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근로시간 줄이자 생산성은 되레 올랐다




“가장 열심히 일하지만 생산성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 나라.”

지난 1월 4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1년 국가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가장 오랜 시간 일하지만 노동생산성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노동자 1인당 연평균근로시간은 2천1백93시간으로 조사대상 33개국 중 1위를 차지했다. 이는 33개국 평균인 1천7백49시간보다 4백50여 시간이나 많다. 이에 비해 노동생산성은 크게 낮았다.

한국의 노동생산성(국내총생산을 총 근로시간으로 나눈 시간당 산출량)은 27.1달러로 34개국 중 27위로 저조했다. 이는 OECD 평균인 시간당 42.7달러에 비해 15달러 이상 낮은 수준이며, 1위 룩셈부르크(시간당 78.5달러)에 비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이렇게 노동생산성이 저조한 이유는 낮은 경제활동참가율과 고용률을 장시간의 노동시간으로 보완하는 구조 때문이다.




이제는 근로시간을 줄이면서 생산성은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산하에 노사발전재단을 설치해 ‘근로시간 줄이기 컨설팅’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노사발전재단의 근로시간 줄이기 컨설팅은 먼저 각 기업의 사내추진기관(디자인·TF팀)이 근로현황 전반에 대한 설문조사 및 분석작업을 실시한다. 이 결과에 근거해 목표가 설정되면 맞춤형 컨설팅을 진행한 후 가장 알맞은 근로시간 줄이기 시스템을 도입하게 된다. 노사발전재단 일터혁신2팀 김혜영 컨설턴트는 “업체상황에 맞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첫번째 할 일”이라며 “사업장마다 모두 다른 처지와 환경에 있기 때문에 근로형태와 초과근무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 등 현황분석을 하는 부분에 가장 신경 쓴다”고 말했다.

지난 3월 29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개최된 ‘장시간근로 개선사례 발표회’에서는 한스인테크와 리엔캄파니, 지오투정보기술 등 3개 기업의 우수사례가 소개됐다. 이들은 근로시간 다이어트를 통해 근로자의 건강을 보호하고 산재를 줄이며, 교육과 여가 및 직무능력 개발을 통해 생산성을 향상시켜 주목을 받았다. 또한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기존 인력의 이탈을 방지하고 일자리를 나눔으로써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에도 큰 효과를 보았다.




사례발표에 앞서 문형남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은 개회사를 통해 “재단에서는 교대제 개편이나 유연근무제 도입 등 다양한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도입하려는 사업장을 대상으로 컨설팅을 지원하고 있다”며 “오늘 소개되는 3개 사업장의 사례가 근로시간 단축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한 이채필 고용노동부장관은 축사에서 “장시간근로는 근로자의 건강을 해치고 산재 발생을 높이며 일과 가정의 양립을 저해하는 주요인”이라며 “장시간근로 개선을 통해 노동생산성과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수 있기에 앞으로도 근로시간 단축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글·손수원 기자


기저귀용 통기성 필름을 만드는 한스인테크는 공정 특성상 기계가 한번 멈출 때마다 손실이 엄청나 교대제로 24시간 동안 쉬지 않고 기계를 돌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한스인테크는 노사발전재단의 근로시간 줄이기 컨설팅을 통해 기존 2조2교대제를 3조2교대제로 바꿔서 주 66시간의 근로시간을 51.3시간으로 줄였다. 근로자들은 당초 근로시간이 줄어들면 소득이 약 20퍼센트 줄어들 것을 염려해 근로시간 단축에 반대했다. 하지만 회사 측이 기존 임금의 90퍼센트를 보장하기로 약속하면서 3조2교대를 수용했다.

근로시간이 줄어들면서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던 생산량과 가동일수는 오히려 18퍼센트씩 증가했다. 또한 쉬는 날 중 첫번째 날은 근로자의 직무능력 향상을 위한 학습시간으로 활용함으로써 1인당 연 1백82시간의 교육시간이 확보돼 생산성의 추가향상도 기대된다. 근무조가 한 개 늘면서 신규고용도 8명 늘었다.


전자제품 케이스를 만드는 리엔캄파니는 인원 충원이 어려워 기존 2조2교대제에서 3조로 바꿀 수 없는 상황이었다. 컨설팅을 통해 내린 결정은 1개 조에 1명의 여유인력을 더 투입(총 8명 충원)하는 ‘릴리프(Relief) 제도’였다. 대기업 협력사로서 마진율 등을 고려하면 3조 교대제로의 개편이 당장은 어려웠기 때문이다.

각 조에 한 명의 인력이 늘어나자 근무강도가 줄고 휴식시간이 보장되었으며 점심시간 가동률이 50퍼센트에서 1백퍼센트로 높아졌다. 주야 맞교대 시스템에서 오는 업무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도 대폭 해소됐다.

또한 외국인근로자에게는 예외로 했던 상여금을 이들에게도 지급하기로 해 직원 만족도와 함께 생산성이 높아지고 불량률은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났다.


지오투정보기술은 하루 중 특정 근무시간대를 정해 직무 몰입도를 높이는 ‘집중근무시간제’와 주말에 회사 문을 아예 닫는 ‘연장근로통제제도’를 도입했다. 지리정보시스템(GIS) 분야 지식기반 서비스업체인 이 회사는 두 제도를 적극적으로 실천해 정보기술(IT) 업종에서 습관적으로 해오던 연장(야근)근로를 개선했다.

오전과 오후 각 1시간씩을 정해 업무와 직접 관련이 없는 다른 행위를 할 수 없도록 했다. 주말은 휴무일로 정해 철저히 지켰다. 더불어 시간외근로(연장근무)를 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통제했다. 이런 노력으로 이 회사는 근무시간을 주 52시간 미만으로 낮췄고 신규인력도 5명 늘렸다.

시간이 지나며 효과가 바로 드러났다. 가장 큰 변화는 근로자들의 태도였다. 연장근무가 사라지자 근로자들은 주어진 근무시간 내에 맡은 업무를 처리하려 노력했다. 퇴근 후 여유시간을 취미생활과 자기계발 등에 투자함으로써 업무의 생산성도 높아지게 되었다. 



지금 정책주간지 'K-공감' 뉴스레터를 구독하시고,
이메일로 다양한 소식을 받아보세요.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