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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경보 사이렌이 울렸다. 전기가 끊어졌다. 컴퓨터는 물론 난방기도 작동하지 않는다. 충전지를 사용하는 휴대전화만 요란하게 울렸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묻는 전화가 쇄도했다.

신호등이 꺼져 도로에 선 자동차들은 우왕좌왕이다. 모든 조명이 꺼져 건물 안은 암흑으로 변했다. 가정의 온열기도 기능을 잃어 시민들은 밀려드는 한기에 온몸을 떨었다. 단 20분간 벌어진 정전에 대한민국이 정지했다. 겨울 정전은 순식간에 대한민국을 원시시대로 돌려놓았다. 사람들은 멍하게 시간이 지나길 기다릴 뿐이었다. 시간이 이처럼 길게 느껴진 적은 없었다.’

가상 상황이지만 있을 수 없는 일은 아니다. 실제로 이런 일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유례 없는 한파 탓에 올 겨울에는 전력 수급불안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어느 순간 어느 한 지역에서 대규모 정전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은 충분하다. 정부는 이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1월 10일 오전 10시부터 20분간 일부 지역에 정전을 실시했다. ‘2013년 겨울철 정전 대비 위기대응’ 훈련이었다. 이번 훈련은 전력 사용이 급증해 예비전력이 200만킬로와트미만으로 떨어졌을 때를 가정했다. 정부에서는 이 수준을 ‘경계·심각단계’라고 표현한다.

이번 훈련의 핵심은 꼭 필요한 곳만 남겨놓고 불필요한 전력 사용은 모두 중지해 보자는 것이다. 향후 실제 정전상황에 빠졌을 때 무엇이 필요한 전력이고 아닌지를 미리 가려보자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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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수급현황을 살펴보면 대규모 정전상황이 결코 남의 일만은 아니다. 지난해 12월 7일 이르게 찾아온 한파가 몰아치자 전국의 전력 사용량이 급증했다. 이날 오전 예비전력이 400만킬로와트 미만으로 떨어져 전력조치 1단계인 ‘관심’ 경보가 내려졌다.

한국전력은 배전시설의 전압을 조정하고 전력 수요관리업체에 요청해 공장의 절전을 요구했다. 다행히 급한 불은 껐지만 겨울철에도 대규모 정전사태(블랙아웃)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문제의 해결책은 두 가지다. 전기를 더 많이 생산하거나 덜 쓰면 된다. 한국전력거래소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전력 공급량은 매년 확대돼 2011년 7,718만킬로와트에 달했다. 그러나 전력 수요도 크게 늘어 같은해 최대 전력수요는 7,313만킬로와트까지 올라갔다. 이 때문에 예비전력량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2003년 810만킬로와트였던 예비전력량은 2011년 404만킬로와트로 8년만에 반 토막이 났다. 그만큼 전력 공급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말이다.

전력을 더 많이 생산하려면 훨씬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 우라늄·석탄·석유·천연가스 등 비싸고 귀한 자원을 전력생산에 투입하는 것이다. 더 효과적 방법은 역시 낭비를 줄이는

것이다. 반드시 필요한 전기만 쓰고 절약하면 불필요한 자원 낭비를 줄일 수 있는 데다 원자력발전소 건설 등과 같은 사회적 비용도 크게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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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하지만 절전은 마음먹은 만큼 쉽지 않다. 이제까지 우리 국민은 전력이 부족했던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부족함을 알아야 귀함을 알듯, 전기의 가치를 높게 생각해보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불가피하게도 가장 효율적으로 전기의 가치를 높이는 방법은 가격인상이다. 지식경제부는 한국전력공사가 1월 8일 제출한 전기공급약관 변경안을 인가했다. 1월 14일부터 전기요금을 평균 4.0퍼센트 인상한다는 내용이다.

지식경제부는 이번 전기요금 조정이 “어려운 동계 전력수급을 감안해 국민이 절전에 동참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으로 최소한의 인상폭”이라고 밝혔다. 단순히 전기요금을 더 많이 내 가계에 부담을 주려는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전기요금 인상폭은 용도에 따라 각기 달리 적용된다. 일반 서민들에게 직접 적용되는 주택용 전기는 평균 이하인 2.0퍼센트 인상에 그친다. 산업용과 일반용 등 고압 요금은 각각 4.4퍼센트, 6.3퍼센트로 인상률이 평균 이상이다. 그러나 중소기업과 중소상인을 보호하기 위해 이들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산업용·일반용 저압 요금은 각각 3.5퍼센트와 2.7퍼센트로 평균 이하로 인상했다.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고통을 대기업 등이 더 지고 그만큼 중소기업이나 시민들의 부담은 경감시키겠다는 정부의 의지 표현이다.

글·박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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