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뉴스

“인재들이 오지 않는다.” 게임을 비롯한 소프트웨어(SW)업계의 고민이다. 강신철 네오플 대표는 ‘규제개혁 끝장토론’에 나와 “(중국과 미국, 유럽 등 해외시장은 커지는데) 안으로는 규제 정책으로 인해 우수 인재 영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조현정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장 역시 “턱없이 낮은 낙찰가로 소프트웨어 비용을 지불하다 보니 기업은 저가 인력이나 계약직을 쓰고, 개발자는 스스로 3D업종이라고 폄하하며 업종을 기피한다”고 말했다.
문제점은 같지만 이들이 내세운 해결책은 서로 상반됐다. 게임업계는 게임 셧다운제 등 규제 완화를 요구했다. 반면 소프트웨어업계는 토양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규제 정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강신철 네오플 대표는 게임업계 최고경영자(CEO)를 대표해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냈다. “국내 시장이 외산게임에 잠식당하고, 규제 일변도 정책으로 산업이 생명력을 잃어가고 있다”며 “규제의 도화선이 된 것은 셧다운제이며, 온라인게임 규제 종주국이라는 비아냥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강제적 셧다운제는 16세 미만 청소년의 심야(오전 0~6시) 게임 접속을 금지하는 제도다.
2011년 국회에서 통과된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에 따라 같은 해 11월부터 시행 중이다.

게임업계 “셧다운제는 부적절한 규제일 뿐”
여성부 “게임산업을 선한 산업으로 만들 것”
네오플은 넥슨코리아의 자회사로 온라인게임 ‘던전앤파이터’를 개발, 중국에 수출해 큰 인기를 얻었다. 강 대표는 “ 2009년에 3만개가 넘었던 게임업체 수는 불과 4년 만에 반토막 수준으로 줄어들었다”며 “급기야 최근에는 국회를 중심으로 게임이 마약이라는 규제입법 논의까지 진행되면서 업계 종사자의 사기는 곤두박질쳤으며, 기업 가치 역시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게임업계에서는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했다’는 반응이다.
게임컨설팅업체인 ‘와일드카드’ 김윤상 대표는 “일본·홍콩·영국 등 많은 나라에서는 게임산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키우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도박·갬블링 등과 같은 개념으로 생각해 푸대접한다”며 “출신 배경을 떠나 능력만 있으면 성공할 수 있는 분야임에도 잘못된 인식과 과도한 규제 탓에 인재들이 발길을 돌린다”고 말했다. 그는 “게임이야말로 스토리와 예술·음악·기술 등 다양한 능력이 요구되는 컨버전스 영역”이라며 “게임 셧다운제 실시로 인해 부모와 아이들 모두 게임을 해서는 안 되는 것으로 여기는 게 게임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덧붙였다.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은 이날 토론회에서 “이미 시행 중인 대표적 게임규제인 셧다운제의 경우 청소년들의 심야시간 게임사용 빈도를 줄였으며 부모들의 개입이 어려운 가정들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규제 유지 입장을 밝히면서도 “게임업계의 비판을 받아들여 게임산업이 선한 산업이 될 수 있도록 협조하고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일반적으로 규제 완화를 개선 방안으로 꼽은 업계 대표자들과 달리 조현정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장은 “역설적으로 말하자면 소프트웨어는 규제를 오히려 받고 싶어한다”고 밝혔다. 조회장은 “소프트웨어 개발에 있어서는 규제가 별로 없다”며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많은 부처에서 소프트웨어를 아는 공무원이 별로 없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 회장은 “소프트웨어는 비용이 아닌 투자라는 인식을 서로 공유해야 한다”며 “이미 스마트폰을 통해서 경험했겠지만 앞으로 소프트웨어 중심 산업이 우리 한국의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심각성을 알아야 한다”고 적극적인 육성을 정부에 촉구했다. 조 회장은 대안으로 ▶소프트웨어 금액 산출 시 투입 비용이 아닌 사용 대가 기준 적용 ▶적정가에 미치지 못하는 예산제도 개선 ▶감사시스템 개선 등을 제시했다.
대전의 한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대표는 조 회장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전적으로 공감한다”는 뜻을 전했다. 이 대표는 “기본적으로 기업이나 정부가 소프트웨어 개발에 책정하는 예산이 적다”며 “입찰 방식에 있어서도 사용 대가를 기준으로 하지 않고 투입 비용을 무조건 낮추려고만 해 질적인 성장이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근무 환경이 열악하다 보니 컴퓨터공학과나 소프트웨어학과 출신들조차 기피해 인력난도 심각하다”고 토로했다.
SW업계 “비용이 아닌 투자라는 인식 공유해야”
또 다른 개발자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제대로 된 대우를 받으려면 현재 하도급 관행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는 규제개혁관계장관회의의 후속 조치 중 하나로 소프트웨어 사용 대가를 산정하기로 했다.
최문기 미래부 장관은 3월 22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규제개혁 워크숍’에서 “4개 규제(액티브X와 공인인증서 기술적 개선, 소프트웨어 사용 대가 산정, 소프트웨어 감사, 사물인터넷 육성)를 우선 시정키로 했다”며 “소프트웨어 규제도 감사원과 협의를 통해 규제개혁을 진행하게 된다”고 밝혔다.
또한 ‘창조경제 규제개선 국민 모니터링단’을 모집해 규제개선과제를 발굴·개선한다는 방침이다. 미래부 측은 창조경제·과학기술·ICT 등 3개 분야에서 30명 내외로 선발되는 모니터링단은 해당 분야의 연구개발 및 신산업화·창업화 과정에서 불편사항과 애로사항을 제보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래부는 정부 규제개선 정책의 시행 여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국민의 정책 제안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다는 방침이다.
글·허정연 기자 2014.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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