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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저에 뒤돌아보니 중국도 쫓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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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엔저 비상기에 뒤돌아보니 중국의 추격도 심상치 않다. 중국은 이미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 제조업 국가로 올라섰다.

글로벌 시장조사회사인 IHS가 지난해 6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제조업 생산점유율이 19.8퍼센트로 19.4퍼센트를 기록한 미국을 0.4퍼센트포인트 차이로 따돌렸다.

더욱이 최근 들어 선진국 제품에 견줄 만큼 중국 제조업의 품질도 개선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벌어들인 돈의 많은 부분을 기술 개발에 투자했기 때문이다. 이는 ‘메이드 인 차이나’에 대한 인식 변화를 가져왔다. 코트라 상하이무역관 김명신 차장은 “2012년 초반부터 중국의 내수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자금 면에서 여유로워진 기업들이 천문학적인 금액을 기술 개발에 쏟아부으며 한국 기업들을 따라잡고 있다”면서 “이제 우리가 알던 ‘메이드 인 차이나’는 더 이상 없다”고 말했다.

실제 중국 기업들은 지난해 기술 개발에 1,790억 달러를 투자했고 올해는 2,04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규모다. 이처럼 중국이 ‘저급’이 아닌 ‘고급’품질의 제품을 생산하면서 엔저 장기화 시대를 맞고 있는 국내기업들의 대응 방안도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동안은 국내 기업 제품들이 고품질을 앞세워 중국산에 비해 해외 시장에서 비교우위를 점했지만, 가격경쟁력에 품질까지 갖춘 중국 제품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기술력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 제품이 가격경쟁력을 확보한 상태에서 기술력까지 얻게 되면 한국 제품의 수요는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분석 결과가 나오면서 이 내용을 뒷받침했다. 지난해 10월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한·중FTA 2단계 협상이 더 중요하다’라는 연구분석 자료에 따르면, 대중 수출입에서 우위를 뺏긴 품목이 2005년부터 7년 여에 걸쳐 70여 개나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가운데 한국은 최근 2년 동안 중국이 기술 개발에 집중 투자한 50개 품목에서 중국에 우위를 뺏겼다. 그 전 5년 동안은 22개 품목만 열위였다.

우위를 넘긴 산업별 분포를 봐도 중국이 어느 분야에 집중 투자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특히 철강·기계·섬유 등 제조업 분야에서 그 경향이 두드러진다. 먼저 건설, 플랜트 산업 등 제조산업의 근간이 되는 철강분야 기술 개발에 집중 투자한 중국 제품들의 도전이 수년간 절대 우위를 갖고 있던 한국산 철강을 위협하는 위치까지 따라왔다. 최근 2년 동안 우위 품목이 28개에서 14개로 줄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그나마 아직 기술력이 뒷받침되지 못한 분야인 비금속 선·판·관 제품 중심으로 우위가 확고해 품질이 뒤따르지 않는 이상 가격경쟁만으로는 국내 제품을 넘어서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반면 세계 시장을 이끌어나가는 전기·전자·반도체 분야에서는 우위 품목의 감소가 거의 없다. 아직까지는 반도체와 통신기기 등 첨단부품 소재의 압도적인 기술 우위 덕분에 중국의 추격이 위협적으로 보이지 않지만 하이얼, TLC등 중국 가전제품 기업의 대대적인 투자로 인해 일부 저가형 전자제품은 열위 양상을 띠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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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술로 새로운 산업 만들고 세계시장 선점해야

중국의 고품질 제품이 증가함에 따라 일본과의 관계도 복잡해지고 있다. 그동안 대일, 대중 수출에서 한국은 부품소재 분야, 중국은 완제품 분야에서 서로 우위를 가져왔다. 하지만 엔저·원고현상이 장기화되면서 국내 기업들이 수출에 어려움을 겪자 이 틈을 노려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중국이 일본에 대한 수출을 급속도로 늘리고 있는 실정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한 해답은 기술 투자를 늘려 세계 일류 기술력을 보유한 비교우위 품목을 확대하는 것이라고 조언한다. 한국이 선진국의 제품과 기술을 빠르게 모방하는 ‘쫓아가는 전략’으로 이만큼 성장했으니 이제 틀을 바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선‘ 도자’ 역할을 해야 할 때가 다가왔다는 의미다. 가격경쟁력을 내세워 세계시장 점유율에서도 한 발 앞서 나가려는 중국의 시도에 가격경쟁으로 맞불을 놓을 게 아니라 기술 개발과 품질 고급화를 통한 우회 전략을 펼칠 시점이 바로 지금이라고 강조한다.

그런 의미에서 조선업계의 세계 1위 재탈환은 눈여겨볼 만하다. 2007년부터 중국의 물량 공세에 밀려 세계 1위를 내줬지만, 2012년부터 국내 주요 조선사들이 심해 시추선 등 고부가가치 첨단 기술로 승부하며 중국보다 76.2퍼센트나 높은 수주액을 달성해 지난해 업계 1위를 탈환했다.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이 전년 대비 50퍼센트 가까이 줄어들었음에도 국내 조선업계는 탱커·가스선·해양플랜트 등 자원 운송과 관련된 고부가가치 선박을 전량 수주하며(중국 자국 발주 제외) 중국과의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영국의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11월 23일 “중국 조선업은 인건비가 싼 점을 내세워 저가 공세를 펴고 있으나 품질과 효율성, 인도 기일 준수 등 측면에서 아직 한국을 따라잡기 힘들어 보인다”며 “특히 인건비가 매년 10∼15퍼센트 오르는데도 생산성은 제자리인 상황이라 1위 탈환은 어려워 보인다”고 평가했다.

신기술 개발을 통한 신산업 창조도 필요하다.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유익선 연구위원은 “중국과 더 이상 가격 경쟁이나 기술 선진국의 새로운 기술을 따라하는 속도전을 펼치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적극적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한 신기술 개발로 새로운 산업을 만들고 세계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김상호 기자 2014.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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