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뉴스

두 돌 지난 아들을 방치해 숨지게 하고 시신을 유기한 20대 아버지가 4월 12일 대구에서 긴급 체포됐다. 경제적 이유로 아내와 별거하게 된 이 아버지(22)는 아이를 집에 혼자 둔 채 두 달여를 PC방을 전전하며 2~3일에 한 번 정도 들어와 음식을 주고 다시 외출하길 반복했으며, 아이는 3월 초 결국 사망했다.
아이 시신을 주택가 골목길에 유기하는 장면이 CCTV에 포착되면서 학대 사실이 드러난 이 아버지는 살인 혐의로 구속됐다.
울산과 경북 칠곡에서의 아동학대가 국민의 공분을 부른 지 얼마 안 돼 또다시 많은 국민을 분노케 한 사건이었다. 더욱이 피해 어린이가 만 3세도 되지 못한 영아라는 점에서 더욱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2012 전국 아동학대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아동학대로 사망한 어린이 10명 중 6명이 3세 이하 영유아였다. 특히 만 1세 미만이 3명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이 만 3세 2명, 그리고 만 2세·4세·5세·7세·13세로 미취학 어린이가 10명 중 8명이었다.

전체 아동학대 피해 어린이들 가운데 ▶1세 미만은 5.3퍼센트 ▶1~3세는 11.6퍼센트로 3세 이하가 전체 피해 어린이의 16.9퍼센트에 불과하지만 아동학대 사망자에 있어서는 3세 이하가 60퍼센트에 달하는 것이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김기해 과장은 “교육기관에 입문하기 직전인 만 3세 이전의 경우 외부 환경에 노출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을 뿐 아니라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데 한계가 있어 아동학대가 발견되지 않을 위험이 있다”며 “특히 영아의 경우 신체 및 정신적 발달이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아동학대가 가해지면 사망으로 이어지는 등 그 피해는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영아 방임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2011년 아동학대로 사망한 13명 가운데 만 2세 이하 영아가 5명이었다. 이 연구는 2011년 이전의 3년간 통계에서 학대로 사망한 영아의 학대 유형 중 ‘방임’이 50퍼센트 이상을 차지했다고 지적하고 “영아의 방임은 생명과 직결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PC방에서 게임을 하다 두 살 아들을 돌보지 않아 죽음에 이르게 한 사건은 전형적인 영유아 방임 사례다.
다른 아동학대와 마찬가지로 영유아 학대 가해자 중 친부모 비중이 가장 크며, 부모의 경제적 어려움이 영유아 학대로 이어지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다만 전체 아동학대 가해자 연령이 40대가 절대 다수인 데 비해 영아 가해자는 30대가 가장 많으며, ‘유기’의 경우 10대, 20대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연령대를 미취학 어린이로 높여 보아도 아동학대로 인한 사망위험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등이 공동으로 쓴 ‘아동학대 사망사례의 예측요인’ 보고서에 따르면 2002~2011년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접수된 아동학대 사망사례 74건을 분석한 결과 전체 아동학대 사망사례의 73퍼센트(54건)가 6세 이하로 나타났다. 특히 1세 미만이 20건으로 가장 많았다.
부모 외 보육기관 교사·돌보미도 학대방지 교육 필요
의사 전달이 어려운 2세 이하 영아에 대한 아동학대가 증가 추세라는 점도 우려된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파악한 아동학대 사례 가운데 영아 대상 학대 사례는 기관의 공식 집계가 시작된 2001년 10.6퍼센트에서 출발해 2006년 6.3퍼센트까지 낮아졌으나 ▶2007년 6.5퍼센트 ▶2008년 7.7퍼센트 ▶2009년 8퍼센트 ▶2010년 9.4퍼센트 ▶2011년 11.7퍼센트 ▶2012년 12.7퍼센트로 지속 증가해 왔다. 최근에는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보육기관 교사나 돌보미에 의한 폭력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지난 5월 1일 춘천지법원주지원에서는 생후 17개월 된 여아를 때린 혐의로 구속 기소된 50대 여성 돌보미에게 징역 5년의 중형이 선고됐다. 춘천지법원주지원 제1형사부는 판결문에서 “아동학대는 일방적인 폭력으로 해당 아동에게 정신적 상처는 물론 목숨까지 위협할 수 있는 중대한 범죄행위에 해당한다”며 중형을 선고한 이유를 밝혔다.
이 여성 돌보미는 맞벌이 부부가 맡긴 아이를 돌보던 중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손바닥으로 머리를 수차례 때려 혼수상태에 빠지게 한 혐의로 지난해 11월 구속 기소됐다.
지난해 부산의 한 공립 어린이집에서도 2세 영아를 상습적으로 폭행한 혐의로 보육교사가 경찰에 체포됐고, 올해 5월 9일에는 광주광역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내 차량에 2세 여아가 방치된 것을 119구조대가 출동해 구조했으며, 몸 곳곳에 멍이 있고 어깨뼈 골절 흔적이 발견돼 경찰이 학대 혐의로 여성 돌보미를 조사 중이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장화정 관장은 “영아를 대상으로 발생하는 방임의 경우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상흔은 없으나 어린이의 성장 및 발달에 있어 매우 치명적”이라며 영유아기 어린이를 양육하는 가정을 대상으로 ‘고운맘카드’ 발급이나 예방접종 시 아동학대 내용을 포함한 부모교육을 실시하는 등 아동학대를 조기에 발견하고 예방할 수 있는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또한 어린이에 대한 보호·교육 의무가 있는 사람들에 의한 학대는 부모에 의한 학대 이상으로 어린이에게 큰 상처와 후유증을 남길 수 있으므로 체계적인 관리·감독과 함께 바람직한 훈육방법에 대한 교육을 집중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어릴수록 단 한 번의 학대에도 취약하다는 점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2012년 아동학대 사망사건 10건 가운데 일회성 학대로 사망에 이른 경우가 4건으로 가장 많았다. 지속적인 학대만이 치명적인 것이 아니라 사소한 학대로도 죽음에 이를 수 있다. 스스로는 아프다 말도 못하는 여린 꽃잎들, 정말 꽃으로도 때리지 말아야 한다.
글·박경아 기자 2014.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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