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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과정 예산 미편성, 시·도 교육청 예산 전액 편성 촉구

"선생님들의 월급을 지불해야 할 날짜가 지났는데, 정부에서 지원금이 나올 기미가 안 보여 답답해 죽겠습니다. 일단은 은행에 가서 대출이라도 받아 해결하려고 하지만 그것도 임시방편이라 앞날이 캄캄합니다." 서울 도봉구에 위치한 한 어린이집의 A 원장은 요즘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 지원금 중단으로 어린이집 운영에 큰 차질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A 원장은 "제때에 월급을 못 줘서 미안한 마음에 선생님들 얼굴을 쳐다볼 수가 없다"면서 "이달에 어린이집 월세와 운영비 등도 지급하지 못해 빚쟁이가 된 기분"이라고 좌절감을 토로했다.

학부모들 역시 불만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누리과정 지원금이 끊기면 당장 아이 한 명당 매월 29만 원의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기 때문이다.

서울 서대문구에 살고 있는 5세 아이를 둔 학부모 이모 씨는 "태어날 때부터 아이들에게 동등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한다고 해서 정말 기뻤는데, 몇 년째 '지원을 해준다, 안 해준다'는 논란이 반복되고 있으니 학부모 입장에서는 이런 상황이 기가 막힐 뿐"이라며 "누리과정에 관련된 모든 어른들은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어떤 게 올바른 결정인지 그 책임과 의무를 잊지 말아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누리과정

▶이준식 교육부 장관이 1월 22일 서울의 한 유치원을 찾아 어린이들과 학습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누리과정 예산 미편성 논란이 장기화하면서 전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1월 28일 기준 누리과정 예산 편성 현황을 살펴보면, 누리과정 예산을 전액 편성하지 않은 곳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중에서 서울 1곳이다. 당초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전액 편성하지 않은 시·도교육청은 7곳(서울, 경기, 광주, 전남, 세종, 강원, 전북)이었다.

하지만 정부의 지속적인 누리과정 예산 편성 촉구에 세종, 전남 2곳은 유치원과 어린이집 모두 전액 혹은 일부를 편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상황이고, 경기는 28일, 광주는 27일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 일부를 편성했다.

최종적으로 향후 편성계획을 고려했을 때, 서울은 유치원과 어린이집 모두 미편성, 경기·광주·강원·전북은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상황이다.


학부모들은 보육비용 부담 걱정,보육교사들은 임금 체불 걱정

누리과정 예산 미편성으로 학부모, 보육교사 등의 불안이 확산되고 불만이 빗발치자 정부에서는 최대한 빨리 이번 사태가 마무리될 수 있도록 다각도로 노력을 펼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지난 1월 25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누리과정 예산을 미편성한 시·도교육청에 "책임을 다하라"며 예산 편성을 강하게 촉구했다. 박 대통령은 "지방교육청의 법적 의무사항인 누리과정 예산을 놓고 무조건 정부 탓을 하는 시·도교육감들의 행동은 매우 무책임하다"면서 "더 이상 어린이와 학부모가 정치적 볼모로 이용되지 않도록 근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박 대통령은 "교육부는 지난해 10월, 이미 누리과정 지원금을 포함한 2016년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시·도교육청에 전액 지원했는데, 일부 교육청들은 그 돈을 정작 누리과정에는 쓰지 않고 교육감 공약사업 등에만 몰두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필요하면 법을 고쳐서라도 교부금이 누리과정으로 지정·투입될 수 있도록 해서 시·도교육청 등이 받을 돈은 다 받고, 써야 할 돈은 안 쓰는 상황을 차단할 수 있도록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시·도교육청에는 올해 예산에 편성돼 있는 3000억 원의 예비비를 우선적으로 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방문규 보건복지부 차관도 1월 25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한 어린이집을 방문해 학부모들과 간담회를 갖고 현장의 어려움을 청취했다.

방 차관은 어린이집 방문 이후 누리과정 예산 편성과 관련해 브리핑을 갖고 "지금 보육 현장은 학부모들의 보육비용 부담 걱정과 보육교사들의 임금 체불 걱정으로 불안과 혼란에 가득 차 있다"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표명했다.

또한 최근 서울시교육청이 유치원 교사들의 월급 지급에 차질이 빚어지자 유치원 처우 개선 지원비 등 총 62억5000만 원을 조기 집행한다고 밝힌 데 대해 방 차관은 "서울시교육청의 이번 조치에는 서울시내 6600여 개의 '어린이집'이 빠져 있다"면서 "어린이집 선생님들도 유치원과 동일한 교육과정을 가르치는 분들이다. 차별 없이 예산이 편성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 누리과정 소요액 이미 교부, 시·도교육청은 누리예산 즉각 편성해야

이영 교육부 차관 역시 1월 27일 서울 서초구의 한 어린이집에서 어린이집 관계자, 학부모 등과 누리과정 교육비 지원과 관련해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이 차관은 학부모와 어린이집 원장 등에게 누리과정 예산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고, 일부 교육청이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아 야기된 선생님들과 학부모의 어려움에 대해 청취했다.

이 차관은 어린이집 선생님, 학부모들과 이야기를 마치며 "빠른 시일 내에 누리과정 예산이 안정적으로 지원되도록 범정부 차원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 차관은 1월 27일 현재의 상황에 대해 "누리과정 예산을 재정 논리로 풀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 차관은 "교육부의 누리과정 예산 추경계획 제출 요청에도 불구하고 일부 시·도교육감(전북, 강원, 경기, 광주, 서울)들은 여전히 누리과정 예산 논란을 해소할 의지조차 보이지 않고 사회적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며 "이는 아이들이 교육과 보육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이고, 학부모들의 불안 가중은 물론 유치원과 어린이집 현장 관계자들의 혼란까지 야기하고 있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 차관은 최근 일부 교육청과 지방의회에서 2개월 정도의 누리과정 예산만을 편성하거나, 어린이집을 제외한 유치원 누리과정 지원비만 편성한 것에 대해서도 법적 의무를 다하지 않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 차관은 일부 시·도교육청에서 "교육부가 누리과정 소요액을 주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서도 잘못된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교육부는 지난 2015년 10월 23일에 누리과정 소요 예산 약 4조 원(유치원 1조9000억 원, 어린이집 2조1000억 원)을 정확히 산정해 보통교부금에 담아 시·도교육청별로 이미 전액 예정 교부했다.

또한 이 차관은 "지방교육재정이 어렵기 때문에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할 수 없다는 주장도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당초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전액 미편성한 7개 시·도교육청을 대상으로 예산을 점검한 결과, (다른 곳에 비해) 재정 여건이 어렵다고 할 수 있는 광주교육청의 경우에도 자체 재원만으로 최소한 5개월분, 지자체 전입금 등 추가 재원을 활용하면 나머지 7개월분을 편성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 차관은 "2012년 만 5세 누리과정이 도입된 이후로 국가에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과 국고를 통해 누리과정을 책임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거부하는 교육감들은 유아와 학부모의 불안과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교육감의 당연한 책무인 누리과정 예산을 당장 편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김민주 (위클리 공감 기자) 2016. 02.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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