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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랐죠. 그런 자리일 줄은. ‘시니어로서 현장에서 경험하고 느낀 내용을 솔직하게 말하면 된다’고 해서 편안하게 생각하고 갔는데 대통령까지 참석하신 토론회 자리였더라고요. 어려운 자리였는데도 하고 싶은 말은 다하고 온 것 같네요.”
경기도 안양시 호계도서관 앞 커피전문점 ‘커플데이’에서 바리스타로 근무하는 박희숙씨는 12월 23일 ‘보건복지부 토론회’ 자리에 시니어 대표로 참석했다.
노인 일자리 창출 사업의 모범적인 사례 주인공으로 뽑힌 박씨는 현장 목소리를 생생하게 반영하기 위해 토론회에 초대됐다. 박씨는 정년퇴직 후 구직활동을 하며 겪었던 어려움과 이후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 노인 일자리 창출 사업에 참여하면서 달라진 삶, 60대 노인으로서 일자리 사업에 대한 바람 등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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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서울시 기능직 공무원으로 18년 동안 근무하다 57세에 정년퇴직했어요. 충분히 일할 수 있었는데 정년퇴직을 하니 처음에는 서럽고 우울했지요. 일할 곳을 찾았지만, 어디에서도 일할 기회를 주지 않았어요.
방송국 박수 아르바이트 모집 광고를 보고 전화를 해도 나이가 너무 많다는 이유로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노인들도 박수칠 수 있다’면서 전화를 끊었죠. 음식점 아르바이트도 나이 때문에 구하기 어려운 건 마찬가지였어요. 언젠가 하루는 너무 속상해서 종일 눈물을 흘리고 돌아다닌 적도 있었죠.”
평소 에너지 넘치고 활발한 성격의 박씨는 보수와 관계없이 일할 기회조차 없어진 현실에 한때 우울증까지 느꼈다고 한다. 그런 박씨가 다시 새 삶을 찾은 건 노인 일자리 창출 사업을 알게 되면서부터다.
“안양소식지에 ‘공원지킴이 모집 공고’가 나왔기에 문의 전화를 했어요. 그때 상담원이 저에게 ‘어르신은 아직 젊으니까 시니어 바리스타에 한번 도전해 보라’고 권했지요. 이후 바리스타 자격증에 도전하게 됐습니다.”
한 달 만에 바리스타 2급 자격증을 딴 박씨는 이후 안양 남부새마을금고에서 노인 일자리 창출 사업의 하나로 만든 ‘커플데이’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일하게 됐다.
“젊은이들처럼 바리스타라는 전문 직업에 도전해 일할 수 있게 됐을 때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죠. 가족도 진심으로 축하해 줬어요.”
박씨는 일주일에 이틀, 하루에 6시간씩 바리스타로 일하고 있다.
휴무인 날은 노인복지관에서 탁구 등 여가활동을 즐기고 장애인복지관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활기찬 나날을 보내고 있다.
“보수보다는 사회의 일원으로서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것, 아직 내가 일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이 생활에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모른다”는 박씨는 “고용해 주는 곳만 있다면 파트타임이라도 능력을 펼쳐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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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씨를 토론회 자리에 적극적으로 추천한 사람은 보건복지부 노인지원과 변성미(28) 사무관이었다. 변 사무관은 “2010년 9월 안양 ‘커플데이’ 현장 방문 시 박희숙 어르신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나라 노년의 이상적인 생활이 아닐까란 생각에 추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변 사무관이 말하는 이상적인 노년의 생활이란 ‘적절한 노동과 여가활동, 봉사활동 등이 조화를 이루는 삶’을 의미한다. 변 사무관은 노인지원과에서 1년10개월간 일하면서 박씨를 만났던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공무원이 돼서 첫 발령을 받은 곳이 이곳 노인지원과예요. 발령받고 몇 개월간 중앙부처에서 일하다 보니 제가 하는 복지업무가 어떤 것인지 체감하기가 어려웠지요. 그즈음 현장 추천으로 안양 시니어 카페에 가게 됐는데 박 어르신을 만나 뵙고 제가 하는 일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에 보람을 느꼈습니다. 그곳에서 어르신들께 ‘고맙다’는 인사를 들으니 눈물이 다 나오더라고요. 노인 일자리 사업에 20만명의 어르신이 각각 다른 목적으로 참여하고 계시지만 그분들의 사례를 하나하나 떠올려보면서 노인지원 업무에 대한 사명감도 더 높아졌습니다.”
박씨를 만난 지 1년 반이 지났지만, 변 사무관에게 당시 박씨의 모습은 여전히 큰 힘이 되고 있다고 한다. 토론회에서도 변 사무관은 그동안 고민했던 내용을 거침없이 얘기했다. 실제로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는 변 사무관은 노인지원 업무에 대한 애정도 남다른 듯 보였다.
“보건복지부 노인 일자리 사업은 고용노동부 고용정책과는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즉 기존의 노동시장과 다르게 접근해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고용노동부의 노인 일자리 사업은 소득창출을 위한 ‘재취업’ 개념이지만 보건복지부의 노인 일자리 사업은 노인복지의 전반적인 문제로 접근합니다. 노인 일자리 사업이야말로 건강악화, 역할상실, 고독, 빈곤 등 우리나라 노인의 4고(苦)를 해결할 수 있는 최선의 복지정책입니다.”
아울러 변 사무관은 “보육교사 도우미, 다문화가정도우미, 노노(老老)케어, 노인학대예방사업, 영·유아 도우미 등 노인들의 손길을 요구하는 곳과 노인들이 할 수 있는 업무 영역은 다양하다”면서 “사회적으로 유용성이 강한 지역사회 공헌 일자리들이 확대돼 박희숙 어르신처럼 일로써 보람을 얻고 복지관의 여가프로그램을 즐기며 자원봉사로 새로운 가치를 찾는 노년층이 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글과 사진ㆍ박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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