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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지난 11월 2일 머리가 희끗한 중년의 남성이 자신이 구상한 어태치먼트 장비(삽에 해당하는 연결장비) 설계도를 안경 너머로 살피고 있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자갈을 퍼서 들어올리는 형태가 아니라 삽 머리 뒤로 돌이 쏟아지는 특이한 구조였다. 특허상품이라 했다. 지난 8월에는 이와 비슷한 ‘버켓크러셔’라는 제품을 태국에 수출했다. 한양대학교 한양종합기술원(HIT)의 창업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지난해 벤처 창업으로 재기에 성공한 조정래(58) 아이앤지엔지니어링 대표다.

아이앤지엔지니어링은 건설 현장에서 땅의 흙이나 암석을 퍼올리는 굴착기용 어태치먼트 장비를 만드는 회사다. 바위나 큰 돌을 작게 부수어 자갈(쇄석)을 만드는 크러셔, 산업·농업기계도 만든다.

이렇게 다시 일어서기까지의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았다.

그는 자동차 부품을 납품하는 회사 성도E&C의 대표였다.

서른여덟에 설립한 성도기업이 마흔에 법인으로 전환되며 회사는 승승장구했다. 3년 만에 매출을 60억원까지 올렸다. 하지만 2007년 부도를 맞으며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적자 20억원 정도를 포함해 홀랑 말아먹었죠. 겨우 구멍난 곳 메우고 살리기를 반복하고 있는데, 날짜도 안 잊고 있어요. 3월 16일자 어음을 3월 2일에 상환 요구받으면서 꼼짝없이 부도가 나버렸어요.”

325명 남짓 되는 직원들의 마지막 월급을 못 챙겨주면서 고용노동부에 고발당하기도 했다. 비싼 아파트에 살던 그는 월세 50만원짜리로 집을 옮겼다. 1년 반 정도를 술만 마셨다고 했다. “(자살을) 두 번 시도했죠. (한강 다리에서) 뛰어내리려 할 때마다 주변에서 도와줬어요. 자존심 상하더라고요.” 이후 지인의 부탁으로 대구에 위치한 중소규모 중공업 부사장을 하다가 파산면책을 받으면서 개인 사업의 꿈을 다시 꾸게 됐다.

“긴 겨울을 뒤로 하고 힘차게 봄이 솟는다. 파란 싹이 돋는다. 우리의 가슴에도 봄이 움튼다.”(<죽도의 봄>)

재기중소기업개발원이 위치한 죽도에서 사업 재기 의지를 다지며 조 대표가 써내려간 시다. 지난해 3월 재기중소기업개발원에 들어가 한 달간 교육을 받았다. 2기 졸업생인 조 대표는 “정부 차원에서도 이런 교육 등의 인프라가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2의 인생·사업을 준비하던 그는 대형 크러셔를 아이템으로 해 중소기업청에서 창업지원금 1억원을 대출받았다. 하지만 그는 재창업의 과정에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회생절차 등의 법률이나 재기를 돕는 지원 방식 등 재기를 위한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우리같이 다시 창업하는 사람들은 사업 성공률에 대한 불안이 일반 창업자들보다 크다” 며 “재창업자에게 ‘앞으로 실패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을 철저히 교육했으면 시행착오를 덜 겪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랬다면 재창업 이후에도 몸을 사리거나 쉽게 도산하리라는 불안감은 없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재창업자에겐 세금감면 제도 없어 힘들었어요”

특히 정부가 일괄적인 폭으로 지원하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제조업의 경우 3~4년 이상 영업해야 손익분기점을 넘을 수 있어요. 그런데 업종에 따라 다른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지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봐요.” 상품마다 경향과 성공 확률도 다른데 상환 시기와 지원금이 거의 비슷하다는 것이다.

세금감면 제도도 개선되길 바랐다. 재창업지원 자금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국세나 지방세 등의 세금 체납이 없어야 하는데 신용불량자가 대부분인 재창업자들에게는 감면제도가 없어 힘들었다는 것이다.

“파산면책을 받은 후에도 이어지는 신용불량자 꼬리표는 거래나 투자를 어렵게 해요. 정부에서 운용 실적 등을 면밀하게 진단해서 회생 가능한 기업에 세금 감면과 같은 기회를 주는 게 맞다고 봅니다.”

조 대표는 자신에게 ‘성공’이라는 말은 없다고 했다. “회사 이름처럼 ‘아이앤지(ING)’, 제 인생도 늘 진행 중이죠.”

글·박지현 기자 2013.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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