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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부양과 재정건전성, 균형을 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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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3년 정부예산이 정해졌다. 치열한 협상 끝에 나온 결과물이다. 이번 예산은 복지에 큰 힘이 실렸다. 성장의 과실을 취약 계층과 함께 나누기 위한 변화가 담긴 예산이다. 긍정적 변화다. 예산을 연구하는 시각으로 봐도 2013년 예산은 균형이 잘 잡혔다.

정부가 예산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고민이 있다.

경기부양과 재정건전성이다. 자금을 더 많이 풀 것인지, 꽁꽁 묶어둘 것인지 하는 선택의 문제다. 이 상충하는 두 개념을 논하지 않고는 예산을 말할 수 없다. 좋은 예산이란 이 둘 사이의 균형조절에 성공한 것이다.

이번 예산의 대표적 경기부양책으로는 금융주택기금이 있다. 이는 주택담보대출이나 전세자금 지원, 여기에 건설자금까지 담당하는 대형 자금이다. 지난해에 비해 규모도 늘었고 운영방식도 다양해졌다. 정부가 경기부양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방증이다.

주택담보대출에서 주목할 점은 2차보전방식이 늘어난 점이다. 시중은행 같은 금융기관에서 일반시민이나 기업에 대출할 때 정부가 정한 금리로 돈을 빌려주는 것을 말한다. 이후 일반 금리를 적용했을 때와 차액을 정부에서 보전하는 방식이다. 경기를 부양하면서도 경기과열을 막을 수 있는 안전핀이 있는 정책이다.

재정건정성을 위한 노력도 눈여겨봐야 한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국가재정의 큰 틀을 잡는 국가재정운영기획회의에서 국가채무비율을 30% 이내로 내려야 한다는 목표를 정했다. 이는 장기적 안목으로 봐야 한다. 당장은 경기부양에 나섰다. 하지만 앞으로 5년간 정부는 불필요한 투자와 지출을 줄여 재무건정성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분명히 한 것이다.

정부는 현재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비율이 전 세계적으로 가장 양호한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지금 한국의 국가채무비율은 34퍼센트로 미국(102.1)·영국(81.8)·독일(80.6)에 비해 훨씬 양호한 수준이다.

하지만 통계자료에는 항상 숨어 있는 숫자들이 있다. 지금 우리 정부의 국가채무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공기업 부채다. LH공사·수자원공사·한국전력·코레일 등 대형 공기업들이 하나같이 적자에 허덕인다. 공공기관의 부채도 이자를 상환하는 수익이 있어야 해결 가능하다. 그런데 우리 공기업들은 아직 수익구조가 개선될 기미를 찾기 어렵다.

단순히 공기업이 돈을 많이 벌게 하기 어려운 상황이 문제다. 공기업의 수익구조를 바꾸면 물가·서민생활·산업·수출 등 경제 전반에 영향이 온다.

그래서 정부가 국가채무 수준을 30퍼센트로 잡은 사실을 긍정적으로 본다. 앞으로 이를 어떻게 풀어 나갈지는 다음 정권의 일이다. 예산은 해마다 늘어난다. 씀씀이를 줄이는 일은 쉽지 않다. 정부에 각고의 고민과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마지막으로 복지예산에 대해 꼭 할 말이 있다. 이번 복지예산 안에는 더 나은 세상을 원하는 국민의 염원이 담겨 있다. 하지만 국민이 원하는 것이 모두 선하지는 않다. 복지 지출 확대가 궁극적인 국민 행복에 도움이 될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예산은 한번 늘리면 다시 줄이기 어렵다.

또 하나 복지예산을 위한 재원 마련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일부에서는 부자증세를 말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부자증세로 거둘 수 있는 세금의 총액은 그리 크지 않다. 세수입을 늘리기 위해서는 세금을 거의 내지 않는 80%의 근로소득자를 대상으로 한 증세가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중산층에게 세금을 더 내라고 말할 수 있는 정치인이 있을까?

글·고영선 (KDI 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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