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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리라도 덜”… 덜덜 추워도 방역에 온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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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의 악몽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다시는 이런 일에 동원되지 않았으면 했는데… 그렇다고 피해 갈 수도 없고 마음이 한없이 무겁습니다.”

전남 고창과 부안에서 시작된 고병원성 AI(조류 인플루엔자) 소식에 노심초사했던 나주시청 공무원들은 AI 의심 농가에 살처분 투입 결정이 내려지자 망연자실했다.

지난 2011년 1월, 정초부터 퍼붓기 시작한 폭설의 피해 복구가 채 끝나기도 전에 나주지역 닭과 오리농장에서 발생한 AI의 확산을 막기 위해 사투를 벌여야 했던 한 달간의 끔찍한 악몽이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당시 살처분 피해 규모는 72농가에서 154만 마리에 달했다.

“오리 한 마리 한 마리의 목덜미를 붙잡을 때 손에서 느껴지던 따뜻한 온기를 생각하면 지금도 몸서리가 쳐집니다.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다지만 살아 있는 생명체를 산 채로 묻는다는 것이 죄를 짓는 것 같잖아요.”

그렇지만 개인의 감정과는 무관하게 인근 농장에 동시다발적으로 확산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확진 판정을 받은 닭과 오리는 물론 의심되는 가금류에 대해서도 살처분을 해야 하는 지역 공직자로서의 역할을 다해야 했다. 오전에 교육받고 예방주사를 맞은 뒤 바로 투입된 나주시 봉황면의 닭 사육 농가에서 산란계와 계란 매몰 작업이 끝난 시간은 저녁 8시. 짧은 작업에도 숨은 가빠오고, 가득한 분진 때문에 시야마저 흐려진 상태에서 이뤄진 이날 하루의 고된 노동으로 몸은 파김치가 됐다.

자식을 군대에 보낸 부모들도 흔쾌히 동의하지 않기 때문에 군인들을 작업에 투입하는 것이 꺼려지는 상황에서 공무원이 아니면 이런 작업을 할 수 있는 인력이 없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2월 5일 기준으로 나주지역은 오리 3만2천 마리와 닭 20만 마리를 살처분하고, 오리알 43만개 매립 등이 진행됐다. 하지만 AI 여파는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최종 종식 판정이 내려질 때까지 방역초소 근무가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계속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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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 처리방법으로 침출수 발생 막아

3나주시는 3년 전 ‘매몰의 추억’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전북 부안에서 첫 AI 가 발생하자마자 예방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비장한 각오로 ‘AI 특별방역대책본부’를 구성해 운영한 데 이어 선제적 ‘차단 방역’ 차원에서 거점 소독장소(방역초소) 13곳을 설치했다. 남녀 공무원 구분 없이 전 직원이 2인 1조로 여섯 시간씩 주야를 가리지 않고 방역소독에 참여하고 있다. 임시로 설치한 컨테이너에서 추운 날씨에 몸을 녹이며 약이 제대로 분사되고 있는지, 길은 미끄럽지 않은지를 살펴서 염화칼슘을 뿌려줘야 하고 약품이 소진되면 소방서에 연락해 물을 채우고 약을 타는 작업을 해야 한다.

과속 차량이 초소를 들이받아 부상을 입고, 영하의 날씨에도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에게 세차한 차량이 더럽혀진다며 소독장소를 피해 가거나 항의하는 얌체 차량은 초소 근무 공무원들의 힘을 빠지게 한다.

살처분으로 인한 사육농가의 피해와 공무원, 군인들의 고생이 뒤따르기는 했지만 어려움 속에서도 지혜를 얻는 현자가 있듯이 이번 AI 발생으로 얻은 교훈도 적지 않았다. 나주시의 경우 3년 전에는 엉겁결에 닥친 재난 때문에 매뉴얼도 없이 좌충우돌하며 해결하느라 고생이 많았지만, 이번에는 그 당시의 상황을 정리한 매뉴얼을 참조로 해서 대책본부를 구성하고 반별로 책임을 할당해서 좀 더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조직력을 보였다.

또 위험지역의 닭·오리를 살처분한 뒤 구덩이를 파고 땅에 묻기만 했던 종전의 처리 방법에서 ‘호기성·호열성 미생물을 이용한 처리법’을 적용해 토양·수질 오염 등의 우려를 해소했다. 이 처리법은 사체에 생균제를 섞어두면 미생물이 자라면서 가축을 분해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한 열에 의해 수분이 대부분 증발하는 방식으로, 사체 매립에 따른 침출수에 의한 토양 오염 등을 막을 수 있는 방법으로 관심을 모았다.

최근 수습 행정원으로 근무를 시작하자마자 AI 방역과 살처분 작업에 투입된 나주시 정책기획실 이용재(33) 행정원은 “선배 공무원들이 이렇게 다양한 일을 하면서 힘들게 근무하는지 몰랐었다”며 “하루빨리 AI가 종식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글·나주시청 정책기획실 2014.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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