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뉴스

# 1. 김피해(가명)씨의 남편은 평소 직장 동료 앞에서도 욕설·폭력을 일삼았다. 심지어는 임신 8개월 때도 근무지로 찾아와 김씨를 때리려 했다. 직장 동료들이 말리는 틈에 몸을 피하자 남편은 김씨를 따라와 계단에서 밀었다. 시부모에게 “남편이 폭력을 행사한다”고 했지만 “우리 아들이 그럴 리 없다”며 믿어주지 않았다.
# 2. 이아파(가명)씨는 남편의 잇따른 가정폭력으로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지인 등 주변에서는 “계속 참고 살아라. 남편이 화가 났을 때는 건드리지 말아라” 등의 조언뿐이었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이씨는 한없는 무기력감만 느꼈다.
한국여성의전화에서 받은 실제 상담사례다. 가정폭력 상황에서 피해자가 겪는 어려움을 보여준다. 지인·가족들에게 하소연해도 별다른 대안이 없어 피해자는 2중, 3중의 고통에 시달린다. 2010년 여성가족부의 가정폭력 실태조사 결과 피해 여성 중 62.7퍼센트는 외부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에 대한 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정부가 가정폭력을 방지하기 위한 종합대책안을 6월 28일 발표했다. 가정폭력 재범률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국무조정실·여성가족부·기획재정부 등 8개 관계부처가 협력해 마련한 대책이다. 장기적 목표는 2017년까지 가정폭력 재범률을 20퍼센트 낮추는 것이다. 이를 위해 맞춤형 예방체계 내실화, 초기대응 및 처벌강화, 피해자 및 가족 보호 확대 등 3가지 세부 계획을 세웠다.
맞춤형 예방체계 내실화의 핵심은 교육이다. 먼저 가정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교육이 강화된다. 내년부터 가정폭력 의무교육 대상기관을 늘리고 교육의 결과를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했다.
기존 의무교육 대상기관은 각급 학교에 불과했다. 여기에 국가기관·지자체·공공기관을 추가한 것이다. 올해부터는 성인권(가정폭력·성폭력·성매매로부터 보호받아야 하는 인권) 교육이 확대된다. 교육 대상은 지난해 4개 시·도에서 올해 5개 시·도로 늘어났고, 점차 전국적으로 확대해 추진할 계획이다.
올해 4월에는 가정폭력 예방교육 전문강사를 양성하고 교육에 필요한 매뉴얼도 만들었다. 경찰·검찰·법원에 대해서도 가정폭력 사안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교육을 강화한다.
가해자에 대한 교정도 예방체계 내실화의 중요 부분이다. 오래전부터 문제로 제기돼왔던 ‘감호위탁’ 제도를 개선한다. 감호위탁이란 가정폭력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해 폭력의 재발을 막기 위한 것이다. 기존에는 가정폭력 가해자를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시설’에 감호위탁해 사실상 같은 공간을 사용케 하는 문제점이 있었다. 이제는 가정폭력 가해자에 대한 감호위탁을 법무부 장관이 지정하는 사회복지시설로 지정해 피해자와 함께 있지 않도록 한다.
근본적인 대책도 나왔다. 가정폭력 가해자 중 음주·중독·정신질환자가 많은 것을 감안해 이들을 위한 캠페인을 벌인다. ‘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가칭)’을 제정해 국가중독관리위원회를 설치하고 중독예방 기본계획을 세울 예정이다. 알코올중독자의 경우 알코올상담센터의 사례관리를 강화해 음주로 인한 가정폭력을 예방한다. 건전한 음주문화를 만들기 위해 절주 및 음주폐해 예방 공익광고를 만들고 캠페인을 전개할 예정이다.
가정폭력 현장에서의 초기대응과 긴급구호체계는 가해자에게 엄격해졌다. 경찰관 현장출입조사와 접근금지명령을 가정폭력 가해자가 거부할 경우 5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물게 된다. 또한 가정폭력을 행사하면 경찰관이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있도록 했다. 가해자가 취한 상태인 경우 경찰관서 또는 응급의료센터에 24시간 이내 분리조치하는 법안을 검토 중이다.
상습범이나 흉기를 사용한 가정폭력사범은 원칙적으로 구속수사를 진행할 수 있다. 특히 이주여성·어린이·장애인 대상으로 폭력을 휘두른 가해자는 더욱 엄격히 적용해 수사 이후 피해자에게 보복하거나 반복할 시 엄정 대응한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단순 폭행 사건에 대해서도 검찰이 가정보호 사건으로 송치하게 된다.
초기대응에 있어 피해자에 대한 배려는 늘었다. 사건현장에서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경찰관이 전문 상담가와 동행해 출동할 수 있도록 했다. 가정폭력 피해자와 자녀를 배려해 가해자의 자녀면접교섭권을 제한한다. 올해 8월까지 가정폭력 전담경찰관을 시범적으로 운영해 전문적으로 피해자를 보호할 예정이다.
가정폭력 피해 후 피해자와 가족들을 위해서는 상담 기능과 시설을 확대한다. 경찰과 지자체, 병원을 연계해 공동 대응한다.
경찰은 초동조치, 지자체는 피해자에 대한 치료비 지원, 병원은 치료 및 임시보호장소를 제공하는 식이다.
또한 피해자의 긴급구조를 돕기 위해 여성긴급전화 1366센터의 기능이 강화된다. 1366센터 내 긴급피난처 공간과 현장상담원이 늘어나는 것이다.
10세 이상 남아를 동반할 수 있는 가족보호시설과 피해자 자활을 위한 주거지원시설도 확대한다. 가족보호시설은 지난해 8개소에서 올해 16개소로, 주거지원시설은 지난해 116호에서 올해 156호로 늘어난다.
글·남형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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