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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은 한·일관계는 이제 양자적 차원을 떠나 지역적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한·일관계의 현안을 동아시아 평화 구상 차원에서 접근하는 파격적 방법이 유효할 수도 있다.
▷김태현 중앙대 교수(국가대전략연구소장)
지난 50년간 한·일관계엔 굴곡이 많았다. 역사의 굴곡과 애증이 교차된 국민 감정을 반영해 예상치 못한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큰 요동을 치곤 했다. 그래도 길게 볼 때 대체로 낙관적 기류가 지배적이었다. 냉전 과정에선 미국을 고리로 한 안보 협력이 자리를 잡았다. 우리 경제가 성장하고 세계 경제가 통합되면서 양국 경제는 상호 의존적으로 됐다. 정보통신기술(ICT)의 혁명적 진보에 힘입어 ‘한류’로 대표되는 사회문화적 교류가 확대되면서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믿었다.
지금의 흐름은 그 같은 낙관을 무색케 한다. 종군위안부, 역사 문제 등 현안이 해결되지 않고 표류하는 가운데 상호 불신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는 양국 간 교류에도 악영향을 끼쳐 상호 방문자 및 교역량 감소로까지 이어 졌다. 감정의 문제는 이제 실질적 상호의존의 축소로까지 연결되고 있다.
문제는 현 상황이 돌출적 사건에 대한 감정적 대응에서 야기되던 과거의 패턴과 다르다는 데 있다. 그 근저엔 중국의 부상으로 촉발된 지역 차원, 나아가 세계적 차원의 구조 변화가 있다. 따라서 돌출 사건이 무마되고 감정이 가라앉으면 사그라지곤 하던 과거의 패턴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즉, 양자적 현안을 더 이상 양자적으로 풀 수가 없게 된 것이다.
위안부, 과거사, 영토 문제는 한·일 양국이 긴 세월을 두고 씨름해야 할 족쇄지만 해결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그 위에 전략적 차원의 입장 차이가 덧씌워져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이 지금의 현상이다. 따라서 한·일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키려면 더 크고 창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첫째는 중국 문제다. 중국의 부상은 기회와 위협을 동시에 제기한다. 그에 대한 한·일 양국의 입장 차이는 정도의 차이지 종류의 차이는 아니며, 실질의 문제가 아니라 인식의 문제다. 바로 그 간극을 좁히기 위해 한·중·일 3국 회의를 제도화했다. 2012년 이래 3년째 열리지 않는 3국 정상회담을 다시 열 때가 됐다.
둘째, 미국의 문제는 되레 쉽다. 한국과 일본은 미국의 동맹국이다. 중국은 냉전용 동맹이었던 한·미동맹의 지속이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믿는다. 한·미 양국은 한·미동맹을 탈냉전시대 포괄 동맹으로 새로 자리매김하고자 한다. 북한의 도전은 여전히 중요한 사안이지만, 그것은 이제 한국의 국가 안보에 대한 도전이기 전에 지역 안보에 대한 도전으로 인식된다.
오늘날 동아시아 안보 질서를 조망하면서 냉전적 질서의 재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그런 견해는 두 가지 점에서 잘못이다. 첫째, 군사적 대립의 중요성이 낮아지고 경제적 상호의존이 크게 증대한 현실을 간과하고 있다. 둘째, 현실과 동떨어진 담론 체계를 확대재생산함으로써 국제 안보 문제에 대한 인식과 정책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박근혜정부는 지역 내부의 경제뿐아니라 안보의 상호의존에 주목해 ‘동아시아 평화 구상(동평구)’을 제시하고 추진해왔다. 6월 22일로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은 한·일관계는 이제 양자적 차원을 떠나 지역적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한·일관계의 현안을 동평구 차원에서 접근하는 파격적 방법이 유효할 수도 있다.
6월 22일 서울과 도쿄에서 동시에 열린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 기념 리셉션에서 한·일정상이 교차 참석한 것은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한 낭보다. 이것이 미래지향적이고 발전적인 한·일 관계를 새롭게 여는 단초가 되길 기대한다.
글 · 김태현 (중앙대 교수·국가대전략연구소장) 2015.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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