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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의 근간을 뒤흔든 사건이 발생한 지 석 달이 다 돼간다. 규모 7.8에 이르는 강력한 지진은 수도 카트만두를 비롯해 인근 지역을 무너뜨렸다. 9000명에 가까운 사망자가 발생한 데다, 네팔 가옥 10채 중 2채가 지진 피해를 겪었을 정도로 심각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네팔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강력한 지진이 발생했던 지역이며, 지진이 발생하기 약 한 달 전 프랑스 연구진이 지진 위험을 경고했으나 재정적으로 어려워 미처 대비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지진이 자주 일어나는 또 하나의 나라, 일본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 1995년 발생한 고베 지진 이후 태풍에 잘 버티도록 연약한 기둥을 썼던 가옥을 지진을 버틸 수 있는 내진 설계 가옥으로 바꿨다. 비록 2011년에 규모 9.0이라는, 상식을 뛰어넘는 강력한 지진이 발생해 피해가 컸지만 올해 6월 도쿄에서 진동이 감지될 정도로 강했던 지진은 큰 피해 없이 지나갔다.

일본이 자주 흔들릴수록 우리나라도 지진 피해에서 안전한지 되묻게 된다. 우리나라는 이전까지 대지진으로 피해를 본 네팔이나 일본, 인도네시아, 아이티 등에 비하면 비교적 안전한 곳에 속한다. 지진이 자주 일어나는 곳은 유체 상태인 맨틀이 상승하거나 하강하는 곳으로, 지구의 껍데기인 지각이 맨틀의 움직임에 의해 부딪히거나 갈라지는 곳이다. 이곳을 판의 경계라고 하며, 대지진 피해를 겪은 나라들은 모두 이 부근에 있다. 지각에 있는 지층이 판의 경계에서 맨틀의 움직임에 따라 끊어지거나 충돌하면서 지진이 발생하기 때문.

우리나라는 일본과 가깝지만 판의 경계에서는 멀리 떨어져 있다. 태평양 아래에 있는 판은 일본 동쪽에서 맨틀의 움직임에 따라 지구 내부로 하강한다. 이 움직임이 우리나라 부근에서는 수백~수천 km 지하에서 일어난다. 진원 거리가 멀면 진동이 약해지는 지진의 특성상 판으로 말미암아 지진이 크게 발생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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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 신진수 책임연구원이 전국에서 실시간으로 들어오는 지진계 자료(모니터 왼쪽 상단)와 세계에서 일어나는 지진 상황(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하 에너지 단층대 등
지반 약한 곳 축적했다 발생

그렇다고 우리나라에서 지진이 발생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얼마 전인 7월 4일에도 경북 상주시 남쪽 10km 지역에서 규모 2.0의 지진이 발생했다. 지진이 가진 에너지량을 정의하는 규모 단위는 한 단계 높아질 때마다 전 단계에 비해 에너지량이 10배 높아지는 로그 단위다.

규모 2.0은 매우 미미한 지진이지만 단순히 넘어갈 수만은 없는 일이다. 게다가 기상청에서 본격적인 지진 관측이 시작된 1978년부터 우리나라 지진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엔 지진 관측 이래 역대 4번째로 큰 규모인 5.1의 지진이 충남 태안군 서격렬비도 서북서쪽 100km 해역에서 발생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지진이 일어나는 이유는 명확히 설명하기 어렵다. 판의 경계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명확한 지진 원인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지하에서는 경계가 없이 힘이 계속 전달된다는 것으로 미뤄볼 때 우리나라 주변에서 큰 지진이 일어나면 그 에너지가 지반이 약한 곳에 축적됐다가 한계를 넘어서면 지층이 부러지면서 지진이 일어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반이 약한 곳의 대표적인 곳은 단층대다. 단층대는 크고 작은 단층이 모여 있는 지역을 말하며, 에너지가 축적됐을 때 가장 먼저부서지는 곳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단층대는 부산부터 경주, 영덕을 잇는 양산 단층이다. 신고리 원자력발전소(원전)와 월성원전이 그 위에 있어서 더욱 유명세를 탄 단층대이기도 하다. 아직 까지 우리나라에서 규모 5.3이 넘는 지진이 발생한 적은 없지만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조사에서 잠재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지진 규모는 6.0~6.5에 달할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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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할 수 없는 자연재해
철저한 대비가 최선책

지진과 원전은 최악의 조합이다. 2011년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에서는 원전이 지진해일(쓰나미)에 타격을 입으면서 더욱 피해가 커졌다. 지진을 미리 알고 원전을 정지했다면 좋았겠지만, 지진을 예측하지 못한 일본은 원전 가동을 멈추지 못한 채 해일을 맞았고, 결국 환경적으로도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안타깝게도 지진은 예측이 불가능한 자연재해다. 지진을 예측하기 위해선 지구 전체에서 작게는 수 km, 크게는 수천 km 지하를 24시간 관측해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지진에 앞서 발생하는 다양한 전조 증상을 통해 지진을 예상할 수는 있지만 언제나 들어맞는 것도 아니다. 인류 역사상 정확히 예측해 사람들이 대피했던 지진은 1975년 중국 하이청 지진 단 하나뿐이었다. 그러나 바로 1년 뒤인 1976년에 같은 중국에서 발생한 탕산 지진은 전혀 예상하지 못해 24만 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지진을 예측할 수 없다면 최선의 방책은 지진이 발생해도 문제가 없도록 대비하는 일뿐이다. 벽돌로 만드는 네팔의 전통가옥은 작은 진동에도 산산이 부서지는 건축 구조여서 더욱 피해가 컸다. 압력(미는 힘)과 장력(당기는 힘)에 모두 강한 철근콘크리트 건축구조를 이용했다면 규모 5.0의 지진도 유리창이 깨지는 정도의 피해를 볼 뿐 큰 피해가 없을 수 있다. 건물 골격 구조를 튼튼하게 하는 내진설계 건물은 규모 7.0에도 버틴다.

지진과 궁합이 좋지 않은 원전도 지진에 대비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양산 단층에서 발생할 수 있는 최대 규모 6.0~6.5에 견딜 수 있도록 원전을 건설했다. 올해 약 3년 만에 재가동 승인이 난월성 1호기의 경우 단층대 위에 있는 만큼 더욱 안전에 신경 써 규모 7.0의 지진에도 문제가 없도록 보완했다.

지진 경보체계도 꾸준히 마련 중이다. 전국에서 140개의 지진계가 24시간 진동을 감지한다. 2020년까지 지진이 발생한 뒤 10초 이내에 경보를 발령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개발할 계획이다. 지진 경보가 빠를수록 사람이 대피할 시간이 늘어나는 셈이니, 빠른 경보체계를 갖추는 게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중요하다.

지진은 그 어떤 자연재해보다 빠른 속도로 큰 피해를 준다. 어느 곳에서 발생할지조차 알 수 없다. 과학자들은 지진계뿐만 아니라 인공위성을 이용한 지층 GPS 추적, 지하 5km 깊이에 응력계 설치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지진을 미리 알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 어떤 방법으로도 지진을 예측할 수 없었다. 지구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사는 셈이다. 우리가 지진에 대해 한시도 방심하지 않고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 오가희 (동아사이언스 기자) 2015.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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