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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잃은 민이, 꿈·사랑 되찾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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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4학년 손민(여, 대구시 동구)양은 커서 선생님이 되고 싶다. 때로는 만화가나 한의사도 되고 싶다. 많은 꿈을 품을 어린 나이지만 몇 년 전만 해도 민이에게는 이런 꿈조차 남의 이야기에 불과했다. 꿈을 이루겠다는 자신감도 희망도 없는 밑바닥 삶이었다. 두 돌도 되기 전에 엄마가 암으로 세상을 떠난 뒤 민이는 세상과 가까워지기 힘들어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내성적이고 의기소침하던 민이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또래 아이들을 이끌 정도로 자신감이 넘친다. 민이의 변한 모습에 아빠 손진수(49) 씨도 놀란다. 민이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손씨는 결혼 5년 만에 딸아이를 얻었다. 당시 나이 마흔이던 손씨와 그의 아내는 세상의 전부를 가진 듯 기뻐했다. 기쁨도 잠시, 아내는 대장암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았으나 한 달 보름 만에 어린 민이를 두고 하늘나라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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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기나 재우기 등 어느 하나 쉬운 게 없었어요. 둘이 여행하다 갓길에 차를 세우고 아이 용변을 해결해줄 때는 아이엄마가 없는 것이 그렇게 야속하고 아쉬울 수 없었어요.”

그래도 손씨는 이웃집 할머니의 도움으로 그럭저럭 민이를 키울 수 있었다.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민이가 네 살 되던 어느 날 위암을 선고받았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었다. 손씨는 세상에 둘도 없이 불쌍한 처지가 된 민이를 끌어안고 하늘을 원망하며 하염없이 울었다. ‘이렇게 살아봐야 무슨 소용 있을까’ 싶어 수술마저 포기했다.

민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뜻하지 않은 손님이 집으로 찾아왔다. 이름도 생소한 ‘드림스타트’ 선생님이라고 했다. 선생님은 민이에게 줄 영양제를 들고 왔다.

선생님은 민이의 학습지 구독과 사설학원 지원 혜택, 독감 예방주사 일정 등을 알려 주었다. 그리고 드림스타트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것을 권했다.

“솔직히 처음에는 달갑지 않았어요. 결손가정이나 저소득층 아이들이 모이는 곳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민이를 드림스타트센터에 보내고 싶지 않았거든요. 무엇보다 사생활이 알려지는 것도 싫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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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씨는 그래도 민이를 생각해 센터에 보내지 않고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만 참여했다. 그러던 어느 날 손씨는 ‘하늘 아래 모든 아이가 행복한 세상을 꿈꾼다’는 드림스타트의 슬로건을 보고 “미끄러져 넘어진 이 얼음판에서 다시 일어서자”는 결심과 함께 민이를 드림스타트센터로 보냈다. 그러는 한편으로 위의 3분의 2를 절제하는 큰 수술도 받았다.

드림스타트를 만난 민이는 하루가 다르게 변해갔다. 평소 눈물이 많고 자기표현도 잘 못하던 소심한 아이가 드림스타트센터에서 배운 수영에서 두각을 나타내더니 오카리나 악기를 연주하는 방법도 배우고, 어린이봉사단 활동까지 시작했다. 참으로 뜻밖이었다.

“엄마의 세심한 손길이 필요할 때 무뚝뚝한 저는 모질게 야단만 쳤습니다. 이제 드림스타트를 통해 민이가 사랑과 감사, 감동과 자존감을 되찾았습니다. 서먹하던 저와 관계도 많이 좋아졌고요.”

7이렇게 드림스타트 선생님들의 도움과 사회성 발달 프로그램 등을 통해 적극적이고 활달한 성격으로 변한 민이는 학급 인기투표에서 2등에 뽑히는 등 친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아이가 됐다. 지난해 2학기 때는 당당히 학급회장선거에 나가 뽑히기도 했다.

손씨도 달라졌다. 처음에는 드림스타트센터 자체를 꺼렸다. 그러나 요즘 들어 손씨는 엄마들밖에 없는 학부모 참여 프로그램에도 ‘청일점’이라고 굳게 마음먹고 빠짐없이 참여한다. 지난해 6월 1박2일 일정으로 진행된 ‘부자녀캠프’는 손씨와 민이가 마음을 터놓고 진솔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아주 소중한 시간이었다. 둘은 서로 원하는 것을 들어주기로 약속하는 ‘행복헌법’도 만들었다. 대학생 언니와 함께하는 멘토-멘티 프로그램도 민이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여름 드림스타트센터에서 진행한 ‘자신만만 진로 적성분석’에서는 민이가 ‘슈바이처형-한의사’로 나왔다며 손씨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대구시 동구 드림스타트센터 최영태 팀장은 “내성적이고 소심했던 민이가 드림스타트센터에서 제공하는 체계적 관리와 서비스를 통해 점차 적극적이고 자존감 강한 아이로 바뀌고 있다”며 “센터에서도 지속적으로 사례를 발굴하지만, 주민들이 어려운 처지의 이웃을 알려주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과 사진 공감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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