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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핵안보정상회의 & 북핵 정상외교

3월 31일부터 4월 1일(현지시간)까지 이틀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제4차 핵안보정상회의에서 북핵 이슈가 가장 중요한 어젠다 중 하나로 부상했다. 핵안보정상회의는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과 핵·방사능을 이용한 테러 방지를 다루는 자리인 만큼 북핵 문제는 공식 의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의 우려가 크게 높아진 시점에 열린 만큼 자연스럽게 각국 정상들의 주요 관심사가 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3월 31일 회의 장소인 워싱턴 컨벤션센터에서 하루에만 총 3시간 10분에 걸쳐 한·미, 한·미·일, 한·일, 한·중 등 4개 정상회담을 소화하는 강행군을 펼치며 대북 압박외교에 총력을 기울였다.

박 대통령은 북한의 핵개발이 핵안보와 무관한 일이 아니라는 점을 역설했다. 핵안보정상회의 첫날 박 대통령은 "우리 모두는 '핵무기 없는 세상'이라는 비전의 실현을 위해 수년간 의지를 갖고 함께 노력해왔다"며 "그러나 북한은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면서 국제사회의 노력에 정면 도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북한이 2009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시설 접근을 차단한 뒤 국제사회에는 북한의 핵물질 생산과 축적, 관리 현황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는 상태"라며 "북한의 사이버 공격과 무인기 침투 시도를 감안하면 새로운 기술을 악용해 원자력시설의 안보를 위협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릴레이 정상회담

▶ 박근혜 대통령이 4월 1일 오전(현지시간) 워싱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 본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한·미·일 정상 "북한은 핵 포기 없이 생존할 수 없다"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2270호 철저 이행 강조

박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한·미·일 3국 정상회의에서 국제사회의 철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 이행을 독려하고 대북 압박을 지속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박 대통령은 한·미·일 3국 정상회의 뒤 가진 대언론 발표에서 "전례 없이 강력한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2270호가 채택된 만큼 이제 중요한 것은 결의를 철저히 이행해나감으로써 북한이 핵 포기 없이는 생존할 수 없음을 깨닫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제사회가 북한의 도발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이 또다시 도발을 감행한다면 더욱 강력한 제재와 고립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임을 다시 한 번 경고한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박 대통령의 상황 인식을 적극 지지했다. 그는 "우리는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며 "우리의 안보는 연결돼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 도전에 대처하기 위해 함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회의에서 3자 안보 협력이 필수적이며 그래야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할 수 있고 북한의 핵확산과 핵위협을 억제할 수 있다는 데 합의를 봤다"며 "3국 협력을 더욱더 심화할 것이고 각국이 앞으로 계속 추가적인 3자 협력 주제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베 총리도 한·미·일 안보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북한은 지금 핵과 미사일 능력을 점점 더 강화하고 있다"며 "이것은 3국에만 심각한 위협이 아니라 글로벌 사회에도 심각한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이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3자 협력을 모든 차원에서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한미일 정상회담

▶ 박근혜 대통령은 3월 31일(현지시간) 한·미·일 정상회의(오른쪽)와 한·중 정상회담을 잇따라 갖고 북핵에 대한 단호한 대처를 확인했다.

 

'무신불립' 강조하며 중국 역할론 편 박 대통령
한·중 정상 '북핵 단호한 대응' 확인

특히 박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80여 분간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 도발 이후 유엔 대북 제재 결의안 이행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대북 제재 논의 과정에서 이견을 보이며 한때 한·중관계 이상설이 나왔을 때와는 사뭇 달리 북핵에 대한 단호한 대응을 서로 확인한 자리였다.

박 대통령은 회담에서 "한반도 평화통일이 북핵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이라며 통일을 언급했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처음 만난 양국 정상이 북한의 장래 문제가 포함된 한반도 미래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대북 제재와 관련해 시 주석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전면적으로, 완전하게 이행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이 안보리 결의 이행 의지를 직접 밝힌 것은 처음으로 대북 제재의 실효성을 높일 계기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박 대통령은 "북한의 행동을 바꾸기 위해 안보리 결의의 충실한 이행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 신화통신은 시 주석이 "6자회담의 틀에서 대화 재개 추진을 위한 건설적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해 한·미·일 3국 정상들과는 온도 차를 보이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이번이 일곱 번째 한·중 정상회담"이라며 시 주석과의 각별한 인연을 언급했다. 지난해 9월 중국 전승절 기념행사에 참석해 시 주석과 함께한 오찬에서 '무신불립(無信不立 : 믿음이 없으면 설 수 없다)'이 메뉴판에 적혀 있던 사실을 상기시키며 "양국 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이끌어가는 기본정신은 상호 존중과 신뢰"라고 강조했다.

대북 제재 문제로 다소 멀어졌던 한·중관계를 양 정상 간 신뢰로 복원하자는 뜻으로 해석됐다. 이어 "최근 북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도발은 양국 협력이 한반도는 물론이고 이 지역 평화와 안정 확보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 번 일깨워주고 있다"고 역설했다.

시 주석도 "1년 계획은 봄에 달려 있는데 이번 회동이 이른 봄인 3월에 성사됐다"며 "각 분야의 교류협력을 심화시켜 양국 관계가 순조로운 발전을 추구할 것을 희망한다"고 화답했다.

박 대통령이 북한 정권의 체제 붕괴까지 언급하며 강력한 대북 압박정책을 펼치고 있는 시점인 만큼 한반도 통일 문제가 한반도 미래 관련 대화의 주 소재가 됐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한반도의 미래라는 게 통일 아니겠느냐"며 "한국과 중국이 통일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 자체가 바람직한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9월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양 정상은 통일에 대해 논의한 적이 있다. 당시 박 대통령은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을 만난 뒤 귀국하는 비행기에서 "통일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했다"고 취재진에게 직접 설명했다. 지난달 방한했던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는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의 정종욱 부위원장을 만나 눈길을 끌었다. 이 때문에 6개월 만에 열린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통일에 관해 좀 더 진전된 논의를 했을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이 이날 회담에서 "대화와 협상은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정확한 방향"이라고 강조한 것에 비춰 중국이 최근 강조하는 평화협정 체결 문제가 거론됐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다만 한국 정부는 잘못을 저지른 북한이 원하는 방식의 협상으로 곧바로 복귀하는 데에는 반대하고 있어서 한·중 양국의 '한반도 미래' 협의는 의미는 있지만, 아직은 원칙적인 수준에서 양국 간의 대화가 이뤄졌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회담에서 두 정상은 오는 9월 중국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 다자 무대에서 활발히 소통하기로 했고, 외교·안보 대화 등 4대 전략대화를 비롯한 전략적 소통체계를 더 적극적으로 운용키로 했다. 한·중 해양경계 획정 협상 진전 노력,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적극 활용, 문화산업 등에서 제3국 시장 공동 진출 모색, 인문·문화 교류 강화 등도 회담 주제에 포함됐다.

한편 시 주석은 이날 회담과 미·중 정상회담에서 사드(THAAD :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혀 한·미·중 간 추가적인 의견 조율이라는 숙제를 남겼다.

반면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이 회담에서 사드와 관련해 뭐라고 언급했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사드는 북한 도발에 대비하기 위한 방어용 무기체계라는 점을 강조했을 것이라고 복수의 워싱턴 소식통은 전했다. 정상회담에 배석한 댄 크리텐브링크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은 이날 회담 직전 가진 브리핑에서 "사드는 방어적 무기로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는 용도이며 중국이든 러시아든 다른 나라를 겨냥하는 게 아니다"며 미국의 기존 견해를 재확인했다.


북한 도발 억제 위한 사드 배치에 대해서도 의견 교환
52개국 정상 항구적 핵안보체제 구축키로 합의

하지만 북핵 대응에 대해서는 미·중 정상도 의견을 함께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워싱턴 미·중 정상회담 개최 당시보다 더욱 심각해진 북한 핵개발 상황을 강조했고, 시 주석은 이에 동의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회담 전 모두발언에서 "북한의 핵무기 추구는 나와 시 주석 모두에게 매우 엄중한 일이며 양국은 한반도 비핵화와 유엔 대북 제재의 완전한 이행이라는 목표에 충실히 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도 "양국이 유엔 대북 결의를 완전하고 엄격하게 집행할 것을 주장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중국은 시종일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안정,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의 해결을 지지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4월 1일 폐막된 제4차 핵안보정상회의는 항구적인 국제 핵안보체제의 구축을 지향하자는 내용의 '워싱턴 코뮈니케'를 채택했다. 박 대통령, 오바마 미 대통령 등 전 세계 52개국 정상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 4개 국제기구 수장은 코뮈니케에서 "핵테러리즘의 위협이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있는 만큼 악의적 목적으로 핵과 방사성 물질을 획득하는 것을 막으려면 국제사회의 추가적인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뮈니케의 부속서로 채택된 5개 행동계획은 유엔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인터폴 등 국제기구와 세계핵테러방지구상(GICNT), 글로벌파트너십(GP) 등 핵안보 관련 협의체의 활동을 포괄적이고 구체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 이승헌(동아일보 워싱턴특파원) 2016.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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