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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이 좋다고 해야겠죠. 이 호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됩니다.”

정구현 교수는 한·미FTA가 우리에겐 행운이라고 말했다. 유럽연합(EU), 미국과 FTA를 맺은 유일한 나라가 됐기 때문이다. 미국, EU 입장에서도 남다른 의미가 있다. 미국·EU 모두 세계 10위권의 대형 경제권과 FTA를 맺은 것은 우리나라가 처음이기 때문이다.

한·미FTA가 발효를 앞두고 있습니다. 어떤 의미를 둘 수 있을까요.
“한·미관계가 한 차원 높아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한·미동맹은 군사적·안보적인 의미가 강했습니다. 한·미FTA는 한·미동맹이 군사·안보 위주에서 경제로까지 격상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미FTA로 우리나라는 경제적 이익은 물론 주변국에 대한 교섭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FTA 허브국가론’을 강조하시는 것으로 들었습니다. 핵심 내용은 무엇입니까.
“중국, 일본을 제외하면 우리나라의 주요 통상국과 모두 FTA를 맺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를 제외한 지역 간에는 FTA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나라는 EU, 미국과 FTA를 체결했지만 미국과 EU 사이에는 FTA가 없는 식입니다.

이는 우리나라가 FTA를 매개로 한 무역의 중심국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일본이 유럽으로 수출을 할 경우를 생각해 봅시다. 일본과 유럽은 FTA가 없기 때문에 관세가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생산해 수출한다면 관세를 내지 않아도 됩니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생산기지로 삼을 유인이 생기는 겁니다.”

FTA 허브국가로서 발생하는 이익은 어느 정도입니까.
“FTA 허브국가의 효과는 미국과 유럽은 물론 중국과 일본 등 4개 주요 통상국과 모두 FTA를 체결해야 본격적으로 발휘될 것입니다. 아직은 불완전한 허브에 불과해 눈에 띄는 효과는 크지 않을 테지만 허브가 완성되면 적잖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FTA 허브국가로서의 지위는 영속적인가요.
“영속적이지는 않지만 한동안은 지속될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FTA 허브국가 지위는 미국, EU, 중국, 일본이 서로 FTA를 맺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이 나라들이 FTA를 체결하면 허브국가로서 지위는 사라질 것입니다. 하지만 단기간에 이들 국가가 FTA를 맺을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각자 무시할 수 없는 위험요인이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시장경제가 아니어서 리스크가 높고 일본은 비관세 장벽이 높아 관세철폐 효과가 적습니다.”

허브국가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방안은 무엇입니까.
“해외 투자를 유치할 수 있도록 비즈니스 환경을 개선해야 합니다. 생산과 연구·개발(R&D)을 위해 매력적인 환경이 조성돼야 합니다. 규제완화와 인프라 구축, 연구·개발 환경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기업의 생산비용을 줄일 필요가 있습니다. 규제는 현정부 들어 크게 완화됐지만 여전히 많습니다. 특히 의료, 관광, 사회 등 서비스산업의 규제가 문제입니다. 고용과 성장 등 우리 경제의 미래를 위해 서비스산업의 발전이 절실한 만큼 서비스산업의 규제를 풀어나가야 할 것입니다.”

FTA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여전합니다.
“자유무역이 부정적인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개방을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쇠퇴의 길이기 때문입니다. 1980년대 이후 우리나라가 경제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은 3차례에 걸친 개방 덕분이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미래의 생존을 위해 개방은 미룰 수 없습니다. 중국을 생각해 보십시오. 중국의 경제규모는 현재 우리의 5배 수준이고 2020년이면 10배 이상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중국과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우리 경제는 더욱 효율적이고 개방적이어야 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한·미FTA는 경제개방 역사의 큰 발걸음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심지어 일부에서 한·미FTA 폐기론도 제기하는데 국익에 전혀 도움이 안되는 주장입니다.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의 신인도가 추락하는 것은 불 보듯 분명하지 않습니까.”

피해가 예상되는 업종이 있습니다. 어떻게 대응해야겠습니까.
“피해업종과 대상에 따라 차별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생계형 자영업의 경우 경쟁력 향상에 무게를 두어야 합니다. FTA를 생산성과 효율성을 향상시키는 계기로 삼아야죠. 농업 역시 경쟁력 향상이 핵심 과제이지만 50대 이상의 연령층에 대해서는 복지 측면의 접근이 필요할 것입니다.

중소기업은 업종에 따라 피해를 입을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FTA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FTA로 인한 기회를 적극적으로 찾아야 할 것입니다. 가령 FTA로 수입이 증가한다면 그 자체가 새로운 사업의 기회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경제와 시장의 규모가 커지면 기회는 언제든 생기게 마련입니다. 이 기회를 포착해 비즈니스를 하는 것이 기업의 본질일 것입니다.”

피해업종에 대한 정부 지원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최적의 예산규모는 미리 알 수 없습니다. 예상보다 피해가 클 수도 있지만 적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가령 칠레와 FTA를 맺은 2004년 포도농가의 피해가 심각할 것으로 우려됐지만 결과는 다르지 않았습니까. 중요한 것은 예산액수보다 FTA 이후의 시장환경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를 모색하는 것입니다.”

청년실업은 현재 우리 경제의 최대 현안 중 하나입니다. FTA와 청년 일자리의 관계는 어떻게 예상하십니까.
“FTA는 청년실업을 완화하는 데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선진국의 청년실업은 교육수준이 낮은 계층에서 생긴 문제이지만 우리는 정반대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유무역은 미숙련 노동시장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지만 교육수준이 높은 계층에겐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 청년들의 교육수준은 매우 높습니다. 당연히 일자리에 대한 눈높이도 높지요. 하지만 이들을 만족시킬 일자리는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FTA가 확대되면 청년들이 해외에서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질 것입니다.”

정부는 FTA를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이에 대해 불편해하는 측도 있습니다. FTA 확대를 어떻게 봐야 하겠습니까.
“경제를 개방하면 국내총생산(GDP)과 후생수준이 상승하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기대효과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예상수치 자체는 큰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이보다 중요한 것은 전략적인 의미입니다. 가령 한·미FTA는 안보 위주였던 한·미관계를 경제적 동반자 관계로 높였습니다.

경제효과뿐만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위해 개방규모를 확대할 것인지 말 것인지, 경제의 구조조정은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안보적 측면을 어떻게 강화할지 등 전략적 의미를 함께 고려하며 FTA를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글·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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