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기회의 땅’ 극동러시아… 新북방시대 열자

1

 

지난 11월 16일 아시아나가 우리 국적기 중에서는 대한항공에 이어 두번째로 블라디보스토크에 취항했다. 이는 올해 초 러시아 정부의 블라디보스토크 국제공항 개방정책의 결과이기도 하다.

러시아 내 4백개 공항 중 유일한 개방형 공항이 블라디보스토크 국제공항이다.

블라디보스토크를 중심으로 한 극동러시아에는 대내외 환경변화가 다양하고 급속하게 일어나고 있다. 러시아가 극동 개발과 아시아·태평양으로의 진출을 국가적인 역점과제로 내세우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다만 지금은 정치적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고 그동안 추진해온 대규모 에너지 사업들이 결실을 거두고 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올해만 보자. 우선 9월에 블라디보스토크 APEC 정상회담이 개최됐다. 블라디보스토크는 개벽했다고 할 정도로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5월에는 2기 푸틴 정권 출범에 발맞추어 극동개발부를 연방부처로 신설했다. 러시아 최고 석학들의 모임인 발다이 포럼은 지난 8월 러시아연방 3개 수도론을 제시했다.


 

6

2

즉 모스크바는 정치와 외교,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문화와 교육, 그리고 블라디보스토크는 경제수도로 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3개 수도론은 그 실현 가능성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그만큼 극동러시아의 중요성을 반영하는 증표라고 할 수 있다.

대외적으로 극동러시아는 중국·북한과의 협력도 점차 가시화하고 있다. 유대인 자치주, 아무르주와 중국 동북 3성 간에 철교를 연결 중이며, 하바롭스크시 인근에 있는 아무르강 내 ‘발쇼이 우수리스크’라는 큰 섬을 경제특구로 공동개발하고 있다. 북·러 국경도시 핫산과 북한 나진과의 철도 연결도 연내 완공될 예정이다. 중국의 나진·선봉 진출과 함께 러시아의 두만강 유역 진출은 한반도가 변화의 중심에 서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역동적 변화의 시점에 우리는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까? 먼저 극동러시아가 우리에게 왜 중요한가?

첫째, 극동러시아는 신 대륙시대를 여는 지역이다. 극동러시아와 남북한을 중심으로 한 소위 3각 협력은 한반도 안정과 평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평화통일 이후 대륙시대를 대비하는 최적의 지역이기도 하다.

 

3

둘째, 극동러시아는 일일생활권과 단일경제권 지역이다. 한국과 극동러시아 간 경제통합도 더욱 가시화될 것이다. 한반도종단철도와 시베리아횡단철도를 연결하는 시대도 올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미래 신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지역이다. 극동러시아는 식량, 에너지, 수자원과 임산자원, 해양자원이 풍부한 지역이다.

북극 항로, 북극해 자원개발도 극동의 중요성을 더해주고 있다. 러시아가 보유한 우주항공, 기초과학기술도 큰 장점이다.

이제 우리의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비전과 전략과 협력모델은 무엇일까?

첫째, 한·극동러시아 간 협력틀(플랫폼)의 구축이 가장 시급하다. 한국과 극동러시아 간 공동 비전과 전략을 토대로 구체적인 협력방안과 추진계획이 담긴 마스터플랜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마스터플랜을 이행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있어야 한다. 현재 거론되는 남·북·러 가스관 사업도 최우선적으로 다루어야 할 듯싶다.

둘째, 상호 이해와 신뢰 제고 장치를 구축해야 한다. 아직도 일부 한국 기업들은 극동을 다소 왜곡되게 인식하고 있다. 소위 ‘4무’가 있다고 본다. 극동 진출을 지나치게 무서워한다. 극동진출 중요성을 무시한다. 무관심하기도 하다. 극동의 정확한 실상에 대해 무지하다. 러시아는 한국이 교역규모에 비해 투자가 저조하다고 한다. 투자환경이 잘되어 있는데 왜 한국은 투자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한국은 지나치게 장고를 한다고도 한다. 한국에 대한 러시아의 섭섭한 마음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셋째, 극동러시아를 포함한 대(對)러 외교를 강화할 수 있는 인적, 물적, 문화적, 법·제도적 인프라가 수반되어야 한다. 대(對)러시아 외교 중요성에 걸맞은 전문가 양성과 인력배치가 있어야 한다.

러시아 내 친한 인맥을 구축하는 사업도 동시에 전개해야 한다. 한국학도 더 체계적으로 육성할 수 있어야 한다. 이에 상응한 예산 지원도 수반돼야 한다.

극동러시아를 경제, 문화, 안보를 통합한 수평적 시각에서 전략적으로 보아야 한다. 한·극동러시아 양자 차원과 함께 동북아시아와의 관계라는 대외적 스펙트럼도 넓혀서 보아야 한다. 동시에 현재 뿐만 아니라 과거, 미래를 통합한 수직적 시각에서 보아야 한다.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더 나아가 통일이 되어 본격적인 대륙시대가 열릴 수 있는 미래도 동시에 보아야 한다.

분야와 분야를 넘나들고 시대와 시대를 넘나들고 지역과 지역을 넘나드는 유연하고 전략적인 시각으로 극동러시아를 보아야 한다.

 

4

최근 극동을 중심으로 한 동북아 지역에는 소위 거대한 체스게임이 본격화된 양상이다. 우리는 1980년대 후반 북방외교를 전개하여 외교 지평을 크게 넓힌 바 있다. 이제 새로이 신북방외교를 전개하여 거대한 체스게임에 능동적으로 적응하는 한편, 이를 통하여 또 한번 외교의 지평을 넓혀야 할 때다.

우리가 원하는 북방시대-대륙시대라는 미래를 우리 스스로 그려야 한다. 그리고 비전을 이룰 수 있는 주도적이고 전략적인 외교가 필요하다. 우리 민족의 역동적인 발전에 비추어 이제 우리도 자신감을 갖고 이러한 큰 꿈의 시대에 도전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극동러시아는 新북방시대를 여는 중심이다. 더는 늦출 수 없는 시급한 과제다.

글·이양구 (주 블라디보스토크 총영사)



지금 정책주간지 'K-공감' 뉴스레터를 구독하시고,
이메일로 다양한 소식을 받아보세요.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