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뉴스
# 20대 여성 A씨는 감기 기운이 돌자 약국에서 감기약을 구입해 복용했다. 몇 시간 뒤 A씨는 호흡곤란으로 사망했다. 평소 무좀약을 복용하고 있었는데 감기약을 혼용해 부작용이 난 것이다.
치료를 위해 먹은 약이 독이 된 사례는 또 있다. 50대 남성 B씨는 항생제와 진통소염제를 함께 복용했다 뇌에 큰 손상을 입었다. 이 때문에 B씨는 평생 장애를 안고 살게 됐다.
의약품 부작용으로 발생하는 사고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의약품 부작용 신고 건수는 2006년 6239건에서 2010년에는 6만4143건으로 10배 이상 급격히 늘었다. 앞선 사례와 같이 두 가지 이상의 의약품을 함께 복용해 빚어지는 약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의약품 안심 서비스(DUR : Drug Utilization Review)'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에서 실시하는 의약품 안심 서비스는 의약품 처방·조제 시 병용 금기 등 의약품의 안전성과 관련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다. 환자가 여러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을 경우 의사와 약사는 환자가 복용하고 있는 약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잘못된 처방으로 환자가 약물 부작용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는데, DUR를 활용하면 부적절한 약물 사용을 사전에 점검해 적절한 처방을 할 수 있다.
0.4초 만에 투약 정보 조회
충돌약·중복 처방 점검
우선 병원 등 의료기관에서 의약품 처방 시 환자의 정보를 심평원으로 전송하면 심평원에서는 환자별 투약정보 데이터베이스와 DUR 기준을 점검해 그 결과를 다시 처방기관에 전송한다. 처방기관에서는 점검 결과를 바탕으로 처방을 변경하거나 예외 사유를 기재한 뒤 최종 처방 정보를 다시 전송한다. 환자가 최종 처방전을 가지고 약국을 방문하면 약국에서는 다시 한 번 처방전에 기재된 의약품 정보를 심평원으로 전송한다.
조제 단계에서 처방전을 한 번 더 점검함으로써 안전성을 높이는 것이다. 심평원에서는 마찬가지로 환자별 투약 정보와 DUR 기준을 점검한 뒤 그 결과와 처방 단계에서 의사가 기재한 예외 사유를 약사에게 제공한다. 이에 대해 약사가 처방을 변경하거나 예외 사유를 기재해야 할 경우 의사와 사전 협의 후 조제 내용을 다시 심평원에 전송하면 끝이다. 심평원과 의료기관이 정보를 공유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0.4초다.
DUR는 당시 처방받은 약에 한에서만 점검이 이루어지며 2개 이상의 병원을 방문한 경우에 약국에서 처방전 간 충돌약이나 중복 처방을 점검한다. 처방전 없이 일반 약제를 구입할 때도 DUR 서비스를 이용하는 게 좋다. 특히 나이가 많은 환자는 장기간 복용하는 약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일반 약제를 구입하는 경우가 많은데, 처방약과 일반 제약이 충돌하면 경련이나 발작을 일으키고 심하게는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임신 중이거나 다른 병원에서 처방받고 있는 약이 있는 경우에는 반드시 이를 밝히고 DUR 점검을 하는 게 좋다. 심평원 DUR 관리실 오영원 차장은 "환자 스스로도 자신이 복용하고있는 약에 대해 정확히 모를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DUR를 활용하면 의약품 처방·조제 시 약물 부작용을 더 확실히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DUR조회는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만 알면 즉시 가능하다. 만약 약국이 문을 안 열어 정보를 얻기 어려울 때는 심평원 홈페이지(http://www.hira.or.kr)를 이용하면 된다.
심평원은 2015년 8월 현재 총 3만3132개 의약품에 대해 같이 먹으면 안 되는 약(병용 금기), 영·유아 및 노인이 먹으면 안 되는 약(연령 금기), 임신부가 먹으면 안 되는 약(임부 금기), 성분 또는 효능이 중복된 약(효능군 중복)과 투여기간 및 용량에 대해 DUR 점검 기준을 마련해놓고 있다. 2010년 전국적으로 도입된 DUR는 2015년 7월 현재 한의원을 제외한 대상 기관의 99.4%인 7만1320개 기관에서 활용하고 있으며, 지난해 총 11억2000만 건을 점검해 563만 건의 부작용을 예방했다. 직접적인 약제비 절감액만 245억 원으로 추산된다.
메르스 의심 환자 정보 공유
국가 전염병 관리 구실 톡톡
이처럼 실시간 정보 교류가 가능한 DUR 시스템의 특성은 지난번 메르스(중동호흡기질환) 확산 방지에 십분 활용됐다. 의료진이 환자를 진료할 때 해당 환자가 메르스 확진자와의 접촉자인지,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특정 의료기관을 거쳐 방문한 내원자인지, 중동지역 입국자인지 등의 정보를 의·약사의 컴퓨터 화면을 통해 즉시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DUR 시스템을 통해 27만여 명의 메르스 의심자 중 병원을 방문한 환자에 대한 약 4만4000여 건의 정보를 의사에게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메르스가 위세를 떨치던 6월 초 전주에서 의원을 운영하는 한 의사는 "DUR를 통해 메르스 관련 정보를 즉시 확인할 수 있어 진료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이에 심평원 이성원 개발상임이사는 "이 기회에 DUR 시스템을 더욱 발전시켜 국가 차원의 보건 위기 대응을 위한 지원체계 구축에 일조함은 물론 세계적 차원에서 방역체계의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DUR는 헌혈 시 발생할 수 있는 보건 사고를 예방하는 데도 활용되고 있다. 심평원에서는 수혈자가 헌혈 전 먹으면 안 되는 약을 복용한 사실이 있는지 등에 대한 정보를 대한적십자사에 제공함으로써 헌혈 및 수혈로 발생하는 감염병 등을 조기에 차단한다. DUR를 활용한 부적절 헌혈 차단 대상자가 지난해 6500명에 이르며, 이를 통해 부적절 혈액 유통을 86%까지 차단했다.
지난해 9월 발의된 DUR 관련 의료법·약사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의 입법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심평원 오영원 차장은 "의약품 처방·조제 시 DUR 점검은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미점검기관이 발생하는데, 그렇게 되면 DUR의 실효성이 떨어지고 결국 환자의 의약품 안전을 완벽하게 보장할 수 없게 되므로 환자의 안전을 위해 의료기관이 적극적으로 DUR를 활용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심평원은 앞으로 환자가 동의하면 의사와 환자 스스로 의약품 복용 내력을 검색할 수 있는 서비스 도입을 검토할 계획이다.

글 · 조영실 (위클리 공감 기자) 2015.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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