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지방정부 중심으로 현장서 재난 대응

1

 

2009년 11월 13일 새벽 5시 6분 승객 7명, 승무원 21명이 탑승한 채 도쿄에서 가고시마를 향해 운항하던 여객선 아리아케호가 왼쪽 선미에 파도를 맞아 갑자기 오른쪽으로 25도 기울었다. 제자리로 돌아오려 해도 바닥이 물에 젖어 승객들의 발은 미끄러졌다. 컨테이너를 고정한 체인이 끊어져 화물이 쏠린데다 파도가 더 치면서 배는 40도까지 기울었다.

5시 14분께 승무원들은 가까스로 제자리를 찾았고 하나 둘 조타실에 모이기 시작했다. 이때 선장은 자신이 총지휘를 맡고 조타와 승객 안내 등 각 승무원의 역할을 배분했다. 5시 20분 배가 심하게 기운 것을 안 선장은 5시 22분 구조당국인 해상보안청에 헬리콥터 구조를 요청하고 국제 초단파 무선송신장치인 ‘VHF 통신기’를 통해 조난 신호를 보냈다. 사고 발생부터 구조 요청까지 16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또한 승객과 승무원에게 배의 상황을 알리고 해상보안청에 구조를 요청한 사실을 선내 방송으로 안내하면서 구명조끼를 입으라고 했다. 5시 30분 승무원들이 선장 지시로 승객 전원의 안전과 구명조끼 착용을 확인했고 5시 40분 승객들을 갑판 쪽 통로로 안내했다.

2

7시 4분 도착한 해상보안청 헬리콥터에 의해 승객 7명 전원이 가장 먼저 구조됐다. 끝까지 배에 남은 선장과 승무원 6명은 오전 10시 21분 마지막으로 구조됐다. 일본은 빈번한 태풍과 지진의 경험을 통해 재난관리와 긴급구조 체계가 잘 갖춰져 있는 국가다. 총리를 의장으로 하는 ‘중앙방재회의’를 설치·운영하고 있다.

재해대책기본법에 따라 재난 시 응급대응 조직은 광역자치단체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재해대책본부를, 중앙정부는 방재담당장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비상재해대책본부 또는 총리를 본부장으로 하는 긴급재해대책본부를 설치해 재난 대응을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일본은 5천명의 희생자를 낸 1959년의 ‘이세만 태풍’ 이후 ‘재해대책기본법’을 제정했다. 주요 내용은 방재 책임을 명확하게 하고 방재체계, 방재 계획, 재해 예방, 재난 응급대책, 재해 복구, 재해긴급사태에 관한 내용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이후 1995년 한신·아와지 대지진(고베 대지진) 발생으로 6,400여 명의 희생자를 내면서 국가재난관리체계를 강화했다. 사고 후 3년에 걸쳐 재해정보 수집을 담당하는 내각정보집약센터, 이 정보를 바탕으로 담당 부처와 재해 현장을 지휘하는 총리 직속의 위기관리센터, 24시간 방재에만 골몰하는 내각위기관리감으로 이어지는 정부 내 재난 컨트롤타워가 정비됐다.

2011년 ‘원자력규제위원회’ 만들어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 사고 이후에는 두 달 만인 2011년 5월 내각부 산하에 ‘도쿄전력 후쿠시마원자력발전소 사고조사·검증위원회’를 설치했다. 위원회는 7개월 뒤인 2011년 12월 중간 조사보고서를 내놓았고, 다시 7개월이 지난 2012년 7월께 최종 보고서를 내놨다. 사고 원인을 조사·검증하는 데 1년 2개월의 시간을 투자한 것이다. 일본 국회와 민간에서도 별도의 조사위원회를 만들어 정부의 조사 활동을 감시하고 압박하는 구실을 했다.

3당시 만들어진 3대 조사위원회의 가장 큰 목적은 ‘책임 추궁’이 아닌 ‘사실 규명’이었다. 원전 사고가 당시 후쿠시마 제1원전의 관리를 맡았던 도쿄전력만의 실수였다기보다는 일본 정부의 총체적 위기관리 시스템과 원전을 둘러싼 정계와 재계의 유착관계 등 복합적인 문제들이 결합해 일어났다고 파악했기 때문이다. 위원회는 도쿄전력의 말단 사원부터 당시 간 나오토 총리까지 사고처리에 관여했던 이들과 심층 인터뷰를 했다.

현재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는 강화된 새 기준에 맞춰 재가동 신청을 한 원전에 대한 안전검사를 진행 중이다. 또 앞으로 일본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수도 바로 아래 지진(수도 직하 지진) ▶남해 트라프(해분) 지진 ▶후지산 분화 등 대형 재해에 대한 평가를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재작성했다.

일본은 시민들도 각종 재해를 모의체험할 수 있도록 시민방재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시민들이 실제로 각종 재해를 모의 체험하면서 재해 예방에 대한 지식·기술·행동력을 익힐 수 있도록 후쿠오카 시민방재센터를 만든것이다.

강풍이나 호우 등 재해의 위력, 화재와 그 원인 및 순간적인 진화방법, 진도 수에 따른 지진의 강도, 인공호흡과 응급조치 방법, 재난 예방 시스템, 피난 방법, 소방용 설비 소개 등 각종 재해에 관한 지식을 배울 수 있도록 강풍체험, 지진체험, 소방훈련, 화재체험, 수해·지진대책 등 약 13개의 다양한 체험관으로 구성됐다.

예를 들어 강풍 체험에서는 우리가 평소 느끼는 풍속이 어느 정도인지 예측할 수 있고, 지진을 체험해 보지 못한 상태에서 진도 1에서부터 7까지 지진의 실제 진동을 느낄 수 있다.

글·김성희 기자



지금 정책주간지 'K-공감' 뉴스레터를 구독하시고,
이메일로 다양한 소식을 받아보세요.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