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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 하면 떠오르는 고장이 경북 의성이다. 의성군 의성읍에서 마늘농사를 짓는 정연숙(63·업1리) 씨는 남편 배규화(66) 씨와 함께 시어머니(84)를 모시고 산다. 자식들은 장성해 집을 떠나고 부부에게는 차가 없다 보니 고령의 시어머니를 모시고 읍내 병원에 다녀오는 일이 보통 힘든 것이 아니다.

“버스 정류장이 걸어서 한참인데, 시어머님이 걷기 힘들어하시니 하는 수 없이 택시를 불러요.” 읍내까지 택시요금이 왕복 2만원, 한푼이 아쉬운 농가에서 적지 않은 돈이다. 그리고 고령에 병원이 어디 한번 가고 말 곳인가.

그런데 얼마 전부터 정 씨가 사는 마을에 농촌버스요금(왕복 2,400원)만 내면 이용할 수 있는 ‘행복택시’가 들어와 한시름 덜었다. 의성군이 지난 8월부터 농어촌버스 승강장에서 1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군내 58개 마을을 대상으로 마을당 한 달에 6~8회 버스요금만으로 택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 행복택시를 운영하면서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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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씨는 마을로 들어오는 행복택시를 보고 활짝 웃었다. “약속된 시간에 마을 안까지 택시가 들어오니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 다니기가 정말 편해졌어요.”

업1리경로회관 앞에 차를 댄 택시 전면에 ‘행복택시 참여차량’이란 배너가 눈길을 끈다.택시기사 임창호(63) 씨는 이 마을 주민이기도 하다. “말이 의성읍내지, 우리 동네같이 교통이 불편한 곳도 많지 않아요. 제겐 약간의 고정 수입이 생기고, 마을 어르신들이 좋아하시니 제 기분도 좋지요.”

의성군은 대중교통이 취약한 농촌지역의 교통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 2월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농촌형 교통사업 발굴모델 공모신청을 받는다는 소식을 듣고 의성군 사정에 적합한 ‘택시형 모델’로 신청했다.

김주수 의성군수는 “의성군은 5만6천명의 군민 중 65세 이상 어르신이 34.3퍼센트로 전국에서 두번째로 고령화율이 높은 지자체이며 보호가 필요한 어린이, 장애인 등이 많아 농어촌버스가 다녀도 탑승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택시모델을 도입한 배경을 설명했다.

이를 감안해 농어촌버스 운행횟수가 너무 적거나 승강장으로부터 1킬로미터 이상 거리인 58개 마을을 대상으로 운송 수요가 집중되는 장날 등에 부정기적으로 운행하는 택시모델을 공모사업에 접수했다.

운행 시기·구간 등 모든 사항 주민 자치로 결정

농식품부는 버스가 사실상 농촌지역의 유일한 교통수단이지만 인구 감소로 버스마저 끊기는 마을이 늘어나 대중교통이 취약한 점을 감안해 국토교통부, 지자체, 주민이 협력하는 농촌형 교통서비스를 제공하는 농촌형 교통모델 발굴사업을 추진해 올해 초 13개 지자체를 사업 대상으로 선정했으며, 9월 말 현재 의성군 등 4곳에서 농촌형 교통모델을 운영 중이다.

행복택시를 운영하는 의성군을 비롯해 춘천(버스형), 부안(택시형), 무안(택시형) 등에 2014년부터 2년간 차량유지보수, 운행손실보상, 유류비 등 교통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비용이 지원된다. 농식품부가 사업을 주관하고 농어촌희망재단이 사업을 시행하며 국토부는 관련 법인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을 개정했고(올 1월) 지자체는 조례 제정, 운영관리 등을 담당한다. 운행시기·구간 등 버스 혹은 택시를 어떻게 운영할지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운영하는 것은 주민들이 맡는다.

지난 8,9월 두 달간 행복택시 이용자는 약 3천명이다. 버스 정류장에서 멀고 읍내까지 나오는 데 택시요금 부담이 큰 마을일수록 주민들이 느끼는 체감효과가 크다. 의성읍내까지 왕복 택시비가 4만8천원가량 나오는 안사면 월소리의 행복택시 담당 주민 유병하(56) 씨는 “읍내까지 택시비가 많이 나오는 동네이다 보니 택시 타려는 분들이 정원(4명)을 넘길 때도 있지만 그럴 때에는 사정이 더 급한 사람에게 양보해 가며 순탄하게 운영하고 있다”

고 전했다. 유 씨는 “연말에는 마을 어르신들과 함께 회의를 열어 올해 운영경험을 바탕으로 내년에는 어떻게 운영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성군은 행복택시 혜택을 받지 못하는 주민들이 불만을 갖지 않도록 버스 정류장과 마을까지의 거리를 일일이 측정했다.

마을마다 돌며 거리 측정을 했다는 경제지원과의 박래건 씨는 “처음 행복택시를 운영할 때는 버스요금이면 되니 택시 타고 읍내 나오려는 사람들이 너무 많지 않을까 걱정했으나 실제로는 택시 정원을 다 채우지 못하는 경우들도 있다”며 “할매들에게는 2,400원도 큰돈이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농식품부 농촌정책과 김정희 과장은 “관련부처 간 협업을 통해 교통 여건이 열악한 농촌마을을 위한 농촌형 교통모델 발굴·확산, 농촌 공동시설을 활용한 보건·복지·문화 서비스 제공, 찾아가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농업인 행복버스 운영, 에너지 확충 등이 진행되고 있다”며 “ 앞으로 지역에서 필요한 다양한 서비스를 연계해 농촌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게 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과 사진·박경아 기자 2014.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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