조작된 북한 주민의 일상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담은 영화 ‘태양 아래’.

 

북한, 보이는 것과 실상은 달라
'태양 아래' 감독 "감시와 검열… 생명에 위협 느꼈다"

이번 노동당 대회에서 보여준 북한의 실상은 대부분 허구라는 지적을 받는다. 특히 북한 관영매체들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노동당 위원장에 추대된 데 대해 주민들이 열렬한 축하를 보낸다고 보도했지만, 실제 주민들은 비판적인 평가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중앙통신은 5월 10일 "(김정은을 당 위원장에 추대한 것에 대해) 군대와 인민은 최대의 경의와 가장 열렬한 축하를 드리고 있다"며 "하늘땅에 차넘치는 끝없는 격정과 환희는 군대와 인민의 터지는 심장의 목소리에 그대로 반영돼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일본 언론 아시아프레스가 접촉한 한 30대 북한 취재원은 "북한 주민에게 지난 4개월은 힘겨운 시간"이었다며 "예전처럼 배급이라도 정상적으로 줬으면 좋겠는데 지금은 바랄 형편이 아니다. 먹고살겠다고 노력하는 인민을 단속이라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의 선전과 현실과의 괴리는 최근 개봉한 한 다큐멘터리 영화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평양 주민들의 일상을 담은 영화 '태양 아래'(관련기사 44~45p)는 다큐멘터리로 북한이 체제 홍보 차원에서 제작을 지원했으나, 원래 의도와는 달리 조작된 세트와 북한 당국의 통제 아래 박제화 된 북한사회를 노출시키는 데 일조했다.

이 영화를 만든 비탈리 만스키 감독은 언론 시사회에서 "24시간 내내 북한 당국에 잡힐까봐 두려웠다"며 "몰래 촬영하고 있다는 사실이 발각되면 촬영본을 뺏기는 건 물론이고 나와 촬영팀 모두의 생명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언급했다.

영화는 주인공 소녀 진미가 '경애하는 대원수님'의 태양절 행사를 위해 무용 연습에 동원되는 과정을 따라가면서, 촬영을 위해 아버지와 어머니의 직업도 바뀌고 사는 아파트도 바꿔버리는 북한 당국의 부조리한 행위, 일상에선 하나같이 무표정한 무채색 옷차림의 주민들과 먼지 한 톨 없이 깨끗한 이상한 평양의 거리 등 도시 전체가 거대한 세트장 같은 평양의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5월 5일 '태양 아래'를 관람한 박근혜 대통령은 "꿈을 잃고 어렵게 살아가는 북한 어린이를 우리가 보듬고 보살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며 "우리가 더욱 관심을 갖고 북한이 핵 개발을 포기하고 북한 주민들과 어린이들의 삶을 보살피도록 만드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김가영 (위클리 공감 기자) 2016.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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