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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형 보육 시행 100일, 아이 배려 최우선

"저희 어린이집에 취재를 오신다고요?"

전화를 걸자 수화기 너머로 밝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기자가 맞춤형 보육 시행 100일을 맞아 취재 의사를 밝히니 안미숙 원장은 흔쾌히 수락했다. 그렇게 기자가 방문한 곳은 서울 성동구 하왕십리동에 위치한 신영창의 어린이집이다.

 

만 36개월 이하의 어린아이들에게
엄마와 함께하는 맞춤형 보육 꼭 필요

지하철 2호선 왕십리역에서 내려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전통시장을 따라 10분 정도 걷다 보니 빨간색 벽돌로 지어진 아기자기한 어린이집이 모습을 드러냈다. 기자를 기다리고 있던 안 원장이 환한 웃음으로 맞이했다. 안 원장은 이곳에서 14년째 어린이집을 운영해온 유아교육 전문가다.

 

안미숙 원장

신명창의 어린이집

▶신영창의 어린이집 안미숙 원장은 “맞춤형 보육 이 아이들을 위한 정책이기 때문에 현장에서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지호영 기자

 

기자는 보육교사의 안내에 따라 아이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는 수준에서 수업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안녕하세요~!" 6~7세의 아이들은 처음 보는 기자에게 선뜻 다가와 인사를 하기도 했고, 보육교사의 지도에 따라 그림을 그리면서 뭐가 그리 좋은지 친구들과 장난을 치며 ‘까르르~’ 숨 넘어가게 웃기도 했다. 다른 반으로 발걸음을 옮겼더니 이번에는 앙증맞은 어린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간식을 먹고 있었다. 어린이집에서 가장 어린 4세반 아이들이었다. 신영창의 어린이집에서는 4세반(만 0~2세) 아이들만 ‘맞춤형 보육’ 정책에 맞춰 돌보고 있다.

‘맞춤형 보육’은 맞벌이 가정의 일·가정 양립을 지원하고, 부모와의 애착관계 형성에 중요한 영아기 아이들에게 어린이집을 적정하게 이용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지난 7월 1일부터 시행해온 제도다. 어린이집을 다니는 만 0~2세반(2013년 1월 1일 이후 출생 아동) 아이들 중 맞벌이와 간병·돌봄 등 장시간 보육이 필요한 경우는 12시간 종일반(7:30~19:30), 그 외의 경우에는 맞춤반(9:00~15:00+긴급보육바우처 15시간) 서비스를 제공한다.

취재를 가기 전에는 과연 어린이집과 학부모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짐작할 수 없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맞춤형 보육’의 시행을 앞두고 일부 어린이집에서 ‘집단 휴원’을 강행하는 등 반발했기 때문이다. 어린이집의 보육료 수입이 줄어들고, 전업주부들의 가사노동을 인정하지 않는 차별적 발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맞춤형 보육 제도는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정착되고 있었다. 안 원장은 정부가 시행하는 맞춤형 보육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는 이 정책을 찬성하고 지지하는 입장입니다. 여건이 된다면 만 36개월 이하의 어린아이들은 가정에서 부모의 보살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엄마와 눈을 맞추고 교감하면서 아이들의 마음이 성장하거든요."

신영창의 어린이집에는 맞춤형 보육 제도에 해당하는 4세반(만 0~2세) 아이들이 총 28명 있다. 이 중 24명의 부모는 맞벌이를 하고 있어 종일반으로, 엄마가 전업주부인 나머지 4명의 아이들은 맞춤반으로 운영하고 있다. 안 원장은 "우리 어린이집에는 맞춤형 보육으로 불만을 이야기하는 학부모가 한 분도 없다. 모두들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맞춤형 보육은 아이를 배려한 정책이다. 보육정책의 중심에 우리 아이들이 있기 때문에 이 제도는 정말 좋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10월 7일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맞춤형 보육 시행 이후, 부모의 희망 이용시간에 따른 어린이집 이용이 시행 전보다 더욱 보장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가 어린이집 운영 실태 점검을 위해 현장을 조사한 결과, 종일반의 최종 하원 시간이 오후 6시 이후인 어린이집이 전체의 약 70%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맞춤형 보육은 아이를 배려한 정책
맞춤반 아이들 이용시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아

신영창의 어린이집에 4세 아이를 맡기는 맞벌이 엄마 이지은(37) 씨는 맞춤형 보육 시행 이후 한결 마음이 편안해졌다고 말했다.

"사실 과거에 다른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겼을 때 직장을 다니면서 마음이 무척 불편했던 기억이 있어요. 다른 아이들은 모두 일찍 집에 가는데, 우리 아이 때문에 선생님이 퇴근을 못 하시는 것 같아 눈치가 보였거든요. 괜히 미안해서 음료수도 사가고, 늦어서 죄송하다고 전화를 자주 해야 했어요. 지금은 그런 부담이 전혀 없어요. 맞춤형 보육 제도가 시행되면서 오히려 저녁 7시 30분까지 당당하게 아이를 맡길 수 있어 부담이 없고 기쁘죠."

 

어린이집

 

그렇다고 맞춤반에 4세 아이를 보내는 전업주부들의 불평불만이 쏟아지는 상황도 아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맞춤반 아이의 하루 평균 어린이집 이용시간은 6시간 30분(8월 기준, 바우처 포함)으로 기존 이용시간과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영창의 어린이집에 4세 아이를 보내고 있는 전업주부 이세경(39) 씨는 맞춤형 보육이 아이들의 인성교육에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사실 이 씨는 맞춤형 보육 시행 이전에도 오후 3시 이후에는 절대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지 않고, 가정에서 시간을 함께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가정보육 예찬론자’이기도 하다.

"저희 부부는 최대한 아이를 어린이집에 늦게 보내려고 노력했어요. 그러다가 아이의 사회화를 위해 28개월부터는 친구와 놀 수 있도록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너무 긴 시간을 보내며 부담을 갖지는 않기를 바랐어요. 그래서 오후 3시까지만 어린이집에 있고, 나머지 시간은 엄마 아빠와 함께 놀 수 있도록 했죠. 아이와 함께 요리를 하고, 낮잠도 자고, 책을 읽고, 공원에서 산책도 하죠. 저는 그렇게 옆에서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있으니 행복하고, 아이도 정서적으로 안정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가정보육은 당연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일선에서 근무하는 보육교사의 입장에서는 조금 번거로운 일들이 생기기는 했다. 바우처를 사용하는 아이들의 경우 서류를 3일 안에 입력해야 하는 등 관련 서류를 챙기는 데 신경을 좀 더 써야 하고, 정식근무 이외에 추가로 근무시간이 1~2시간 연장되는 경우도 있다.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원장 입장에서는 보육료가 줄어들어 재정상의 위축을 가져올 수도 있고, 교사들의 근무시간이 연장되는 데 따른 추가 부담 등의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안 원장은 "어린이집 운영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보육료가 책정되면 맞춤반 담당 보육교사를 별도로 고용할 수 있게 된다"며 "그렇게 되면 교사와 아이, 학부모가 모두 만족하는 맞춤형 보육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보건복지부는 "앞으로는 학부모의 희망 이용시간에 최대한 맞게 운영하고, 종일반의 저녁시간 보육 프로그램도 충실하게 만들어 학부모들이 필요하면 늦게까지 어린이집에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글· 김민주 (위클리 공감 기자)/ 사진·지호영 기자 2016.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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