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뉴스
“어르신, 약 드실 시간이에요. 병원에서 소염제랑 두통약 챙겨왔어요. 팔에 냉찜질도 하셔야죠. 투석한 데가 부어 있어요.”
“자네 아니면 내가 어찌 지냈을꼬.”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사는 이정애 할머니는 올해 86세다. 고혈압, 심근경색, 신부전증, 요추 디스크를 앓고 있다. 9년 전 남편과 사별한 후 홀로 살면서 말수가 줄어들고 기억력도 나빠졌다.
그런 할머니에게 소중한 동반자가 있다. 요양보호사 박혜순(60) 씨. 요리나 청소 등 집안일부터 목욕, 통원 치료, 운동 보조 등 모든 것을 꼼꼼하게 챙기는 박 씨를 두고 이 할머니는 “자식보다 낫다”고 말한다.

할머니와 박 씨를 맺어준 것은 ‘노인장기요양보험’.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운영하는 이 제도는 고령이나 치매, 중풍 등 노인성 질병으로 혼자 생활하기 어려운 노인에게 가정이나 요양기관에서 서비스를 제공한다.
서비스는 장기요양보험료,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부담금, 본인 일부 부담으로 운영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가정에서 돌보는 재가급여는 장기요양급여 비용의 15%, 시설급여는 20%로, 이 할머니는 매달 12만~13만 원의 이용료를 내고 있다.
이 할머니의 자식들은 재가 서비스를 신청해 2013년 7월부터 할머니를 수급자로 등록시켰다. 할머니는 ‘일상에서 부분적으로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상태’로 장기요양 3등급을 받았다. 한 달 21일, 하루 4시간 박 씨는 할머니의 식사와 건강, 위생에 관한 모든 것을 책임지고 매일 기록한다.
박 씨가 할머니 집에 방문하는 시간은 오후 2시. 이 할머니는 오전 내내 TV를 보며 무료하게 지내다 초인종 소리가 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아이고, 오늘도 수고하네.”
“할머니 점심 드셨어요? 오후 4시에 운동 나가셔야죠.”
할머니는 박 씨와 매일 탄천 주변을 한 시간 반 동안 걷는다. 불편한 몸이지만 추운 겨울에도 매일 운동을 거르지 않는다.
박 씨는 “재작년 처음 운동을 도와드릴 땐 얼마 못 가 자주 쉬셨는데, 이제는 두세 번만 쉬고 걸으세요. 체력도 좋아졌지만 건강에 대한 의지가 그만큼 강해진 것”이라며 뿌듯해했다.
혈액 투석 보호자 때론 최고의 말벗으로
할머니에게 가장 힘겨운 시간인 혈액 투석 치료 때도 박 씨는 곁을 지킨다. 일주일에 두 번, 기계로 피의 노폐물을 제거하는 투석은 할머니가 감당하기 쉽지 않지만 피할 수 없는 치료다. 4시간 만에 병원 침대에서 내려오는 할머니는 기진맥진해 몸을 가누기도 힘들다. 이런 날은 박 씨가 말을 걸어도 대답할 힘조차 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노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정서적 안정감이다. 박 씨는 내성적인 할머니가 말을 많이 하고 자식 자랑도 마음껏 하도록 분위기를 이끈다. 박 씨는 “옛 이야기는 저에게 더 잘 하신다. 자식에겐 부담이 되거나 고리타분한 말씀이지만 제겐 그렇지 않기 때문”이라며 “‘남’인 도우미가 역설적으로 자식보다 가까운 존재가 되는 순간”이라고 했다.
이 할머니의 아들 이정익(48) 씨는 “요양 서비스를 받는 날엔 어머니의 통화 목소리가 밝다”며 고마워했다. “자식인 저희보다 어머니를 잘 돌봐주셔서 다행입니다. 요양이나 치료에 대한 전문적 능력을 갖춰 신뢰감도 가고요.”
수급자에게 아쉬운 부분은 요양보험 등급에 따라 돌봄의 시간과 일수가 제한된다는 점. 추가 비용을 내고 야간보호를 따로 신청하면 최대한 서비스를 받는 시간은 오후 10시까지다. 그래서 홀몸노인의 경우 밤늦게 응급 상황이 발생해도 옆에서 도와줄 사람이 없다.
이정익 씨는 이에 “시간을 연장하거나 24시간 핫라인이 개설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요양보호사들의 고충도 있다. 박 씨가 소속된 K복지재단 사회복지사 전은영(57) 씨는 “수급자가 요양보호사를 비인격적 대우를 하는 일이 발생한다. 치매 노인의 경우 물건이 없어지면 요양보호사가 훔쳐갔다고 의심하거나 때리며 욕설하는 경우도 있다”고 토로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장기요양기관종사자의 고충을 상담하며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갈 길이 멀다. 전 씨는 “요양보호사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의식을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급자와 요양보호사의 매칭 시스템도 개선될 필요가 있다. 기호가 까다로운 노인의 경우 요양보호사를 교체해달라는 요구가 잦기 때문이다.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의 2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2026년까지는 10여 년이 남았다. 노인장기요양보험과 같은 제도가 소외되고 빈곤한 노인 계층에 더 확대돼야 행복한 선진사회도 보장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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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장기요양보험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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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등급으로구분…시설·재가요양신청가능 |
글 ·김지현 (주간동아 객원기자) 2015.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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