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뉴스

#2011년 보 관리용으로 준공된 고령군과 달성군 사이의 우륵교 차량 통행을 놓고 양 군민간의 갈등이 급속도로 커졌다. 그러나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에 공식적으로 민원이 제기되지 않아 권익위가 중재에 나설 수 없는 상태였다. 2년 뒤인 2013년 12월 정식으로 권익위에 민원이 접수되면서 권익위는 2014년 9월 대체도로를 조기 개통하는 방안을 제기했다. 경북·대구시·고령군·달성군 등 관련기관이 참여하기로 해 3년 묵었던 오랜 갈등의 매듭이 풀릴 수 있었다.
#2012년 12월 13일 대법원은 한전의 새만금 송전선로 설치 사업추진에 대해 위법 부당성이 없다고 판결을 했다. 하지만 주민들의 반발은 거셌다. “한전의 송전선로 설치가 주민들의 재산과 건강에 피해를 끼친다”는 이유였다. 그러면서 권익위에 송전선의 노선 변경 요구 민원을 제기했다. 권익위는 사업추진에 위법성이 없지만 주민들의 의견과 한전의 입장을 조율해 2013년 12월 민원을 해결했다.

최근 국민권익위원회에서 해결한 집단민원 갈등 조정의 사례다. 권익위는 집단민원을 보다 적극적이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해결하고자 ‘집단민원의 조정에 관한 법률(안)’ 제정을 위한 공청회를 열었다. 지난 9월 26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공청회를 통해 각계 전문가들이 집단민원 조정에 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2010년 삼성경제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7개 OECD 국가 중 두번째로 사회 갈등이 심한 국가다. 이에 따른 경제 손실만 해도 연 246조원에 달한다.
집단민원은 불합리한 행정제도로 인해 다수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불편을 주는 사항에 대한 민원이다. 권익위에 제기되는 집단민원의 51퍼센트가 ‘교통도로’ 분야와 ‘도시수자원’ 분야로 주민들의 삶에 밀접한 경우가 많다.
또 집단민원은 공통의 이해관계를 가진 2인 이상이 제기하는 것으로 높은 전문성과 이해당사자 간의 세밀한 조율이 문제 해결의 관건이 된다.
문제는 해결이 빠르지 않다는 것. 권익위에 접수된 집단민원 건수가 2011년 285건, 2012년 360건, 2013년 362건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반면 처리 시간은 고충민원 처리보다 훨씬 더 오래 걸려 해결점을 찾는 게 쉽지 않았다.
지난해 조정한 집단민원 43건의 평균 처리기간은 137.5일로 고충민원 처리의 7.6배였다. 집단민원이 발생하기 전 권익위가 개입할 수 없고 민원 이후에 늘 수동적으로 개입할 수 없는 문제 때문이었다.
현행 제도는 집단민원이라는 고유 특성을 반영하지 못해 개인의 고충민원과 같은 방식으로 해결해야 했고, 갈등이 사회적으로 크게 확산돼 심각해진 후라 해도 권익위로 민원이 정식으로 제기되지 않는 한 조사할 수도 없었다. 또 일부 특정분야의 민원들에만 조정제도가 활용되고 조정경험들이 개별적으로 운영되는 데 따른 비효율도 문제였다. 이에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국조실은 컨트롤타워·권익위는 실무 수행” 제안
집단민원 조정에 대한 입법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5년에는 ‘공공기관의 갈등관리에 관한 법률’, 2010년에는 ‘사회통합을 위한 정책갈등 관리법’, ‘공공정책갈등예방 및 해결을 위한 기본법’이 있었고 지난해에는 ‘국가공론화위원회 법안’이 있었지만 모두 법제화로 이어지지 못했다. 한편 이번 법률 제정 공청회는 처음으로 조정제도를 직접 운영하는 기관의 입장이 반영돼 그 의미가 더 크다.
권익위가 추진하는 ‘집단민원의 조정에 관한 법률(안)’은 조정제도의 중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하자는 내용이 골자다. 정태용 아주대학교 교수는 법률안의 특성을 조목조목 짚어가며 중요성을 설파했다.
정 교수에 따르면 이 법률안에 “집단민원의 특성에 따른 다양한 이해관계인의 의견을 조정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조정인’제도를 두자”며 “집단민원에 관계된 행정기관이 의무적으로 조정에 참여하도록 해 보다 신속하게 사전예방적인 조정이 가능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집단민원이 사회적 갈등으로 심화되기 이전에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사전조사에 의한 조정제도를 뒀다”고 소개했다.
또 김해룡 한국외대 교수는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존재하는 것에 대비해 중요 이해관계자를 직권으로 대표자로 선정할 수 있는 ‘선정대표자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심준섭 중앙대 교수는 “여러 행정기관 관련 민원에서 중립성과 전문성을 담보할 수 있는 기관은 권익위에 국한된다”고 주장하며 “국무조정실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권익위가 실무기관의 역할을 수행하여 부처 이기주의를 극복하고 부처 협업을 이끌어내는 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글·박지현 기자 2014.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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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