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뉴스

울산 중구에 사는 박성관(54) 씨는 말이 어눌하다. 의사소통은 하지만 완벽하지는 않다. 중학교를 졸업한 뒤 배운 도색일로 그럭저럭 생계를 꾸렸다. 7년 전 비슷한 처지의 아내와 결혼해 아들도 얻었다. 하지만 올해 여섯 살이 된 아들은 언어장애와 발달지연이 있다. 그래도 한 달 200만원가량의 수입으로 박씨의 가정은 남부럽지 않았다.
박 씨의 가정에 위기가 닥쳐 온 것은 2008년 금융위기 때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테리어 업계가 무너졌고 일용직 일자리도 찾기 힘들어졌다. 벌이가 거의 없어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15만원짜리 집으로 옮겼다. 2010년 기초생활수급권자로 지정돼 월 20만~40만원 정도를 지원받았다. 부양 의무자인 모친이 있었지만, 고령의 모친 역시 박 씨를 부양할 능력이 없다고 판단됐다. 당시 박 씨는 형이 보태주는 월세로 근근이 생활하고 있었다.
수급자로 생활하면서도 박 씨는 일자리를 찾았다. 한참 커가는 아들의 분유값이라도 벌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는 매일 새벽 울산 중구 학성공원 인근의 인력시장에 나갔다. 일자리를 얻는 경우보다 공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던 중 하루는 한 전선 생산업체에서 대형 전선 드럼을 운반하는 일을 했다. 그 일이 화근이 될 줄 몰랐다. 대형 드럼에 오른쪽 발목을 다친 것. 그는 산재 인정을 받아 2011년 8월 산재요양 급여를 받게 됐다. 한 달 150만원가량이었다. 산재급여 수령으로 기초생활수급권자 보호는 중지됐다. 2년 정도 산재요양 급여로 생활했으나 1년 전부터는 산재급여가 끊겼다.

산재급여로 기초수급 탈락… 차상위 자활 선택
그는 기초생활수급자 재신청을 하지 못했다. 산재 급여로 인한 기초생활수급 탈락이 원인이었다. 박 씨는 “기초생활수급 탈락통보가 왔기 때문에 다시 받을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레짐작으로 스스로 자격미달이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먹고살 일이 막막했던 그는 아픈 몸을 이끌고 다시 인력시장으로 나갔다. 하지만 직장에서는 반나절 만에 쫓겨나기도 했다.
다친 발목 때문에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박 씨는 “일용직은 중노동이 많은데, 몸이 불편해 강도 높은 일을 못하는 사람을 쓰겠느냐”며 “하루만 일하고 잘리는 경우가 허다했다”고 말했다.
일을 하지 못하는 데다 정부 지원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는 끼니를 걱정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난방비도 없어 추운 겨울을 이불 3~4개에 의지했다.
그에게 구원의 손길을 뻗은 이는 동네 통장이었다. 이구진 중앙동 20통장은 중구복지위원으로 위촉된 상태에서 지역 내에 사는 박 씨의 처지를 듣고 중구청에 연락했다. 중구는 통합사례관리사의 가정방문을 거쳐 박 씨에게 난방비 20만원을 긴급 지원했다. 난방비는 울산사랑실천운동본부가 제공했다.
또 박 씨의 아내와 아들을 지역 내 한 병원에서 장애진단을 받도록 의뢰했다. 장애수당 대상자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다. 진료비 50만원은 희망복지지원단 사례관리 사업비에서 지원했다.
박 씨의 아내와 아들은 장애 판정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중구는 박 씨에게 차상위 계층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자활근로사업 참여를 권유했다. 박 씨가 스스로 근로능력이 있다며 돈 대신 일자리를 원한다고 강하게 요구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취약계층에 재정적 지원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반복되는 빈곤의 연결고리를 끊을 수 있는 방법은 스스로 ‘일’을 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자활근로사업은 조건부 수급자(근로능력이 있는 수급자), 일반 수급자(근로능력과 무관한 참여 희망자), 차상위 계층 등 저소득 계층을 대상으로 스스로 일하면서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울산중구지역자활센터에서 지원하는 자활근로사업으로는 청소사업단과 저소득 노인, 장애인 등 취약계층을 돌보는 ‘늘사랑간병’ 사업단, 자전거 수리기술 습득을 통해 전문 기술인력을 양성하는 ‘희망자전거’ 사업단, 자동차부품을 조립하는 ‘나누리’ 사업단 등이 있다. 박 씨는 나누리 사업단에서 실습교육을 받고 있다. 실습교육 후 부품업체 정식 직원으로 채용되면 한 달에 70만~80만원의 고정 수입이 생기게 된다.
박 씨는 “정말 원했던 것은 안정적인 직장이었다”며 “돈을 지원받는 것보다 일을 해야만 자활과 자립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중구는 박 씨를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 지역 민간단체와 연계하는 일도 추진한다. 특히 언어장애가 있는 아들을 위해 어린이재단과 연계해 월 5만~10만원 정도의 후원금을 받도록 할 계획이다. 아울러 차상위 자활을 선택한 박 씨의 자활·자립을 지원하기 위해 조건부 수급자 대상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울산 중구청 복지지원과 송영수 주무관은 “박 씨가 산재 급여 이후 기초수급 신청을 하지 않고 차상위 자활을 선택했지만, 조건부 수급자가 되는지 검토해 최대한의 지원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글과 사진·최재필 기자 2014.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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