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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쌍둥이와 늦둥이를 키우는 47세의 워킹맘입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백화점에서 옷이나 화장품을 팔아보긴 했지만, 결혼한 뒤로 직장을 그만두었습니다. 쌍둥이를 낳고는 육아만 생각하며 주부 생활에 전념했지요. 쌍둥이가 초등학교 3학년이 되었을 때 한숨을 돌리고 다시 화장품 코너 판매원으로 복귀했습니다. 그것도 잠시뿐이었습니다. 41세에 귀여운 늦둥이가 생겼거든요. 세 아이 키우는 재미에 빠져 지내다 보니 몇 년이 훌쩍 지났습니다.

늦둥이가 네 살이 돼 어린이집에 보내놓고 나니 다시 일욕심이 생기더군요. 전문 능력이 필요할 것 같아 여성인력센터를 열심히 다니며 미용 자격증과 컴퓨터 자격증 등을 땄습니다. 하지만 그때가 되니 45세, 나이가 걸렸습니다. 직장을 다닐 순 없는데 돈 쓸 일은 점점 늘어났습니다.

고등학생이 된 쌍둥이들에게 드는 교육비가 얼마나 많은지요. 벌이는 딱 밥먹을 만큼인데 물가는 또 왜 그렇게 오르기만 하는지요. 가계에 보탬이 되고 싶은데 그럴 처지가 못돼 매일 안타까웠습니다. 직장에 들어가는 건 아예 포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여성인력센터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시간제일자리가 있는데 입사 시험을 보라는 겁니다. 오전에 4시간만 일하는 전화상담 일입니다. 아이들 키우고 살림하면서도 일반직처럼 주5일제에 공휴일을 쉬고 연차도 있는 일자리였습니다. 주부인 저에게 딱 맞는 자리인 거죠.

제가 사는 춘천에는 저 같은 주부를 위한 일자리가 정말 없어요. 여성들이 살림과 육아를 하면서도 걱정 없이 다닐 수 있는 직장은 더더욱 없지요. 전화 상담을 한번도 해보지 않은 일이라 처음에는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전화를 통해 ‘목소리가 예쁘다’ ‘고생하신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힘이 났습니다. 거의 매달 상한선의 인센티브를 넉넉히 받을 만큼 일에 재미도 붙었습니다.

쌍둥이 용돈을 올려주고 늦둥이 장난감도 사줄 수 있게 됐습니다. 교육비 때문에 대출받을 필요도 없어졌습니다. 점심을 먹고 수다를 떨 수 있는 직장 동료들이 생겨 좋습니다. 사회 생활을 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제일자리로 제 생활이 확 달라진 겁니다. 전에는 다른 주부들을 만나면 아이들 학원을 어디에 보내야 하는지, 배춧값은 얼마인지가 이야기의 전부였는데, 이제는 뉴스도 보게 되고 사회문제에 대한 대화도 합니다. 직장을 다니니 세상일에 관심이 생기더군요.

직장을 다시 다니면서 저는 큰 변화를 겪었습니다. 수십 년 동안 정체된 생활을 하고 있다활기차고 즐거운 생활을 하게 된 것입니다. 내일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대감에 설레고 온몸에 힘이 불끈 납니다. 하루하루 생활이 나아지고 사는 재미가 붙습니다. 저에게 변화는 행복입니다.

 

글·김희선 한국고용정보센터 전화상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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