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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 가서 건강검진을 하려면 혈액과 소변을 채취하고, 혈압·심전도 검사 등을 위해 거치는 기계도 많다. 이럴 때 드는 생각. ‘혈액 한 방울로 이런 검사들을 대신할 수 없을까?’
물론 있다. 지금도 혈액 한 방울로 질병을 진단하는 바이오센서들은 출시되어 있지만 기존의 바이오센서들의 한계를 뛰어넘어 더 정확하고 신속하게, 더 많은 종류의 질병을 쉽게 진단하기 위한 차세대 진단용 바이오센서 개발을 위해 인지바이오가 뛰고 있다.
인지바이오는 광주과학기술원(GIST) 고등광기술연구소의 김민곤(46) 교수팀이 보유한 바이오 분야 원천기술을 활용해 차세대 진단용 바이오센서를 개발하는 산·학·연 공동연구법인이다. 김 교수와 바이오 분야 원천기술을 공동 보유한 한국생명공학연구원(KRIBB)과 의료기기 제조업체인 인포피아가 참여해 지난해 10월 26일 설립했다.
산·학·연 공동연구법인이란 기술 보유 기관인 대학·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과 기술사용자인 기업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연구개발 전문회사다. 기업과 함께 설립한 연구법인이 주도하는 연구개발은 지식재산권소유와 성과 배분을 명확히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대학·연구소의 연구 성과만으로 제품 또는 서비스로 사업화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아, 이를 기반으로 하여 창업한 이들이 흔히들 빠져드는 ‘데스밸리(Death-Vally)’ 극복을 위한 장치가 필요했다. 데스밸리란 초기 벤처기업들이 자금부족 등으로 사업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은 시기를 의미한다.

산·학·연 공동연구법인, 2017년까지 20개로 확대
정부는 이러한 목적을 가진 산·학·연 공동연구법인을 오는 2017년까지 모두 20개로 확대해 연간 각각 5억원씩을 지원할 계획이다. 지난해 말 인지바이오와 함께 아이씨엠(연세대와 바이오신약개발 전문 벤처기업 아이진 공동 설립)까지 2곳이 국내 최초의 산·학·연 공동연구법인으로 설립됐다.
인지바이오 대표를 겸하고 있는 김민곤 교수는 “제가 공동 보유한 원천기술은 ‘페이퍼 랩온어칩’이라 불리는 기술로, 가로세로 약 1센티미터 크기의 셀룰로즈막 칩 위에서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혈당, 혈장지질단백질(LDL) 등의 질병마커를 동시에 측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심혈관 질환, 암, 바이러스 질환까지 진단하는 기술입니다. 측정 시간과 감도, 시료 양 등에서 개선이 필요한 시중 바이오센서를 능가하는 제품을 개발할 계획입니다.”
현재 진단용 바이오센서의 세계시장 규모는 연간 5조원 정도로 파악되고 있으며, 인지바이오는 2022년까지 최대 200명의 고용 효과와 2천억원의 연매출을 목표로 삼고 제품을 개발 중이다.
GIST 내 인지바이오 연구실에는 생화학·기계공학·생물학·화공학 등을 전공한 5명의 정직원이 근무중이며, GIST 재학생들이 연구를 돕고 있다. 연간 1억6천만원을 투자하는 인포피아의 생산, 허가, 판매 분야 인력 10명도 수시로 컨설팅 업무를 하고 있다.
김 교수는 “제 아이디어 구현을 돕는 사람들은 학생들이고, 구현된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혈액 샘플에 적용시켜 검증하는 것은 정직원들”이라며 “연구 결과에 대해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학생들에게도 좋은 교육 기회가 된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대학·연구소의 창업에는 기술도 중요하지만 제품화를 위한 종합적인 고려가 필요하다고 했다.
“우리가 목표하는 바이오센서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재료공학, 생물공학, 화학, 광학 등의 기술이 융합돼야 하고 정확한 기술구현이 중요합니다. 동시에 판매, 허가, 대량생산 등에 대한 종합적 고려가 있어야 합니다. 산·학·연 공동연구법인은 바로 그런 것들을 뒷받침해주고 있습니다.”
실제 주변에서 ‘데스밸리’ 사례를 많이 접했다고 김교수는 전했다.
“특이기술을 개발하려면 개발인력뿐 아니라 판매나 특허 등과 관련해 전방위적 인력이 필요한데, 회사에 그러한 인력을 다 갖추려면 인건비가 막대합니다. 이때문에 기술이 피어보기도 전에 자금력에서 막혀 꿈을 접어야 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지요.”
김 교수의 바이오 분야 원천기술은 특허청에 1종이 등록되고 2종이 출원돼 있으며, 정부 지원을 받아 미국·유럽·중국·일본 등에도 출원해 놓았다. 법인 출범에는 기업인 인포피아와는 7년 전부터 함께 연구를 진행하며 신뢰를 쌓아온 사이라는 점도 중요하다고 했다.
“산·학·연의 협력이 꽃피우기 위해서는 기업과 학교 사이에 신뢰를 쌓는 기간이 필요합니다. 손해 안 보려는 게 기업의 생리인데, 신뢰가 없다면 몇 년씩 믿고 투자하는 것이 쉽지 않지요.”
김 교수는 목표 제품 개발 전 1단계로 상대적으로 쉬운 제품을 개발해 어느 정도 수익성을 확보한 뒤 최종 개발을 마칠 계획이라고 했다. 참여 기업에 대한 배려이며, 정부 지원을 받는 법인으로서 도리라고 했다.
“나중에는 인지바이오를 하나의 연구소기업으로 키워 그대로 이 지역에 머물면서 지역 인재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인지바이오와 같이 산·학·연 협력 사례는 앞으로도 더 늘어날 전망이다. 6월 4일 발표된 창조경제 실현계획 가운데 ‘창조경제 기반이 되는 과학기술과 ITC혁신역량 강화’ 전략은 ▶정부예산 연구개발(R&D) 예산 가운데 기초연구 비중을 36퍼센트(2013년)에서 2017년까지 40퍼센트로 확대하고 ▶연구기관의 ‘서랍 속 특허’를 기업에 무상제공 하는 등 기술이전 및 사업화를 촉진하고 ▶산·학·연·지역 협력으로 창업교육, 기술사업화, 벤처창업 지원을 강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기술 투자와 협력이 활성화돼 제2, 제3의 인지바이오가 출현하기를, 그리하여 신성장 산업 발굴, 일자리 창출, 지역 활성화의 성과란 결실을 가져와 창조경제를 꽃피울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글·박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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