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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톤 이상 연안 선박에 ‘블랙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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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고 이후 해양안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다. 선박관련 안전문제는 무조건 기업을 옥죈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불합리한 규제가 있다면 풀고 미흡한 부분이 있다면 보완하는 것이 중요하다. 해양수산부는 항해자료기록장치(VDR)의 탑재 의무 규정을 수정해 해양안전을 강화했다. 선박에 싣는 물건의 중복검정 문제를 해결해 기업활동을 돕는 법안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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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항해자료기록장치에 대한 규정이 강화됐다. 항해자료기록장치란 선박용 블랙박스를 말한다. 선박의 위치와 속력을 비롯한 20여 가지 운항자료가 저장된다. 선박이 침몰했을 때 회수가 쉽도록 선교 위 갑판에 주로 설치한다. 선박이 침수되거나 침몰해도 항해자료기록장치 정보만 손상되지 않으면 사고의 원인을 밝힐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현재 선박 설비기준에 따르면 국제항해를 하는 여객선과 3천톤 이상의 화물선에는 이 장치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항해시간이 짧고 주로 국내 연안만 항해하는 선박에는 항해자료기록장치 탑재 의무가 없었다. 만약 사고가 발생하면 관계자의 진술에만 의존해 사고 원인을 규명해야 해서 어려움이 많았다.

올 9월부터는 기준이 강화된다. 무게가 300톤이 넘고 연해구역 이상을 항해하는 선박은 의무적으로 항해자료기록장치를 탑재해야 한다.

연해구역이란 영토의 해안으로부터 32킬로미터 이내 수역과 특별하게 지정된 해역을 말한다. 규정이 강화됨에 따라 규모가 작은 연안여객선도 이 장치를 탑재해야 할 의무가 생겼다. 해양수산부는 새로 건조되는 연안여객선과 해외에서 국내로 도입되는 중고선박에 우선적으로 항해자료기록장치를 탑재할 예정이다. 현재 운항 중인 선박에는 2015년 7월 1일부터 항해자료기록장치 설치를 추진한다.

3여객선 승무원 정원에 대한 규제도 강화한다. 선박 사고는 ‘물 위’라는 특수한 장소에서 발생한다. 다른 사고와 달리 외부의 사고수습 인력이 투입되기 어렵다. 사고가 발생하면 어떻게든 내부에서 수습하는 초동대처가 중요하다. 하지만 충분한 인력을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배에 탑승한 많은 사람들을 구출하기란 쉽지 않다.

현행 선원법에는 여객안전관리 및 서비스 담당 승무원을 배치하는 것을 선박 소유자가 자율적으로 운영하도록 되어 있다. 현재 선박의 운항을 담당하는 선원(항해사·기관사)이 여객선의 안전관리까지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 세월호 사고 당시 승객의 안전을 책임질 승무원의 수가 턱없이 적었던 이유다. 해양수산부는 여객선의 안전 강화를 위해 여객인원 수에 비례해 승무원 수를 설정하는 법안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승객당 얼마만큼의 승무원을 의무배치할지는 현재 논의 중이다. 관계부처는 물론이고 여러 선박회사의 의견 등을 폭넓게 수용해 결정할 방침이다. 해양수산부 해운물류국 선원정책과 박용한 사무관은 “여러 의견을 종합해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것은 물론이고 선박을 운용하는 기업의 활동에도 무리를 주지 않는 선에서 법안 도입과 세부사항 마련에 힘쓰고 있다”며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는 관련 법이 도입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불필요한 규제는 풀고… “똑같은 물건인데 왜 두 번이나 검정을 받아야 하는지….” 선박에 방수복과 구명동의를 납품하는 부산 소재 한영기업㈜ 관계자의 말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선박에 싣는 물건은 검정증서를 교부받아야 한다. 국가가 허가한 선박검사 대행기관은 선박안전기술공단과 한국선급 등 두 곳이다. 선박의 경우 크기와 항해구역에 따라 두 곳 중 한 곳에서 검정을 받으면 된다. 문제는 배에 싣는 선박용 물건이다. 선박안전기술공단이 검정한 선박에 탑재할 때는 이 기관이 발급하는 검정증서를 부착해야 한다. 한국선급이 검정한 선박에는 한국선급이 발급하는 검정증서가 필요하다.

선박용 물건을 제조·수입해 납품하는 기업으로서는 동일한 물건에 대한 검정을 두 번 받아야 하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은 물론이고 일정상 불편한 점이 많았다. 올 6월부터는 이런 불편이 상당부분 해소됐다.

해양수산부는 2개 검정기관 중 한 기관의 검정에 합격한 선박용 물건에 대해서는 다른 기관에서도 이를 인정하도록 했다. 정부는 이 같은 방침을 지난 5월 30일 해당 검정기관에 문서로 전달한 상태다. 중복으로 발생하는 연 검정비용 9천만원이 절감되고 기업의 활동편의가 개선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됐다.

지난해 기준으로 연간 여객선을 이용하는 승객 수는 1,600만명이다. 수많은 국민의 안전과 해운업계 종사자의 경제를 책임지는 법안이 마련되기를 기대해 본다.

글·박성민 기자 2014.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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