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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찬 실장은 김영삼정부 출범기였던 1993년 한 가지 큰일을 했다. 당시 재무부(기획재정부) 증권국에서 근무했던 백 실장은 ‘비밀프로젝트팀’으로 선발돼 장기 해외출장을 가게 된다. 하지만 해외출장은 구실일 뿐, 실제로는 공항에 가는 척하다 돌아와 과천의 한 아파트에 진을 친다.

가족에게도 비밀로 한 채, 수개월간 밤낮없이 비밀리에 추진한 결과는 그해 8월 12일 전격적으로 발표된다. 한국 자본주의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고 평가받고 있는 금융실명제다. 과천 청사에서 만난 백 실장은 “노태우정부 때도 금융실명제를 하려고 했지만, 대기업들이 ‘망한다’면서 반대해 하지 못했었다”면서 “1993년 실명제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명단을 타임캡슐에 넣어, 1994년 서울시청 앞에 묻었다”고 말했다.

일자리big실명제뿐 아니라 다른 중요한 작업들도 한 것으로 압니다.
“2005년 도입된 현금영수증제도도 주관했고, 2012년 범위가 확대된 근로장려세제(EITC: 일정요건을 갖춘 저소득 근로자가구에 근로장려금을 지급하는 제도)도 주관했습니다. 원래 선거가 있는 해에는 세법 개정과 같은 커다란 변화를 지양하는 것이 일종의 관례였습니다.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사안은 국회 논의과정에서 조정이 어렵기 때문에, 세제 같은 것은 선거가 없는 평온한 시기에 개편해온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총선과 대선이라는 굵직한 선거가 두 번이나 겹친 선거의 해입니다. 올해는 여야가 유달리 세금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어 정부 입장에서는 확실하게 정리하고 체계적으로 보완해 제대로 알려줄 필요가 있었습니다. 2012년 자료를 보면 2011년 것보다 훨씬 두꺼워요. 이번엔 이전의 미비했던 부분을 다 보충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이번 세제개편의 특징은 무엇입니까.
“일자리 창출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을 우선 꼽고 싶습니다. 현재 유럽발 위기 때문에 내수가 심각하게 위축돼 있고, 이로 인한 서민들의 피해가 확산되는 상황이어서 서민을 위한 지원책에 신경을 썼습니다.

유럽이나 일본 등 국가가 무너지는 이유는 재정이 취약하기 때문입니다. 재정이 건전하다는 것은 다른 말로 하면 빚이 적다는 이야기로, 재정을 튼튼히 하기 위해서는 과세기반을 확충할 필요가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주십시오.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기 위해 이번 세법개편안은 해외진출한 기업이 국내로 복귀할 경우 소득-법인세를 감면해주고 세제지원 적용기간을 연장키로 했습니다. 개정안은 또 고용효과가 큰 서비스업에 대해 세제지원을 확대해주고 사회적 기업이나 장애인 표준사업장에 대한 세제지원을 확대해주는 등의 내용도 담고 있습니다.

내수 활성화를 위해 기존 다주택자에게 부과하던 양도세 중과세를 정상화하고, 단기양도 중과세(현재는 집을 샀다가 2년 안에 팔면 중과세) 기간도 2년에서 1년으로 완화했습니다. 임대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부동산 리츠회사의 임대소득 공제율을 50퍼센트에서 1백퍼센트로 인상하고, 적용기간은 3년간 연장하는 내용도 담고 있습니다.

비과세 재형저축을 신설하고, 장기펀드 소득공제를 신설하며, 배우자 없이 자녀를 부양하는 한부모 가족에 대한 소득공제를 신설하는 등 다양한 조치를 마련했습니다. 지금은 여성이 직장생활을 하면서 자녀를 양육하는 경우 우대해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남성 혼자 아이를 키울 경우는 지원하지 않고 있다), 앞으로는 아빠 혼자서 미성년 자녀를 키우는 경우에도 지원을 해주도록 했습니다.”

일big2연금 퇴직소득세 제도를 개편했다고 들었습니다.
“100세 시대를 맞이해 연금 퇴직소득세 제도를 개편했습니다. 지금은 연금을 받으려면 10년 이상 불입하고 10년 이상 받도록 돼 있는데, 앞으로는 불입기간을 5~10년 이상으로 자유롭게 했습니다. 퇴직금을 (일시불이 아니라) 연금 형식으로 받도록 유도하기 위해 퇴직금에 대한 소득세 부담을 연금소득(3퍼센트)보다 높게 조정(3~7퍼센트)했죠.

하지만 퇴직금이 5천만원 이하인 서민의 경우에는 피해를 보지않도록 현행 세율을 그대로 유지하되, 5천만원 이상인 경우엔 연금식으로 받는 게 유리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서민생활 지원책으로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서민생활 지원도 이번 개편안의 중요 포인트입니다. 월세 소득공제를 40퍼센트에서 50퍼센트로 확대하고, 대중교통비를 신용카드로 결제할 경우 세제 공제범위를 늘려주기로 했습니다. 저소득 가구의 소득 지원과 근로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세금을 환급하는 방식으로 근로장려금을 지급하는 근로장려세제(EITC) 범위를 확대키로 했습니다.

2009년부터 실행해오고 있는 이 제도는 그동안 대상 가구가 52만가구에서 87만가구로 늘었습니다. 혼자 사는 노인들을 위해 60세가 넘은 사람이 1천3백만원 미만의 연소득을 올리는 경우에는 가족이 없더라도 최대 연 70만원까지 근로장려금을 지급하도록 했습니다. 단 6천만원 이상의 주택을 소유하고 있으면 혜택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또 노령층의 역모기지(금융사가 주택을 담보로 잡고 매달 연금형식으로 노후 생활자금을 지급하는 대출 방식) 활성화를 위해 기존의 주택공사뿐 아니라 일반 은행들도 관련 상품을 취급할 수 있게 했고, 이자비용에 대해서도 소득공제를 적용할 수 있게 했습니다.”

사무실 실내가 매우 덥습니다.
“세법개정안을 준비하느라 기획재정부 세제실은 무척이나 더운 여름을 보내고 있습니다. 과천 청사는 당면 과제인 ‘전력난’에 호응하기 위해, 비상이 걸린 날 오후에는 에어컨을 가동하지 않고 있습니다. 찜통 같은 사무실에서 세제실 직원들이 비 오듯 땀을 흘리며 일하고 있습니다. 이 무더운 8월에 휴가도 못 간 직원들에게 미안합니다.”

글·이범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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