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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를 맞은 뒤엔 야반도주하다시피 했습니다. 평소 안 좋게 생각했던 드라마 속 주인공이 나일 줄은 몰랐어요.” 11월 4일 경기도 화성에서 만난 최봉석(55) 보림제작소 대표는 8~9년 전 일이 생생한 듯 어렵사리 말을 이었다.
“방 두 칸짜리 비좁은 연립주택으로 옮겼는데 집사람이 챙겨 나온 장롱이 (너무 커서) 집에 안 들어가는 바람에 버렸다 하더군요. 그 얘기 듣고 많이 울었습니다.”
최 대표는 대우그룹이 건재하던 1984~1997년 대우조선해양과 대우자동차에서 일한 우수 기술자였다. 경남 창원의 대우차 생산기술연구소에서 도장생산기술팀장으로 일하면서 당시 국민차로 불리던 경차 ‘티코’ 생산에 기여하기도 했다. 보람은 있었지만 내 사업을 하면서 미래를 개척해 보고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결국 회사를 나와 창업을 준비하고 2000년에 코웨이테크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자신 있던 도장설비 분야를 주요 창업 아이템으로 잡았다.
시작은 좋았다. 사업 첫해에 2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그가 만든 녹제거용 쇼트블라스트머신은 육군정비창에 국산품으로는 최초로 헬리콥터 녹제거용으로 납품할 만큼 평판이 괜찮았다. 다음 해에는 경기도 안산 시화공단의 9억원짜리 공장 건물 경매에 낙찰돼 사업을 키울 꿈에 부풀었다.
“자만이었죠. 초반에 잘되면서 탄탄대로일 줄로만 알았는데 막상 해 보니 아니더군요. 현금 유동성 관리에 실패했던 걸 가장 후회합니다. 채권 관리에 어려움을 겪었고, 직원들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어요. 2004년 부도를 맞았습니다.”
중기청 도움으로 사업의 인적 네트워크 확보 큰 수확
믿고 맡겼던 직원 일부의 배신도 뼈아팠다. 사람과 세상이 무서워 1년간 집에 틀어박혔다. 부인이 틈틈이 일하며 한 달에 받는 돈 70만원으로 생계를 유지했다. 이후 다른 중소기업에 취직해 일하기도 했지만 마음을 다잡을 수 없었다.
그러던 그의 삶에 중대한 변화가 일어났다. 2011년에 재기중소기업개발원이 경남 통영의 죽도에서 ‘힐링캠프’를 연다는 기사를 본 직후였다. 중소기업청 지원하에 사업을 하다가 망한 사람들이 재창업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었다. 재창업, 한번 실패한 후로는 엄두조차 못 내던 일이었다.
수료 후 그의 삶은 가파르게 변해갔다. 긍정적으로 바뀐 마음가짐이 첫 수확이었다면, 이후 중기청의 도움을 받으며 사업에 필요한 인적 네트워크를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중요한 두번째 수확이었다.
최 대표는 죽도 힐링캠프 수료생 모임 ‘허밀청원’의 회장으로 중기청과 회원 간 친목 도모와 교류에 앞장서고 있다. 중기청 재도전성장과는 대전에서 열리는 허밀청원 임시총회 때마다 설명회를 열어 정보를 공유하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다른 업종에 있는 사람들과 교류할 기회가 늘었습니다. 우리 회사 제품 주문량이 증가하는 데도 영향이 컸어요.”
최 대표는 1년 여의 준비기간을 거쳐 올 6월 재창업에 성공했다. 직원 관리, 현금 관리에 대한 노하우를 나날이 깨우치는 중이다. 보림제작소는 목욕의자나 안전손잡이 같은 복지용구의 알루미늄 프레임을 납품하거나 완제품을 조립해 파는 회사다. 금속가공 일도 같이 한다. 직원 수는 6명으로 아직 규모가 크지 않지만 월매출 4천만원을 올리며 보란 듯 재기에 성공했다. 내년엔 연매출 10억원 달성이 목표다.
그는 정부의 다양한 노력으로 재창업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확신한다.
“주변에서 제조업을 하면 애국자라 그러더니 사업에 실패하고 나선 도둑놈 취급하더군요. 사회적 시선이 곱지 않았고 재창업이란 단어 자체도 없었지만 정부가 많은 관심을 가져주면서 재도전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자리 잡은 것 같습니다.”
예컨대 은행권에서 재창업 자금을 빌려 쓸 때 예전 같으면 비협조적이었겠지만 최근엔 분위기가 달라졌다. 정부가 직접 일부 자금을 지원해 주면서 힘을 보태는 경우도 늘었다. 최대표는 정부가 새로 도입하는 연계형 재도전 지원시스템에도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무적으로 도움이 되는 지식과 기술들을 점진적으로 교육해 준다니 기대됩니다. 투·융자 연계 부문은 제가 실무자에게 ‘융자보다 투자가 우선돼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한 적이 있는데 반영이 된 것 같습니다. 투자는 무리하게 끌어 쓰는 ‘빚’이 아니니 좋은 방향으로 선순환이 될 겁니다.”
글·이창균 기자 2013.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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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