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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 격리자들은 외로움과의 싸움에 이어 주변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과도 싸우고 있다. 자가 격리자들을 경계할 필요가 없고 오히려 메르스와 싸운 그들에게 격려와 박수를 보내야 한다.

▷김정환 · 을지대 을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2015년 5~6월. 이전까지 전혀 들어보지도 못한 ‘메르스(중동호흡기질환)’ 때문에 대한민국 전 국민이 움츠렸다. 메르스의 위험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7월 들어 분위기는 확 달라졌다. 새로운 메르스 환자 발생이 거의 없고 우리 사회도 조금씩 평소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다.
국민들은 성숙한 자세로 감염질환에 맞서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혼잡한 공공장소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되도록 외출을 자제하며 메르스 추이를 지켜보았다. 무엇보다도 감염 가능성이 있는 노출자들이 ‘자가 격리’라는 어려운 길을 묵묵히 받아들였다.
자가 격리는 감염 위험이 있는 노출자가 스스로 생활 반경을 자택으로 한정하고 가족 외에는 그 누구와도 접촉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그야말로 고독과 두려움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격리기간 중 증상이 나타나면 즉각 신고를 하고 감염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증상이 언제 생기는지, 혹은 실제로 질병에 걸리는지 불안과 걱정이 떠날 수 없다.
아직도 2000여 명의 자가 격리자들은 외부와 접촉을 단절한 채 고독한 희생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들은 잠깐 바람 쐬러 외출하거나 생필품을 사러 나갈 수도 없다. 심지어 배달 음식도 함부로 시켜 먹을 수 없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독서나 휴대폰, 인터넷 등 소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자가 격리자들은 외로움과의 싸움에 이어 주변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과도 싸우고 있다. 이웃의 냉담한 반응과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에서의 차별, 직장 동료들의 외면 등이 그것이다. 혹시 우리 스스로가 자가 격리자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한다. 자가 격리자는 감염질환을 가진 환자들이 아니다. 감염되지 않았음에도 혹시 감염 가능성이 있을까봐 자신을 희생하는 용기 있 는 우리의 이웃이다.
자가 격리자들은 다음 사항에 유의해야 한다. 자가 격리기간에는 일체 바깥 활동을 하지 않고 집에 머물러야 한다. 만일 몸에 증상이 생겨 의료기관을 방문할 때는 메르스 확진 검사가 가능한 의료기관이나 보건소에 사전에 알리고 방문하되 대중교통을 이용해서는 안 된다. 집에 머무르는 동안 가족들과의 접촉도 최소화해야 한다. 가급적 한 방에서만 기거하고 화장실도 따로 쓰는 것이 좋다. 사용한 마스크나 휴지는 1회용 비닐을 씌운 쓰레 기통에 버리고 흐르는 물에 비누로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
자가 격리자 가족들도 지켜야 할 것이 있다. 최소 인원만 자가 격리자와 같은 집에 거주하는 것이 좋다. 평소 창문을 개방해 환기를 자주 하고 땀, 침, 가래, 콧물 등을 다룰 때는 일회용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하고 즉시 손을 씻어야 한다. 자가 격리자가 사용한 식기, 침구류 등은 철저히 세척하고 집안 곳곳도 매일 깨끗이 청소해야 한다.
아직 메르스가 우리의 위험범위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조만간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 그때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자가 격리라는 힘든 길을 잘 견뎌준 국민 수천 명의 희생이 있었기에 이 땅에서 메르스를 쫓아낼 수 있었음을. 그리고 다시는 자가 격리자가 수천명에 달하는 우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방역체계를 재정비하고 이를 바탕으로 질병에 대한 철저한 대비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글 · 김정환 (을지대 을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201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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