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뉴스
40대 주부 박 모(강원 원주시) 씨는 남편과 이혼한 지 10년이 넘었다. 남편은 이혼 후 양육비를 보내지 않고 있다. 중학교 2학년 아이를 혼자 보살피는 박 씨는 경제적으로 어려워 삶이 고달프다. 박 씨처럼 이혼한 뒤 홀로 아이를 키우는 부모나 미혼모 가운데는 상대방에게 자녀 양육비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양육비를 받을 수 있는데 상대방에게 한 번도 못 받은 경우가 83%, 6명 중 5명이나 된다. 숫자로 치면 40만 명이다.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오른쪽에서 다섯 번째), 이선희 원장과직원들이 3월 25일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조달청에서 열린양육비이행관리원 출범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혼 후 혼자 자녀를 키우는 사람이 전 배우자에게 양육비를 쉽게 받을 수 있도록 돕는 공공기관이 생겼다. 3월 25일 출범한 여성가족부 산하 양육비이행관리원이 그곳이다.
이 기관은 '양육비 이행 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이혼했거나 결혼하지 않은 한부모 가족이 상대로부터 양육비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동안 복잡한 절차와 많은 비용으로 양육비를 포기한 양육 부·모들의 어려움을 덜어주고, 자녀 양육비 확보를 위해 양육비 이행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
양육비 이행 서비스 지원 대상은 양육비를 받지 못한 양육 부·모다. 신청이 많은 경우 저소득 가구를 우선 지원한다.
변호사 등 전문가
양육비 이행 업무 수행
양육비이행관리원은 변호사, 법무사, 채권 추심 경력자 등의 분야별 전문가들이 상근 전담직원으로 양육비 이행 업무를 수행한다. 양육비이행관리원은 출범과 더불어 서울가정법원, 대한법률구조공단,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대한변협법률구조재단 등과 양육비 이행 법률지원 강화에 협력하기로 하고 업무협약을 맺었다.
양육비 이행 서비스는 사례별로 나뉘는데 상황에 따라 우선 전문가의 상담을 받는다. 일차적으로 법적 집행을 하기 전에 전 배우자와 함께 합의 조정하는 일을 해준다. 합의 조정에서 실패하면 구체적으로 소송에 들어가고 경우에 따라 소득 수준을 파악하며 채권 추심까지 진행한다. 한번 집행한 이후에는 자녀가 성년이 될 때까지 조정한 내용이 잘 집행되는지 모니터링도 하게 된다.
양육비이행관리원은 법률 지원 외에 한시적 양육비 긴급 지원과 양육비 이행이 어려운 저소득층 비양육 부·모의 자립을 위한 지원 서비스를 연계한다. 아울러 양육비 이행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한 홍보, 교육, 캠페인을 실시한다.
서울 서초구의 양육비이행관리원을 직접 방문하는 것 외에도 우편으로 상담 신청이 가능하며, 하반기부터는 인터넷(http://www.childsupport.or.kr)으로도 접수할 예정이다. 상담 대표전화는 국번 없이 1644-6621이며, 방문 예약은 02-3479-5529로 하면 된다.
[ 양육비 이행 지원 절차 ]
양육비 상담 신청 → 양육비 관련 상담 → 전 배우자 등에 대한 소득·재산 조사 → 양육비 청구소송 등 법률 지원 → 양육비 이행 강제 → 양육비 이행을 위한 모니터링
"혼자 끙끙 앓았던 가정 커다란 버팀목 역할 다짐"
이선희 양육비이행관리원장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양육비이행관리원이 문을 열자마자 전화통에 불이 났다. 개소 첫날 걸려온 전화 신청이 3631건. 한때 전화 불통 사태를 겪었음에도 사흘 동안 8000건을 훌쩍 넘겼다. 이선희 원장은 그만큼 양육비 문제가 심각하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그동안 양육비는 개인 간의 문제로 치부됐지 국가, 사회적으론 관심이 없었어요. 아이를 홀로 맡은 입장에선 아이랑 사는 게 급하니까 생업이 우선인 거죠. 변호사를 찾는다든지 법원에 가서 소송을 내기 어려운 거예요. 그렇게 홀로 끙끙 앓았던 거죠."
이혼은 시쳇말로 서로 '원수'가 돼 하게 된다. 여기에다 예컨대 엄마가 딸을 맡게 되면 아버지는 '너는 엄마 편이니까 내가 보살필 필요가 없다'라는 감정적인 부분도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이 원장은 이런 까닭에 양육비 불이행 문제가 가중된다고 했다.
"1994년 사법제도 시찰차 독일 뮌헨 법원을 간 적이 있어요. 거기 판사에게 물었죠. 당신네는 이혼이 많은데 어떻게 청소년이 겪는 결손가정 문제가 별로 없느냐고. 돌아온 답이 아무리 부모가 이혼을 하고 재혼을 해도 그 자녀가 만 18세가 될 때까지 국가에서 책임져주니 그렇다더라고요. 어찌나 부러웠던지."
서울가정법원 판사를 지낸 이 원장은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지금에야 우리도 국가가 양육비 문제를 돕는 수준이 됐지만, 그래도 다행이라고 했다. 그는 옛날 마을 공동체에서 이웃 간 다툼을 조정하는 어르신처럼 양육비이행관리원이 중재자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핵가족에다 맞벌이가 많은 요즘에는 자칫 부부 간 큰 싸움이라도 나면 중재자가 없기 때문이다.
"만남을 주선해서 순리대로 합의를 돕고 엄마와 아들, 아버지와 딸이 함께 살지 못하더라도 서로에 대한 원망의 찌꺼기가 남지 않도록 저희가 여러모로 힘이 되면 좋겠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남성이나 여성 어느 한쪽 편을 드는 것이 아니라 한부모 가정의 아이가 건강한 어른으로 자라게끔 일조했으면 해요."
이 원장은 양육비이행관리원을 찾는 사람들이 '그래도 내가 기댈 데가 있구나' 하는 마음을 갖길 바랐다. 그러면서 직원들 역시 일에 지치지 않고 보람을 찾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상담 인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보니 거의 전 직원이 상담에 투입되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주부가 피곤해지면 가정에 웃음이 없어지기 마련이듯 직원이 지치면 아무리 보람된 일이라도 오래 하지 못한다는 게 이 원장의 생각이다.
더불어 상처 받은 사람들에 대한 상담도 잘될 리 없단다. 그래서 이 원장의 어깨가 무겁다. 양육비이행관리원이 한부모 가정의 버팀목이 되길 기대한다.
글 · 박길명 (위클리 공감 기자) 20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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