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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이상 된 ‘명문 장수기업’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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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펜실베이니아에 위치한 허쉬(Hershey)는 우리나라에서도 ‘허쉬 초콜릿’으로 유명한 북미 최대의 초콜릿 제조업체다. 1894년 설립된 120년 역사의 이 회사는 직원 수가 1,400여 명으로 많지 않지만 전세계에서 연간 60억 달러(약 6조3,20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 허쉬는 이익금 일부를 밀턴허쉬스쿨(Milton Hershey Schoo·l 창업자가 1909년 설립한 고아들을 위한 학교)과 M.S.허쉬파운데이션에 환원하는 등 사회공헌활동의 모범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허쉬타운은 관광명소로도 사랑받고 있으며, 지역주민들은 2002년 한때 허쉬의 지분 매각설이 돌자 앞장서서 반대할 만큼 애착을 가지고 있다.

# 하이거(Haiger)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북서쪽에 있는 인구 2만명의 소도시다. 이곳에는 클루스(Cloos)라는 100년 기업이 있다. 1919년 설립됐다. 독일에서는 이 기업을 ‘용접로봇 분야의 메르세데스벤츠’라 일컫는다. 작지만 그만큼 기술력이 뛰어난 강소기업, 히든 챔피언(Hidden Champion)이라는 이야기다.

클루스가 도시 전체 인구의 10퍼센트를 먹여 살린다는 말이 나올 만큼 100년 가까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대학교육과 연계하거나 훈련을 지원하는 등의 노력으로 3대가 함께 일하는 경우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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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까지는 미국·독일 같은 머나먼 선진국 이야기였지만 앞으로는 달라질 전망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허쉬나 클루스처럼 존경받는 장수기업이 많이 나올 수 있도록 정부가 집중적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중소기업청은 9월 30일 기획재정부 등 각 부처와의 협업을 통해 ‘명문(名門) 장수기업 확인제도’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중소·중견기업 성장사다리구축’을 위한 주요 실천과제의 하나다.

예컨대 미국과 독일 등 선진국에서는 100년 이상 된 장수기업으로 성장한 가족기업들이 일자리 창출과 사회공헌에 기여하면서 국가 사회 전반을 이끄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57개국에 200년 이상 된 장수기업이 7,212개나 존재한다. 이 가운데 일본이 3,113개(43.2퍼센트)로 가장 많고 독일 1,563개(21.7퍼센트), 프랑스 331개(4.6퍼센트) 등의 순이다. 반면 한국은 근대적인 기업 역사가 짧아 100년 기업이 두산(1896년 설립)·동화약품(1897년 설립) 등 7개에 불과하다. 2012년을 기준으로 6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법인기업은 184개뿐이다. 더 많은 장수기업 육성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장기간 건실한 가업 운영으로 사회에 공헌한 기업

중기청은 이를 위해 우선 ‘명문 장수기업’의 개념과 기준부터 정립하고, 확인 절차와 사후관리 등에 대한 원칙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에 따르면 명문 장수기업이란 ‘장기간 건실한 가업(家業) 운영으로 사회에 공헌하면서 세대를 이어 지속적인 존속 및 성장이 기대되는 중소·중견기업’이다.

3명문인지 아닌지는 ▶경제적 기여 ▶지속 가능성 ▶사회적 책임 등 세 항목을 통해 정한다. 예를 들어 최근 5년간 매출액 증가율이 업종별 평균 이상인 기업의 경우 경제적 기여를 한 것으로 인정된다. 같은 기간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이 업종별 평균 이상이면 지속 가능성을 갖춘 기업으로 볼 수 있다.

사회적 책임 항목에서는 ISO26000의 7대 항목에 대한 실천수준으로 진단한다. 30년 이상 가업을 이었을 때만 장수기업으로 판단한다.

중기청은 이같은 핵심 지표를 토대로 올 하반기 안에 전문가포럼과 공청회 등을 통해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세부 기준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명문 장수기업 신청을 희망하는 기업은 중소기업중앙회 가업승계지원센터나 중견기업연합회 명문장수기업센터를 통해 접수할 수 있다. 중기청 ‘명문 장수기업 선정심의위원회’(가칭)에서 요건 확인과 질적 검증이 끝난 기업들을 대상으로 심의한 다음 최종 확정하게 된다.

‘중소·중견기업 성장사다리 구축’ 위해 부처 간 협업 추진

이밖에 지자체 주도의 지역별 가업승계지원센터 설립 근거를 마련함으로써 지역 기반의 장수기업 지원 인프라를 확충할 예정이다. 또 통계청 등 관련부처와 협업해 장수기업 관련 통계와 현황을 분석함으로써 정책 기반을 다질 계획이다. 명문 장수기업으로 선정된 기업은 수출 등을 추진할 때 우대가점을 부여받거나 세제우대를 적용받는 등의 혜택을 얻게 된다.

중기청 중견기업정책과 이순배 서기관은 “중소·중견기업 성장의 롤 모델을 제시하고 사회지도층의 책임을 다하는 모범기업을 발굴함으로써 존경받는 기업문화가 널리 퍼지도록 할 것”이라며 “무한한 가능성을 갖춘 중소·중견기업들이 한국형 히든 챔피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제도적 여건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글·이창균 기자 2014.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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