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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되면 ‘녹조현상으로 수돗물의 수질이 염려된다’라는 기사가 빈번히 나온다. 지난 6월 기록적인 가뭄에 이어 최근 폭염이 지속되면서 올해에는 예년보다 남조류 발생이 장기화될 조짐이다.
일각에서는 올해의 조류발생이 4대강살리기 사업으로 보가 축조되어 물흐름이 느려진 탓이라고도 한다. 이런 주장은 4대강살리기 사업으로 3개의 보가 축조된 남한강이 아니라, 사업구간이 아닌 북한강에서 지난해 10~11월, 올해 6월 이후 남조류 발생이 시작됐다는 사실을 설명하지 못한다.
청정지역인 북한강의 남조류 발생 요인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는 논란거리이다. 그러나 최근 기상변동으로 볼 때 남조류는 어느 시기, 어느 지역에서나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녹조현상에 대한 바른 이해와 대처가 필요하다.


남조류는 지구에 최초로 출현한 생물 중의 하나로서 지구 생태계를 창출하고 부양해온 일등 공신이다. 그러나 다량으로 발생한 남조류는 물색을 청록색으로 변하게 하며 역한 냄새를 발생시키고 정수처리 비용을 증대시킨다. 남조류는 여름철에 많이 발생하는데, 조류가 많아지는 현상을 ‘부영양화’라 하고 수면으로 부상해 두터운 덩어리 등을 이루는 현상을 ‘녹조현상’이라고 한다.
부영양화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지역이 일본 나가노현의 수와(諏訪·Suwa) 호다. 수와호는 1960년대 이후 심각한 녹조현상이 발생해 물고기가 폐사한 사례도 여러 차례 보고됐다. 파리의 일종인 깔다구가 대량으로 발생해 인근 주민들을 귀찮게 하기도 했다.
그러나 1979년부터 시작된 수질개선 사업으로 1990년대 후반부터는 녹조현상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그런데 녹조현상이 줄어들면서 동시에 수와호의 주요 수산자원이던 빙어의 생산량이 감소했다. 빙어는 물속에서 자라는 깔다구를 주요 먹이로 취하는데 부영양화가 줄어들어 깔다구가 감소하면서 빙어 또한 사라진 것이다.
우리는 흔히 외국의 투명한 호수처럼 깨끗한 물을 좋아하지만, 명경지수(明鏡止水)가 호수의 생물에 반드시 좋은 것인지는 의심스럽다. 너무 깨끗한 물에서는 수초도, 곤충도, 조개도, 물고기도, 새도 없으며 물과 바닥만이 있을 뿐이다. 부영양화가 일어나면 무조건 나쁘다는 것은 인간의 잣대로만 본 것이다. 다만 어느 수준이 적당한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어느 정도 발생해야 우리는 녹조현상이 일어났다고 할 수 있을까? 우리는 흔히 물 색깔이 조금만 변해도 녹조가 발생했다고 한다.

그러나 녹조현상이란 용어와 부합하는 조류경보제의 법제 용어는 ‘조류대발생’이다. 법으로 조류대발생은 클로로필 농도가 1백㎍/L 이상이고 남조류 세포수(단위=세포/㎖)가 1밀리리터당 106세포 이상일 때로 정하고 있다. 최근 북한강에서 시작해 팔당호를 거쳐 한강 하류로 이어지는 남조류는 ‘아나베나’의 일종이고, 낙동강 하류의 남조류는 ‘마이크로시스티스’의 일종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이들의 밀도는 1밀리리터당 103~104세포의 밀도이므로 조류대발생 또는 녹조현상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언론에서 이처럼 민감하게 다루는 것은 물 색깔의 변화가 주는 시각적인 느낌과 그 물의 안전성과 쾌적성에 대한 우려 때문일 것이다. 조류로부터 발생하는 대표적인 냄새 물질인 ‘지오스민’은 수돗물의 쾌적성을 떨어뜨리지만 인체에 유해성이 없고 휘발성이 강해 물을 3분 정도 끓이면 쉽게 제거된다.
남조류의 독소는 자기 방어를 위한 진화적 산물로 세포 내 독소라서 정수 처리할 때 대부분 제거되기 때문이다. 일부 남조류가 독소를 생성하는데, 세계 도처에서 남조류가 발생하고 있지만 남조류의 독소 때문에 사람이 사망한 경우는 거의 없다. 지금까지 보고된 사망 사례는 1996년 브라질의 카루아루(Caruaru)에서 55명의 투석환자가 사망한 것이 유일하다. 이는 인근 부영양화된 저수지의 물을 여과하지 않고 염소소독만 하여 트럭으로 운반해 병원에 공급해서 발생한 것이다.
현재 팔당에서 발생하는 남조류로 인한 독성물질은 검출되지 않고 있다. 낙동강 발생 남조류는 유독성 조류로 알려져 있지만 현재 발생한 정도와 정수처리 과정을 고려할 때 독극물로 확대해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낙동강뿐 아니라 팔당호를 비롯한 우리나라 수역에서 유독성 남조류가 출현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낙동강 수역의 정수처리장은 이미 오래전부터 표준 처리공정에 더하여 오존처리, 활성탄처리 등의 고도 정수처리를 하고 있다.
남조류 문제를 침소봉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기후변화에 따라 기온이 올라가면서 남조류는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수돗물의 안전성을 지키기 위한 노력은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특히 그간에 수질이 상대적으로 양호하여 다른 3대강과 달리 고도 정수처리 시설이 없는 한강에도 신경써야 한다.
글·공동수 (경기대학교 생명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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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