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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의 해석 기다리는 모호한 표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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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과 감각의 영역과 의미 사이의 끝없는 ‘틈’을 여행하는 예술가.”

한국 현대미술의 대표 작가이자 요절한 설치미술가 박이소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다. 10주기 유작전 <아무것도 아닌 것을 위한 어떤 것(Something for Nothing)>이 열리고 있다. 2011년 <개념의 여정>에 이은 두번째 유작전이다.

박이소는 2002년 ‘에르메스 미술상’을 수상하며 미술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다가 2년 뒤 심장마비로 생을 마감한 천재 미술가이다. 대안 미술 공간 운영자이자 ‘바보서체’로 잘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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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에서는 미공개 작품을 포함해 설치, 회화, 조각, 비디오 등 40여 점을 선보인다. 작품들은 친숙한 재료로 구성됐지만 표현은 난해하다. 긴 유리컵 속에 나무로 만든 야구 방망이를 집어넣어 두는가 하면 흰 종이에 간장·콜라 등으로 별을 그려 동·서양 미술의 경계를 허물기도 한다.

작품 ‘애즈 언 이스케이프(As an Escape)’는 각목과 비닐을 사용해 만든 통로다. 안과 밖이 잘 구별되지 않는 싸구려 투명 비닐로 마치 공사판을 연상케 한다. 벽을 향해 돌아가는 선풍기 역시 무질서와 혼돈, 불연속의 우연 등 세상사와 예술창작의 한계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바닥에는 개가 그릇에 담긴 물을 먹어대는 비디오 영상이 끝없이 반복된다. 10여 대의 대형 조명이 흰색 벽을 비추는 작품에는 ‘당신의 밝은 미래’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어떤 명확한 단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작품들은 긴 여운을 남긴다. 모호한 표현 속에 관객들의 해석을 기다리는 전시다.

글 ·박지현 기자 2014.04.28

기간 6월 1일까지
장소 서울 종로구 소격동 아트선재센터
문의 ☎ 02-739-70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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