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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남매를 둔 유 모(45·서울 강서구) 씨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나 학교폭력 뉴스를 접할 때마다 마음이 심란하다. 부모라면 누구나 그렇듯 아이들의 안전이 걱정되기 때문이다.

 

가끔 아이들과 연락이 안 될 때면 혹시나 하는 불안감에 휩싸이기 일쑤다. 게다가 아이들은 물론 자신도 잘 모르는 긴급전화가 자주 걸려와 불편하다는 게 유 씨의 지적이다. “112나 119는 주입시킨 덕에 아이들이 잘 알지만 그 밖엔 몰라요. 저도 ‘122’라는 해양사고 번호가 있는지 최근에야 알았으니까요.”

 

유 씨처럼 각종 범죄로부터 아이들의 안전을 염려하는 학부모가 늘고 있다. 이에 정부가 학부모의 고민 덜어주기에 나섰다. 정작 급할 때 잘 생각나지 않는 신고번호를 통합한 것. 이에 따라 내년부터 20종에 달하는 긴급 신고전화는 ‘112’와 ‘119’로 통합되고, 긴급출동이 필요하지 않은 각종 민원과 상담전화 등은 ‘110’으로 단일화된다. 국민안전처는 이 같은 내용의 ‘긴급 신고전화 통합방안’을 최종 확정해 1월 27일 발표했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모든 신고전화는 긴급 신고와 비긴급 신고로 구분되어 종류에 상관없이 모든 긴급한 범죄 신고는 112로, 긴급한 재난이나 구조 신고는 119로 통합 운영된다. 또 긴급출동이 필요하지 않은 각종 민원이나 상담전화는 110로 단일화해 필요한 기관에 자동 연결되도록 개편된다.

 

긴급전화

 

국민 대다수

신고전화 통합에 공감

이는 현재 신고전화가 112, 119뿐만 아니라 ‘122(해양사고)’, ‘117(학교폭력)’ 등 20개가 넘어 불편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국민안전처가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최근 설문조사에서도 약 80%의 국민이 신고전화의 수가 너무 많고, 90%는 신고전화 수를 줄여야 한다고 답했다.

 

국민 대다수가 신고전화의 통합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것이다. 내년에 신고전화가 통합되면 범죄 분야 긴급 신고전화는 112로 한데 묶인다. 대상 번호는 범죄 112, 미아 182, 범죄·검찰 1301, 불량식품 1399, 학교폭력 117, 여성폭력 1366, 청소년 상담 1388, 노인학대 1577-1389, 자살·정신건강 1577-0199, 군 위기·범죄 1303, 밀수·관세 125, 사이버 테러 118 등이다.  

이와 함께 재난·구조·구급 119, 해양사건·사고 122, 재난 1588-3650, 환경오염 128, 가스 1544-4500, 전기 123·1588-7500, 수도 121 등 재난 분야 긴급 상황은 모두 119 하나로 신고할 수 있다. 아울러 112와 119를 구분하기조차 어려운 급박한 상황에서는 112나 119 구분 없이 신고할 수 있다.

 

신고한 내용은 새롭게 도입되는 112, 119 연계시스템을 통해 실시간으로 공유돼 반복 신고 없이 소관기관으로 즉시 전달된다. 또 긴급한 대응을 요하지 않는 각종 행정, 요금, 범칙금, 생활민원 등 일반민원과 청소년, 여성, 노인, 정신건강 등 전문상담은 정부 대표 민원전화인 110으로 단일화된다.

 

개별 민원·상담번호를 아는 국민은 종전 번호로도 이용이 가능하다. 일단 긴급 신고전화 통합에 대한 국민 반응은 아주 좋다. 일하는 엄마 박민숙(38·여·부산 남구) 씨는 “번호가 통합돼 아이들이 쉽게 외울 수 있어 엄마 입장에서 교육하기도 좋다”며 “신고전화 통합 제도가 빨리 시행됐으면 한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긴급전화

 

철저한 현장조사

차질 없이 통합 추진

국민안전처 안전제도과 강진모 사무관은 “긴급 신고전화 통합은 세계적인 추세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신고전화를 통합하지 않은 나라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노르웨이, 이스라엘, 멕시코, 칠레 6개국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미국의 경우 ‘911’에서 모든 긴급 신고를 처리하며 민원, 상담전화는 ‘311’로 통합 운영하고 있다. 영국 역시 긴급 신고전화는 ‘999’, 민원·상담전화는 ‘101’로 단일화해 운영 중이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그동안 논의 과정에서 범죄·재난 긴급전화를 119 단일번호로 통합하는 방안도 유력하게 검토됐다. 하지만 여러 가지 문제점을 고려해 112, 119 번호체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됐다. 국민안전처는 이와 관련해 112와 119 모두 인지도가 99%로 오랜 기간 국민에게 익숙해 둘 중 하나의 번호를 없앨 경우 오히려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통합을 하면 대형사고가 발생할 경우 통화량 폭주현상이 우려되는 반면 112, 119 복수 신고전화를 운영하면 상호 보완성 확보로 긴급신고 처리의 안정성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은 “이번 신고전화 통합으로 긴급 신고체계에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됐다”면서 “안전을 바라는 국민적 염원을 담아 철저한 현장조사와 준비로 통합작업을 차질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민안전처는 올해 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통합작업을 추진해 내년부터 새로운 신고체계를 운영할 계획이다.

 

 

· 박길명 (위클리 공감 기자) 20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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