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뉴스
"탈북민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정부 부처 및 산하기관에서 일할 기회가 더 많이 다양하게 주어지면 좋겠습니다."(이경희 씨)
"북한에서 왔으니 보안 문제 등으로 공무원이 되리라곤 꿈도 못 꿨어요. 열심히 업무에 임해 한국 사회에 꼭 보답하겠습니다."(방금철 씨)
통일부에 북한이탈주민(이하 탈북민) 정규직 공무원 5명이 탄생했다. 이는 통일부가 공개 채용을 통해 11월 3일 발표한 탈북민 대상 일반직 공무원 합격자에 대해 그동안 신원 조사 및 결격사유 조회를 거쳐 황모(37) 씨 등 7급 행정 2명, 9급 행정 2명, 9급 운전 1명 등 5명을 11월 30일자로 임용함에 따른 것.
104명의 지원자가 몰려 평균 21 대 1의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합격한 이들은 통일부 업무에 대한 이해와 원활한 공직사회 적응을 위해 일주일간 기본 소양교육을 받은 후 12월 7일 본인의 희망과 거주지 등을 고려해 통일부 본부 및 소속기관에 각기 배치됐다. 이경희(42·9급) 씨와 방금철(30·9급) 씨는 그중 인터뷰를 위한 신원 공개에 동의한 2명이다.
# 안성 제1하나원 근무 이경희 씨
경기 안성시 제1하나원에서 근무하게 된 이 씨는 함경북도 청진이 고향으로, 1997년 탈북한 후 8년 동안 중국에 거주하다 2005년 한국에 들어왔다. 2007년 9월 노무직에 종사하는 남편과 결혼해 딸 둘을 두는 등 단란한 가정을 꾸린 이 씨는 한동안 공업사 등 민간기업에서 경리로 일하면서 악착같이 돈을 벌어 2012년 북한에 남은 가족인 어머니와 남동생까지 데려온 '똑순이' 주부다.
2012년 5월부터는 국립대전현충원 관리팀과 행정팀에서 계약직원으로 일하다 이번에 정규직 공무원의 꿈을 이뤘다.
"2012년 탈북민 대상 정부기관 9급 직원 채용 당시 서류전형엔 합격했지만, 면접에서 떨어진 경험이 있어요. 이번엔 주위 분들이 많이 도와주셔서 적은 나이가 아님에도 좋은 결과를 얻었습니다."
"한국 정착 초기엔 남북한 간 문화적 격차와 언어 문제, 인간관계에서 비롯되는 편견 등으로 적응하기 힘들었다"고 고충을 털어놓은 이 씨는 "북한에선 유치원에서부터 세뇌교육을 받는 데다 먹고살기 바빠 나의 존재감조차 모르고 살았다. 한국에 와서야 비로소 '나'에 대해 깨달았다"고 했다.
"제1하나원 원장님과 면담할 때 제게 기대가 크다고 하셔서 적잖이 부담도 되지만, 제가 모범이 되도록 노력해 다른 탈북민에게 더 많은 공직 진출 기회가 주어지도록 하겠습니다."
당찬 포부를 밝힌 이 씨는 내년 2월 2년간 상담심리학을 공부한 사이버대 졸업을 앞두고 있다.
# 통일부 운영지원과 근무 방금철 씨
평안북도 신의주 출신인 방 씨는 2002년 8월 북한 어선을 타고 서해로 귀순한 '보트 피플' 중 한 명이다. 당시 고교생 신분으로 아버지, 남동생과 함께 한국에 정착한 방 씨는 13년 만에 공무원이 됐다. 1년 전 같은 탈북민 여성과 결혼한 신혼이라 방 씨로선 말 그대로 겹경사(慶事)를 맞은 셈이다.
2006년 2월 인천기능대를 졸업하고 서울 지역 자동차공업사 등에서 일하다 이번에 정규직 공무원으로 채용된 방 씨는 통일부 운영지원과 소속. 운전직 수행원으로 12인승 승합차를 몰며 통일부 인력을 수송하는 업무를 맡았다. 방 씨의 운전면허는 1종 대형.
"그동안 안정된 직장을 얻기 위해 교통안전공단 산하 자동차검사소 검사원이 되려고 원서를 네 번이나 냈는데 필기시험에서 번번이 떨어졌어요. 아무래도 한국 응시생들과의 경쟁이 쉽지 않으니까요. 이번엔 탈북민 대상 공무원 채용이라 다행히 합격했습니다."
방 씨는 "여건이 허락한다면 정년까지 근무해 정부에 보답하고 싶다"며 "통일부뿐 아니라 다른 부처에도 탈북민 공무원 채용이 더욱 확산되는 데 일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이번에 채용된 탈북민들이 공직사회에 잘 뿌리내리도록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 한편, 추후에도 더 많은 탈북민이 공직에 진출할 수 있도록 관련 기관과 협력해나갈 계획이다.

▷ 통일부 정규직 공무원으로 채용된 탈북민 이경희(왼쪽) 씨와 방금철 씨가 12월 3일 통일부 사무실이 있는 정부서울청사 7층 복도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통일부의 인사혁신 우수 사례
탈북민 정규직 공무원 채용으로 '실질적 통일 준비'
탈북민의 한국 사회 정착은 정부의 핵심 개혁과제 중 하나인 '실질적 통일 준비'의 중요한 요소다. 통일 이후 사회 통합을 가늠케 하는 바로미터이기도 하다.
탈북민 고용률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2014년 기준 53.1%로 높지 않은 수준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9월 현재 내국인 고용률은 60.9%, 국내 외국인 취업자 고용률은 68.3%에 이른다.
2014년 12월 기준으로 정부(중앙·지방)에 140여 명의 탈북민이 고용돼 있지만, 절반은 행정 지원인력이고 계약직이 다수여서 충분한 역량 발휘엔 한계가 있다. 탈북민의 노동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활용하지 못하는 건 사회적으로도 손실이다.
이 같은 배경에서 통일부는 탈북민 취업 문제에 대한 사회 각계각층의 여론을 수렴하고, 탈북민 관리부서와 협조해 그들의 재직 현황과 고용 형태 등을 다각도로 파악해 채용 형태 및 인원을 검토했다.
이에 따라 실질적 통일 준비의 내실화, 공직사회의 다양성 및 개방성 확보 차원에서 탈북민에 대한 적극적인 정규직 공무원 경력경쟁 채용계획을 결정했으며, 이번에 서류전형 및 면접시험을 거쳐 7급 행정 2명, 9급 행정 2명, 9급 운전 1명 등 5명을 선발했다.
응시 현황을 보면 행정 7급에 26명, 행정 9급에 63명, 운전 9급에 15명 등 총 104명이 지원해 탈북민들의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정규직 7급 공무원 채용은 이번에 처음 실시됐다.
통일부의 기존 탈북민 채용 인원은 3명으로 운전, 하나원 입소자 교육, 통일교육원 교수 등 다양한 업무를 부여받았지만 정규직 직원은 전무했다.
통일부는 이번 채용을 통해 탈북민의 성공적 정착 사례를 축적해 남북 통합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침체된 탈북민 사회에 긍정적 변화 분위기를 유도하며, 다른 부처에도 탈북민 등 사회소수자를 적극 채용하는 혁신 마인드가 전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글 · 김진수 (위클리 공감 기자) 2015.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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