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뉴스
연구개발(R&D)과 사회간접자본(SOC) 등 경제·산업 분야의 예산은 오래 기다려야 효과가 나타나는 특성이 있다.
2013년 기준 투자 규모 세계 6위(542억 달러), 국내총생산(GDP) 대비 투자 비중 세계 1위(4.15%). 지난 10년간 연평균 약 12%씩 국가 R&D 투자를 늘려온 우리나라의 R&D 실적이다. 상근 연구원은 32만 명으로 경제활동인구 1000명당 12.4명에 이른다.
그러나 R&D 생산성이 미국 공공연구소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은 아이러니하다. ‘전략 없는 R&D 투자 확대에 따른 혁신의 위기’가 도래하고 있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큰 틀에서 개혁이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이다.
이에 미래창조과학부는 미래 50년의 R&D 혁신을 창출할 대대적인 시스템 개편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수요자 중심 R&D 생태계를 조성해 ‘연구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는 데 뜻을 모았다. ‘추격자(Fast-Follower)형’에서 ‘선도자(First Mover)형’ R&D로의 근원적 시스템 개혁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한편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SOC 투자 혁신 방안은 민간 참여 확대를 통한 재정 효율화가 핵심이다. 국토교통부는 위험분담형, 손익공유형 등으로 기존 민간투자 방식을 다각화하고 신기술을 활용해 사업비 절감에 주력키로 했다.

▷정부는 산업기술 연구 중심기관을 '한국형 프라운호퍼연구소'로 혁신해 민간 연구 실적과 연계해 정부 지원금을 받도록 할 방침이다. 사진은 지난해 3월 28일 독일 프라운호퍼연구소를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
한국형 프라운호퍼연구소로 혁신 민간 수탁 사업 비중 확대
“연구기관이 창의 촉진보다 ‘세금 사용’에 치중한다는 시각이 팽배하다.”(한국과학기술연구원 오영제 교수)
“시장과 괴리된 SCI(과학기술논문 인용 색인) 중심의 ‘그들만의리그’ 연구 수행이 문제다.”(박희재 국가R&D전략기획단장)
“출연 연구소의 창업은 일 년에 한두 번뿐, 기술을 사업화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최정숙 여성벤처협회장)
“기업 측의 비용 우선 납부를 조건으로 하는 한국과학기술지주 회사의 기술 이전 경비 제도에 의문이 든다.”(이원배 벤처기업 대표)
지난해 11월 13일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R&D 혁신 대토론회’. 국가 R&D 전략의 문제를 지적하는 날선 발언이 오갔다. 이 자리에 참석한 정부, 연구계, 산업계, 학계, 언론계 인사와 대학생들은 개혁의 필요성에 한목소리를 냈다. 특히 정부 지원 시스템 개선을 촉구하는 요구가 잇따랐다. 이날 총 49명의 현장 발언과 서면 의 견 31건, 누리소통망(SNS) 의견 26건은 이번 ‘정부 R&D 혁신 방안’ 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정부는 우선 연구 주체 간 역할 중복에 따른 예산 낭비 등의 비효율 발생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와 민간이 역할을 분담하고 산학연 역할에 차별을 두기로 했다. 정부는 민간이 하기 힘든 장기·기초·원천연구(재난, 우주, 국방, 에너지 등 시장 실패 보완 분야) 및 중소기업 지원에 집중하는 한편 대기업 직접 지원은 지속적으로 축소해 올해 안에 900억 원, 2017년까지 1400억 원을 삭감하기로 했다. 사업공고 시에는 기초·원천·상용화 연구별로 산학연 지원 대상을 명확히하고, 특히 상용화 연구과제의 수행기관을 중소·중견기업으로 하는 방안이 올해 하반기부터 일부 적용된다.
정부 출연 연구소의 높은 정부 재원 의존도는 ‘나 홀로’ 연구를 부추긴다. 2015년 출연 연구소 예산 4조6000억 원 가운데 정부 재원은 88.8%(출연금 43.2%, 정부 수탁 45.6%)에 이르는 데 반해 민간 수탁은 11.2%에 불과하다. 연구과제중심제도(PBS)로 인한 정부 과제 수주 경쟁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출연연, 중소기업 연구소化
수요자 중심 산업 생태계 조성
이에 PBS를 축소하고 민간 수탁 비중을 확대하기 위해 산업기술연구 중심기관이 ‘한국형 프라운호퍼연구소’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독일의 대표적인 정부 출연 연구기관인 프라운호퍼연구소는 전체 예산의 3분의 1만 정부에서 지원받고 나머지는 연구소가 기업 등 에서 직접 조달한다. 응용 기술 연구기관으로서 기업이 시장에 내 놓을 제품 생산 기술을 개발하는데, 민간 과제로 재원의 일정 비율을 충당하지 못하면 정부 출연금을 삭감하도록 해 민간 수탁 비중을 높였다.
정부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한국기계연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전기연구원, 한국화학연구원, 재료연구원 등 6개 산업 지원 연구소에 대한 정부 지원을 민간 수탁 실적과 연계하기로 했다. 올해 안에 민간 수탁 비중을 14.2%까지 확대하고, 2018년에는 21%까지 늘리는 게 목표다. 민간 수탁 실적 우수기관에는 별도 정원 추 가 등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출연 연구기관과 대학은 중소·중견기업 애로기술 해결에 집중토록 해 ‘중소기업 연구소화(化)’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중소기업은 고급 연구인력과 연구장비 등 R&D 역량이 상대적으로 부족한데도 정부 R&D 가운데 출연 연구기관 및 대학과의 협력 연구 비중이 17.6%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출연 연구기관은 연구소 안에 중소· 중견기업 공동 연구실을 확대하고 중소기업 맞춤형 개발 연구과제를 늘리기로 했다. 대학에서는 공대 교수 평가지표에 산학 협력 실적을 추가하고, 대학 R&D 사업 평가지표에는 기업 부설 연구소와 중소기업 기술애로센터 설치 및 지원 실적을 반영키로 했다.
수요자 중심 R&D 생태계를 조성하고 행정적 부담을 완화해 ‘연구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연구단계별 특화 지원 방안도 제시됐다. 기초→원천→상용화 연구가 단계적으로 이어지는 ‘성과 이어달리기’를 활성화한다는 목표다.
우선 기초연구의 경우 연간 5000만 원을 3년간 지원하는 획일적인 소액 기초연구자 지원 제도를 연구자 맞춤형으로 개선하기로 했다. 수학·이론물리 분야의 경우 연구기간은 늘어나고 연구비는 줄어드는 식이다. 원천 연구는 기업 수요를 전제로 한 과제 기획 및 국내외 시장분석을 의무화하고, 상용화 연구는 기업 스스로 과제를 제 시하는 자유공모형으로 전환키로 했다. 2017년까지 중소기업청은 75%, 산업통상자원부는 50%까지 비율을 확대할 방침이다.
연구 목표 조기 달성 또는 달성 불능 시 중지하는 ‘조기 중단’, 목표 수정을 인정하는 ‘목표 변경’ 제도는 도전적 연구를 촉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활용률이 69%에 이르는 논문 건수 중심의 양적 지표 평가는 정성적 동료 평가로 전환하는 등 연구자의 성과 창출을 저해하는 요소를 없애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국가 R&D를 종합적 시각에서 보는 기관과 추진 전략이 없다”는 지적에 따라 R&D 혁신을 강력히 추진하기 위한 정부의 R&D 컨트롤타워 기능이 강화된다. 국가과학기술심의회 사무국을 미래창조과학부 내 별도 조직으로 분리해 ‘과학기술전략본부(가칭)’를 설치하고, 싱크탱크로서 ‘과학기술정책원(가칭)’을 설립키로 했다. 부처별로 분산된 18개 R&D 전문 관리기관을 개편하고 산업계, 시장 중심으로 기획전문가(Project Manager)를 늘려 기획평가에 대한 지원도 강화할 예정이다.

위험분담형·손익공유형 등 SOC 민간투자 방식 다양화
이 같은 혁신 방안을 추진하기 위해 미래창조과학부는 관계부처와 함께 5월 중 정부 R&D 혁신 방안 후속조치 계획을 마련하고, 정부 R&D추진점검단을 구성해 R&D 혁신 과제가 현장에 자리 잡도록 할 예정이다. 7월부터는 점검단의 피드백을 통해 현장에서 본격적으로 제도가 정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사회간접자본(SOC)의 투자 재원을 다양화하고 투자 효율화를 제고하기 위한 담금질에 들어갔다. 복지지출 증가 등으로 어려운 재정 여건 속에서 공기업의 투자 여력을 활용해 정부와 공기업 간의 재원 분담을 합리화하고, SOC 재정투자는 민간자본과 공기업의 역량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내용이다.
우선 공기업의 투자 여력을 활용해 그 역할을 강화할 계획이다. 고속도로 건설 시 도로공사의 참여 비중을 상향 조정하는 식이다.
위험분담형(BTO-rs), 손익공유형(BTO-a) 등의 다양한 민간투자 방식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위험분담형은 정부와 민간이 사업비를 일정 비율로 분담하고 손익도 같은 비율로 나누는 방식이다. 손익공유형은 정부가 재정으로 최소 사업 운영비를 어느 정도 수준까지 지원하되 초과이익이 발생하면 이를 나눈다. 손익공유형 방식 을 적용할 경우 ‘수익형 민간투자 방식(BTO : 민간이 시설을 건설한 뒤 소유권은 국가에 이전, 일정 기간 직접 시설을 운영해 수익을 거두는 방식)’보다 낮은 요금으로 SOC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정부는 시급한 사회기반시설을 조기에 확충한다는 방침이다. 1조5000억 원 규모의 경인고속도로 지하화 사업 등이 이 같은 방식으로 추진된다.
신기술 활용으로 건설·운영비를 절감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저심도 경전철 건설은 사업비를 30%가량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20m 이상 땅을 파야 하는 기존 지하철과 달리 5~6m만 굴착해 철도를 놓는 방식이다. 내년에 본격 착공하는 광주도시철도 2호선이 저심도 경전철로 건설될 예정이다.
또 영상인식 기술로 차량 정보를 파악해 하이패스 기기 미장착 차량도 중간 정차 없이 최종 출구에서 통행료를 일괄 납부할 수 있는 ‘스마트 요금 징수 시스템(무정차 통행료 납부 시스템)’이 도입된다. 이는 민자 고속도로가 노선별로 별도의 요금 징수 시스템을 운영해 수차례 정차해야 하는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내년 서 비스가 시행되면 고속도로 통과 속도 1.8배 증가, 톨게이트당 운영비용 100억 원 절감, 운영인력 50% 감축 등의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글 · 조영실 (위클리 공감 기자) 2015.5.25
K-공감누리집의 콘텐츠 자료는 「공공누리 제4유형 : 출처표시 + 상업적 이용금지 + 변경금지」의 조건에 따라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합니다. 다만, 사진의 경우 제3자에게 저작권이 있으므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콘텐츠 이용 시에는 출처를 반드시 표기해야 하며, 위반 시 저작권법 제37조 및 제138조에 따라 처벌될 수 있습니다.
[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