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뉴스
지난해 10월 미국의 대표적인 크라우드펀딩 서비스업체 ‘킥스타터’ 누리집에 한 한국인 남성이 만든 제품이 올라왔다. 이 제품은 16만 달러(약 1억9000만 원)의 투자를 받는 데 성공했고, 총 68개국에 4900개 제품을 판매했다. 룬랩(Loon Lab) 황룡(32) 대표가 개발한 스마트 생리컵 ‘룬컵’이 바로 그 제품이다.

▶ 스마트 기술을 탑재한 스마트 생리컵 ‘룬컵'.
황 대표는 "킥스타터 소개 이후 각국에서4000통의 메일을 받았다"며 "스마트 생리컵의 수요와 필요성에 대한 저의 확신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돼 기뻤다"고 말했다.
첫 창업 실패 딛고 두 번째 도전
생리컵에 스마트 기술 적용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한 물건인 생리컵은 탐폰과 같은 체내 삽입형 생리용품이다. 일회용인 탐폰과 달리 재사용이 가능하다. 룬컵은 기존의 생리컵에 다양한 센서와 통신모듈을 탑재한 스마트 생리컵으로, 탑재된 볼륨 센서는 혈량을 측정해 생리컵을 비우는 시기를 사용자에게 안내하고 생리 혈량, 혈색, 주기 등을 측정해 스마트폰에 자동으로 기록한다. 말하자면 ‘똑똑한’ 생리컵이다.
룬랩은 올해 2월 설립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다. 그러나 황 대표에게는 두 번째 사업이다. 그는 대학 시절 이미 한 차례 창업에 도전한 경험이 있다.
▶ 황룡 대표는 여성 생리용품에 스마트 기술을 적용한 ‘룬컵’을 개발해 해외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2009년에 온라인 음악 서비스 회사(사이러스)를만들었어요. 개인이 저작권을 증권처럼 관리하고 거래할 수 있는 시대가 오리라 확신해 저작권협회에 등록되지 않은 인디 뮤지션들을 대상으로 하는 인디음악서비스를 만들었죠."
그러나 오랫동안 공들이고 버틴 첫 창업은 기대만큼 결실을 거두지 못했다. 그게 불과 2년 전 일이다.
"실패를 인정하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하지만 내가 틀렸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었죠. 그래서 빨리 털어버리고 그전부터 하고 싶었던 하드웨어 쪽 사업으로 눈길을 돌렸어요. 몇 개월간 공부하면서 아이디어를 구체화했죠."
시작은 헬스케어 사업이었다. 황 대표는 미래 유망 분야인 헬스케어 사업을 뼈대로 잡고 여성 관련 제품으로 영역을 좁혔다.
"기존의 스마트 시장에는 남성 위주의 제품이 많아요. 피트니스 밴드나 스마트 워치 등은 얼리어답터 성향을 가진 남성 소비자를 주 타깃으로 하고 있죠. 그러나 저는 여성의 니즈가 더 클 거라고 생각했어요. 주기적으로 건강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게뭘까 고민하다 생리를 떠올렸고, 관련 아이템을 찾아보다가 외국에서는 많이 사용되는 생리컵의 존재를 알게 됐어요."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탐폰 사용률이50% 이상이다. 그와 유사한 생리컵 역시 사용률이 꽤높은 편. 특히 황 대표는 사용자들의 반응에 주목했다고 말한다.
"외국에서는 생리컵을 써본 사람들의 반응이 좋다, 나쁘다 정도가 아니라 ‘내 인생은 생리컵을 알게 된 이후와 이전으로 나뉜다’고 할 만큼 만족도가 높아요. 이 말도 안 되게 생긴 제품이 인생을 바꿔놓을 만큼 놀랍다니 관심 갖지 않을 수없었죠."
하지만 생리컵을 개발하겠다고 하자 주변인들의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에서는 생리컵의 존재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황 대표는 해외 시장에서 스마트 생리컵을 선보이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거라 확신했다. 그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젊은 창업가들에게 기회의 시기
위험을 기피하는 대신 관리하라"
현재 룬컵은 미국 ‘포춘’, 영국 ‘텔레그래프’ 등 전 세계 주요 미디어 100여 곳에 소개되는등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여성 생리용품의 ‘스마트화’는 헬스케어업계의 혁신으로 평가된다.
룬랩의 다음 목표는 쓸모없는 것이던 생리혈에서 건강 정보를 추출하는 것. 이게 가능해지면 여성은 건강검진을 받지 않더라도 매달 생리혈을 통해 건강 상태를 체크할 수 있다.
룬컵의 미래 가치를 인정하고 투자를 결정한 국내 기업도 있다. "룬랩의 비전에 가장 먼저 관심을 가져준 기업은 SK텔레콤이에요. SK텔레콤의 생활가치 플랫폼을 만들고 있는 티-밸리(T-Valley)는아이디어 초기부터 지금까지 사업 개발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죠."
정부의 다양한 창업 지원제도도 이용하고 있다. 룬랩이 위치한 경기 분당에 문을 연 스타트업 캠퍼스가 대표적이다. 그는 자신이 처음 창업한 때와 비교하면지금은 창업하기 더없이 좋은 시기라고 말한다.
"예전에는 창업하면 괴짜 소리를 들었고 스타트업이라는 단어조차 없었어요. 지금은 전체적으로 창업 분위기가 형성돼 있죠. 창업을 준비하던 저는 대학에서어떤 지원이나 도움을 받지 못해 결국 자퇴를 결심했지만, 지금은 대학이든 정부든 다양한 창업 기회를 제공하고 있어 젊은 창업가들에게 좋은 여건이 마련된 것 같아요."
‘삼포세대’라 불리는 현 세대의 많은 젊은이들에게 황 대표가 마지막으로 이런 말을 전했다.
"‘가장 위험한 것이 가장 안전한 것이다’라는 세스 고딘(마케팅 천재로 불리는 작가이자 기업인)의 유명한 말이 있어요. 저를 움직이게 한원동력이 그 문장에 담겨 있죠. 대부분의 사람들이 위험은 무조건 회피하고 기피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위험을 회피와 기피가 아닌 관리의 대상이라고 생각하면 선택지는 많아집니다. 생각을 조금만 달리하면 더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어요."
글 · 김가영 (위클리 공감 기자) / 사진 · 박해윤 (기자) 2016.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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