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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6일 오전 9시가 조금 넘은 시각, 서울 대학로에 위치한 종로새일센터를 찾았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상담사들이 “어떤 일로 오셨느냐”고 친절하게 물었다. 음침하고 어두컴컴한 직업 상담소를 예상했지만 사무실은 기대 이상으로 화사했다. 직업상담사들을 포함한 10여 명의 새일센터 직원들은 전부 온화한 인상을 한 여성들로 결혼과 출산, 육아를 모두 경험했을 법한 40대 초반부터 50대 초반까지 나이대라 푸근함마저 느껴졌다.

새일센터의 업무는 오전 9시 30분경부터 시작된다. 주부들이 집에서 남편과 아이를 회사와 학교에 보내고 나올 수 있는 시간이다. 경력단절여성들이 이곳에서 일을 찾는 과정은 크게 두 가지 경로를 통해서다. 여건상 바로 일을 찾아야 하는 여성들은 직업상담사를 통해 1 대 1 상담을 한 후 일자리를 추천 받는다. 또 다른 방법은 5일간의 집단상담 프로그램 교육을 받은 후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을 찾게 된다.

예약을 하고 오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 그냥 찾아와도 오래 기다리지 않고 바로 직업상담사와 1 대 1 상담을 할 수 있다. 기자가 찾은 날에도 이른 아침 시간이어서인지 대기자는 2~3명에 불과했다.

상담사는 구직자가 작성한 이력서를 토대로 컴퓨터를 통해 여러 경로로 일자리를 같이 찾아보고, 바로 찾지 못하면 일주일 안에 정보를 찾아 구직자에게 알려준다. 1 대 1 상담을 하는 시간은 짧게는 20여 분, 길게는 한 시간 안팎이다.

이곳에서 만난 직업상담사 남순정씨는 “대부분 어떤 절차가 있어야 이곳에 온다고 생각하는 여성들이 대부분인데, 대한민국 여성이면 누구나 방문 당일에 친절한 상담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상담을 하고 이력서를 제출해 일자리를 구하는 과정은 기존 고용센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단 결혼·임신·출산이라는 여성의 생애주기를 이해하는 직업상담사(그들도 전부 여성이다)들이 충분히 구직자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일자리를 찾아주며, 이력서를 쓸 때부터 면접을 할 때까지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점이 새일센터만의 특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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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일을 다시 시작할 방법을 몰라 찾아와요”

기자는 이날 집단상담 프로그램에도 참여했다. 집단상담 5일 동안 참가자들은 자기탐색과 자기이해의 시간을 거쳐 직업 세계 이해 및 진로탐색, 진로준비와 진로설계를 하게 된다.

1일차 프로그램은 매일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1시 30분까지 4시간 동안 진행된다. 5일간 총 20시간을 수료하는 과정이다. 아침에 나와 점심때쯤이면 하루 코스를 끝낼 수 있다.

3마침 월요일이라 새로운 차수에 들어온 팀이 오리엔테이션을 하고 있었다. 15명의 여성들이 강의실에서 ㄷ자 유형으로 책상을 배치하고 둘러앉아 있었다. 연령대는 20대 후반부터 50대까지 다양했다. 무엇보다 이날 가장 인상 깊었던 시간은 오리엔테이션이 끝난 후 진행된 자기탐색 시간이었다. 참가자들은 자신이 이곳에 찾아온 이유에 대해 솔직한 심정을 토로했다.

30대 중반의 한 여성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내 인생을 스스로 설계한 적이 한번도 없다. 부모님의 권유에 의해 학교를 갔고, 직장 역시 뚜렷한 동기와 확신 없이 다니다 아이를 낳고 집에 있었다. 더 늦기 전에 내가 스스로 택한 일을 찾고 싶었다”고 말했다.

경제적 이유나 가족의 권유로 이곳을 찾는 여성도 있었다.

50대 초반의 여성은 말을 꺼내자마자 감정에 휩싸여 울먹이기도 했다. 그는 “나름대로 가정을 돌보며 열심히 살았는데 이 나이가 되니 남편이 일해주기를 원한다. 할 줄 아는 게 하나도 없다.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몰라 이곳을 찾았다.”

종로새일센터의 이상인 팀장은 “새일센터를 찾는 20대부터 60대까지 경력단절 여성들의 공통점은 자아실현이든 경제적 이유에서든 어떻게 일을 다시 시작해야 할지 몰라 그 방법을 찾기 위해 오는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자기 소개가 끝난 후 시작된 프로그램은 직업 카드를 통해 선호하는 직종 알아보기였다. 소방관부터 은행원, 직업상담사, 회계사, 소설가, 연예인 등 총 150개의 직업 중 좋아하는 직업과 싫어하는 직업, 결정할 수 없는 직업에 각각 카드를 두고 나중에 합산해 자신이 좋아하는 성향의 직업을 알아보는 작업이다. 기자도 직접 시험을 해본 결과 기자직과 비슷한 글쓰는 업종들이 다수 좋아하는 직업군에 분류됐다.

직업카드 게임이 끝나자 워크넷에 있는 적성검사를 통해 자신의 스타일과 선호도 등을 체크했다. 이들 참가자들은 나머지 나흘 동안 심리 테스트인 MBTI검사를 받고, 진로 준비와 설계까지 원스톱 지원을 받는다.

이날 프로그램에 참석한 종로구 무학동에 사는 신동진(40)씨는 “5년 전부터 여러 일을 했지만 확신 없이 일하다 보니 이리저리 휘둘려 지속적인 직업을 갖지 못했다”며 “새일센터를 통해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우선 파악하고, 진짜 원하는 일을 스스로 선택해 일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새일센터는 경력단절여성들에게 끊임없는 동기 부여를 통해 자신의 직업을 스스로 선택하도록 돕고 있었다. 하루동안의 짧은 체험이었지만, 여성들에게 자신이 원하는 지속가능한 일이란 게 얼마나 절실한지를 경험한 소중한 시간이었다.

글·박미숙 기자 2013.09.02

워크넷www.work.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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