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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한번 실패를 경험한 중소기업인들에게 재기의 기쁨은 말로 표현하기 힘듭니다. 사업이 가장 번창해 200억원 매출을 달성했던 때보다 더 벅차고 감동적이었죠.”

국내 이어폰 제조회사 티피오스의 허훈(56) 대표는 재창업을 한 2012년 4월 15일, 그 날의 기억이 되살아났는지 말을 잇지 못했다. 이 날은 1986년 3월 허 대표가 온 힘을 다해 창업한 ‘SWP신우전자’가 ‘SWP신우테크’라는 이름으로 재기한 날이었기 때문이다. SWP신우전자가 2009년 5월 파산한 지 3년 만이었다. 올해 3월 회사 이름은 다시 현재의 ‘티피오스’로 바뀌었다.

허 대표는 대학을 졸업하고 작은 시계회사에서 일했지만 자기 사업을 하고 싶은 꿈이 있었다. 28세가 되던 해 그는 서울 봉천동의 허름한 건물에서 SWP신우전자를 창업했다. 알람시계용 버저(소리를 내게 하는 부품)를 생산하는 회사였다. 생각보다 사업은 쉽지 않았다.

“시계 회사는 많고, 버저는 꼭 필요한 핵심 부품이라 만들어만 놓으면 팔리는 것은 문제가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사업을 시작하고 보니 뭐 하나 뜻대로 되는 게 없더군요.”

창업자금은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고 사업은 지지부진했다. 주문받은 제품을 겨우 납품하기에 급급하던 시절, 회사에 반전의 계기가 찾아온 것은 현대전자에서 무선전화기를 만들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당시 버저만 전문으로 생산하는 업체가 우리밖에 없었거든요. 날개 돋친 듯 사업도 잘되고, 2년간의 고생이 봄눈 녹듯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행복도 오래가진 못했다. 88서울올림픽이 끝나고, 1989년이 되면서 인건비가 급격히 올랐던 것. 가정용 무선전화기를 만드는 회사가 대부분 중국으로 공장을 옮겨 가면서 순식간에 물품 주문이 뚝 끊기고, 매출의 90퍼센트가 감소했다.

그러던 중 허 대표에게 다시 천금 같은 기회가 주어졌다.

지인의 주선으로 당시만 하더라도 최고의 통신기기 회사였던 모토로라에 리시버와 버저를 납품해 보지 않겠느냐는 제의를 받았다. 모토로라에 대한 납품을 시작으로 1998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회사는 날개를 달았다. 수입을 하는 기업들은 힘들었지만, 신우전자는 수출이 주된 사업이다 보니 환차익이 발생해 무역 대금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들어왔다. 1달러에 880~900원이었던 환율이 2천원까지 올랐다.

자금에 여유가 있자 중국에 공장을 세우고, 전혀 영역이 다른 설렁탕 사업으로까지 영역을 넓혔다. 하지만 이게 부메랑이 될 줄은 그도 몰랐다.

“사업을 집중시키지 못하고 무조건 확장만 한 것이 실책이었죠. 결국 그러한 것들이 회사의 재무 상태를 심각하게 악화시켰던 겁니다.”

2008년 결국 유동성 위기가 오면서 회사는 파산이라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허 대표는 “초창기 사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은행권에서 대출을 받을 때 본인뿐만 아니라 배우자도 연대보증을 서야 했다”며 “회사가 무너지는 것도 감당하기 힘든데 배우자까지 그 짐을 지게 되면서 희망의 출구가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돈과 신용, 집도 잃은 허 대표는 파산하고 3년 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가족을 생각해 주저앉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정부에 파산 면책 신청을 했고, 다행히 그 요구가 받아들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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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한 자산은 포기하지 않는 열정”

그는 지난해 지인에게서 1억원을,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재창업기금 1억원을 받아 지금의 회사를 설립했다. 초창기에 월매출 5천만원이던 회사는 현재 월 1억원 매출까지 올라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중이다. 가양동에 있는 회사를 찾은 날은 마침 사무실 확장 공사 중이었다. 아래 한 층만 쓰다 최근 생산물량이 늘어나면서 한 층을 더 늘렸다. 아래층 생산 공장에선 손으로 꼽을 정도의 인원이 가내수공업 식으로 이어폰을 만들고 있었지만 허 대표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국내 기술 100퍼센트로 이어폰을 만들고 있습니다. 한 달에 1만5천개 정도 만들고 있는데 앞으로 3만개까지 늘려갈 예정입니다. 음향 튜닝 기술에 대한 27년 동안의 노하우가 있습니다. 다시 열심히 하면 곧 재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최근 정부가 발표한 창업자의 연대보증 면제 확대 방안에 대해 반가운 기색을 내비치며 말을 이었다.

“0.1퍼센트도 성공하기 힘든 게 재창업입니다. 가장 중요한 건 포기하지 않는 열정이죠. 재기 기업인들의 열정에 정부의 지원이 적재적소에 갖춰진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죠. 그런 의미에서 정부의 창업자들에 대한 연대보증면제 확대는 중소기업인들이 재기하는 시간을 좀 더 단축시킬 수 있을 겁니다.”

글·박미숙 기자 2013.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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