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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일자리에 최우선 ‘맞춤형 보살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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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춘천. 가파른 언덕에 위치한 철거지역 주택들이 파손된 채 흉한 몰골을 드러냈다. 휑한 주택가에 한 집만 문이 열려 있었다. 김성환(58) 씨는 주인 없는 폐가에 남아 있다. 아래층에는 여덟 세대 정도 살았던 흔적이 있다. 전기와 수도 모두 끊겨 있는 19.8평방미터(6평) 남짓한 방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찢어진 소파에 어지럽게 흩어진 식기들이 있었다. 1.5리터 물병을 여덟 개 정도 세워뒀고 주워온 밥통만 세 개였다. 사연은 이랬다. 지난해 초 철거지역으로 지정되면서 남아 있던 이웃들이 모두 이사를 갔고, 집 주인은 정부로부터 철거 비용을 받은 뒤 임차보증금도 주지 않은 채 몰래 이사를 갔다. 아내는 정신질환으로 인근의 정신병원에 입원 중이다. 일용직으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던 김씨는 그나마 다리 부상으로 일을 못하게 되면서 반노숙 신세다.

#3월 중순 서울역. 겨울이 채 가기 전의 쌀쌀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었다. 역 주변에는 노숙인들이 곳곳에 삼삼오오 모여 있다. 몇달째 갈아입지 않은 옷을 겹겹이 덮은 채 누운 사람들도 있다. 추운 밤 동사를 막기 위해 지하보도에 설치된 응급대피소 앞에는 노숙인들이 몸을 잔뜩 웅크린 채 센터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다. 가까이 갈수록 잔뜩 경계 어린 눈빛을 보내는 이들은 날이 풀리기를 더 간절하게 원하는 것 같았다.

 

‘비정형 거주자’. 집이 아닌 곳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보통 비정형 거주자들이 머무는 장소는 공용화장실, 역이나 터미널 주변, 지하철역 주변, 공원, 다리 밑, 창고, 폐가 등이다. 김씨 사례와 같이 한순간에 비정형 거주자가 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노숙자와 같이 지속적인 비정형 거주자들이 있다.

지난 2011년 공중화장실에서 생활하는 3남매 사건이 보도되면서 비정형 거주자 같은 복지 사각지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당시 정부는 일제조사를 통한 사각지대 해소를 추진했으나 그 성과는 다소 미흡했다. 지원된 건수는 총 4,005건이었지만 이 중 기초생활보장제도를 통한 지원은 1,186건에 그쳤다.

이에 정부는 복지 사각지대 발굴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비정형 거주자들에 대한 지원은 발굴부터가 쉽지 않다.

춘천시 사회복지협의회 임향숙 사무국장은 “정해지지 않은 장소에 숨어 지내는 비정형 거주자들을 발굴하기는 어렵다”며 “도시화되면서 고독사를 막는 게 더 어려워졌다”고 호소했다.

복지 사각지대 발굴·해소를 위한 ‘좋은 이웃들’ 사업은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자원봉사대가 주축이 돼 소외된 이웃들을 찾아 사회의 보살핌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장, 통장, 반장, 부녀회장, 주민자치위원, 자율방범대원, 복지위원, 농민회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비정형 거주자들을 대상으로 음식을 제공하는 푸‘ 드뱅크’를 운영하고 생계 유지를 위한 음식(라면·쌀·빵)과 함께 생필품을 지원한다. 앞서 언급한 김성환 씨의 사례도 춘천사회복지협의회 ‘좋은 이웃들’ 사업이 발굴해 집중지원한 경우다. 월세 10만~15만원 정도의 집으로 이사를 도와주고 3개월간 생계비를 지원했다(최대 50만원 지원). 한국사회복지협의회는 위급에 처한 사람을 돕고 일자리 지원도 하고 있다.

비정형 거주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서울시에서 운영하고 있는 노숙인 보호시설 브릿지종합지원센터의 최영민 사무국장은 “이들에게는 주거와 일자리가 가장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브릿지종합지원센터는 노숙인들의 임시 거처와 함께 샤워시설, 세탁, 식사 등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 1년간 시설의 문턱을 드나든 노숙인들의 숫자만 1,100여 명이다. 거리 상담원을 동원해 시설로 안내하는 방식으로 운영 중이다.

일자리 지원은 고용노동부 지원으로 운영하고 있는 ‘새희망고용지원센터’가 대표적이다. 비정형 거주자들의 구직활동을 돕는다. 많은 경우 신용불량으로 취업을 방해받는 예도 있어 알코올중독과 도박 중독 상담프로그램을 통해 재활의지를 북돋우고 신용불량으로 취업에 어려움을 겪을 때는 개인 신용회복을 돕는 프로그램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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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형 거주자도 질병 등 위기상황 땐 긴급지원 대상

자격증 취득 프로그램도 있다. 지난해부터 실시한 이 사업은 노숙인들 사이에 운전면허 자격취득 열풍을 불러일으켰다고 한다.

최 사무국장은 올해에는 도배나 요리분야 지원과 함께 소규모 창업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 달에 한두 번 연락해 사후 관리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새희망고용지원센터에서 구인자 833명 중 328명이 취업에 성공했다.

하지만 무조건 지원은 없다. 원주시사회복지협의회 사회복지사 김동욱 주임은 “비정형 거주자들의 특성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지원을 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임향숙 사무국장도 “현금으로 직접 지급은 하지 않는다. 자립을 돕는 지원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임대인 명의 통장에 월세를 입금해 주고 긴급할 경우 상담일지를 바로 보고해 공과금을 지급해 주는 방식이다.

브릿지종합지원센터에서는 자립 의지가 있는 노숙인들을 뽑아 1년간 자활을 돕는 ‘희망원룸’을 제공한다. 국내 최초 노숙인 독립주거 시설이다. 3.96평방미터(1.2평) 정도의 원룸 형태 공간은 깨끗한 기숙사를 연상케 한다. 현재 서울 서대문구 합동과 북아현동 두 곳에서 실시 중이다. 단, 비정형 거주자들이 위기상황에 놓여 있을 경우에는 긴급 지원이 가능하다. 화재나 경매 등으로 거주지를 상실해 임시 거처가 필요한 경우라든가 갑작스러운 질병이나 실직 등 생계를 잇기가 어려울 경우 우선 지원해 준다. 주거 지원의 경우 대도시 월 4인 기준으로 최대 59만원 이내다. 지원 횟수는 최대 12개월이다.

글·박지현 기자 2014.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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