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스펙 쌓느니 부족한 역량 키우세요”

1

 

“스펙 안 보고 뽑는데 어떤 점을 주로 보시고, 회사 차원에서 손해 보는 인사 아닌가요?” “스펙 아닌 다른 중요 요소는 어떤 것을 보시나요?” “스펙이 부족하면 뭘 더 신경 써야 할까요?”

3월 19일 오후 2시 광주광역시의 전남대 용지관 컨벤션홀이 스펙과 취업에 관한 궁금증에 가득찬 대학생들로 붐볐다. 청년위원회가 주최하는 ‘톡톡 스펙초월’ 설명회가 열리는 컨벤션홀 앞 보드에는 스펙초월 제도에 대한 궁금증, 취업에 대한 열망을 담아 학생들이 붙인 메모지가 가득했다.

400여 명의 학생들이 참석한 이날 행사는 지난해 청년위원회와 관련 부처, 민간·공기업 등이 중심이 돼 체결한 ‘스펙초월 채용문화 확산 양해각서(MOU)’에 따른 후속 조치의 하나다. 학벌, 학점, 토익, 어학연수, 자격증, 공모전 입상, 인턴 경력, 사회봉사까지 '스펙 8종 세트'도 모자라 성형수술까지 '스펙 9종 세트'가 등장하는 과잉스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다. 청년구직자들에게 스펙초월 채용제도에 대한 이해를 돕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3월 13일 부산대를 시작으로 오는 5월 28일까지 전국 10대 도시 주요 대학을 순회하면서 열린다.

2

5월 28일까지 전국 10대 도시 주요대학 순회

이날 설명회에는 삼성전자, 포스코, 중소기업진흥공단, 한국산업인력공단 인사 담당자와 함께 지난해 스펙초월 전형으로 이들 기업에 입사한 이 학교 선배들이 참석해 관심을 모았다.

먼저 청년위원회의 김광욱 청년위원은 “청년위원회가 수렴한 청년들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지난해 도입한 스펙초월 채용제도는 무분별한 스펙쌓기를 지양하고 기업의 인재 요건과 구직자의 준비를 매칭해 낭비적 요소를 없애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의 최진혁 차장은 “오늘 이곳 학생식당에서 순두부 찌개를 먹으면서 9년 만에 대학을 졸업하고 1년 반 취업준비를 하며 학생식당을 이용하던 때를 떠올렸다”고 자신의 취업 경험담을 소개한 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지난해 공공기관 최초로 스펙초월 전형을 도입, 서류전형을 없앴다고 말했다.

최 차장은 “지난해 스펙초월 전형 입사자 중 한 명은 고교 졸업자”라며 “기존의 서류전형을 적용했다면 그 입사자는 시험 볼 기회를 갖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의 박진태 과장은 포스코의 스펙초월 채용제도 두 가지를 소개했다. 하나는 신입사원 채용 시 선발 인원의 30퍼센트를 학력·이력과 무관하게 채용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에세이와 면접만으로 입사를 결정하는 ‘챌린지인턴’ 제도다.

박 과장은 또한 성공적인 취업을 위해 “자기소개서 하나를 복사해 이 기업 저 기업 내지 말고 기업별로 자신만의 강점을 나타내 자기소개서에 공을 들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윤태성 과장은 소‘ 셜 리크루팅’ 방식을 설명했다. 이는 이름, 휴대폰 번호, 이메일 정도만 등록한 구직자들에게 3주간 3단계로 미션을 수행하도록 해 그 결과물을 인터넷에 올려 다음 단계 진출자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중기공단은 이렇게 5명을 채용했으며, 최종 면접 대상에 오른 17명 가운데 10명이 서류전형 탈락자였고 이들 중 2명이 입사했다.

3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고범석 차장은 “삼성전자는 기본적인 지원 자격만 충족하면 서류전형 없이 삼성직무적성검사(SSAT)에 응시할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낮추고 고졸·전문대졸전형을 별도로 실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날 대학생들의 관심이 집중된 인물은 지난해 1월 스펙초월방식으로 삼성전자에 입사한 김형석 씨다. 그는 “저도 여러분과 마찬가지로 채용 담당자들이 말하는 것이 진짜인가 의심했는데, 별도의 서류전형 없이 SSAT 응시 기회를 얻었고 지원과 동시에 기출문제 풀이로 연습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면접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면접에 가면 자신을 그 자리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하라”며 유머와 위트를 가질 것, 직무역량 면접을 위해 4년간 배운 전공 내용에 대해 요약 정리해 둘 것, 독서를 통해 인문학적 소양을 쌓고 신문 읽기 등을 통해 사고력을 높일 것 등을 조언했다.

지난해 스펙초월 채용으로 한국인력관리공단에 입사한 이 학교 졸업생 김성원 씨는 “저의 경우 대학생활 동안 스펙쌓기가 아니라 내성적인 성격을 고쳐 리더십을 기르는 데 힘썼다”면서 후배들에게 “다양한 대외활동을 하며 자신의 부족한 점을 채우고 스펙보다 역량을 키워라”라고 조언했다.

이 학교 화학교육과 1학년 최일규 씨는 “선배들의 생생한 경험담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응용화학공학부 4학년 이호준 씨는 “스펙의 시대는 지났다고들 하지만 아직은 스펙이 아닌가 싶었는데, 설명회를 듣고 궁금증이 풀렸다”고 밝혔다.

사학과 4학년 정여진(24) 씨는 “설명회가 취업 준비에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다만 현재로선 기존의 스펙을 무시할 수 없고, 미션수행 같은 스펙초월 전형을 대비 안 할 수도 없어 좀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고 솔직한 심정을 나타냈다. 청년위원회의 장영규 기업협력팀장은 “서로 다른 전형이 공존하는 과도기적 문제가 있고, 인·적성이 또 다른 스펙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어 스펙초월 모델 분석, 가이드라인 설정 등 보완 대책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박경아 기자 2014.03.24



지금 정책주간지 'K-공감' 뉴스레터를 구독하시고,
이메일로 다양한 소식을 받아보세요.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