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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화자동검사기 개발한 한국조폐공사



 

우리나라에서 주화가 처음 만들어진 것은 1966년이었다. 이후 한국조폐공사가 만든 주화의 완품과 불량품을 선별하는 일은 담당 여직원들의 몫이었다. 압인된 주화를 검사대 컨베이어 벨트에 흘려보내면 여직원들이 일일이 육안으로 불량 주화를 선별하는 식이었다.
 

그러다 보니 작업의 효율성이 떨어졌고 작업 피로도도 심했다. 무엇보다 인건비가 큰 비중을 차지해 제품원가 상승의 주 원인이 됐다. 이에 한국조폐공사는 주화자동검사기의 개발을 추진했고, 마침내 지난해 1월 개발에 성공했다.

 


 

주화자동검사기는 주화 양쪽 면의 표면상태 등 외형의 영상정보를 고속으로 인식해 압인된 주화의 적합 여부를 판정하고 정렬하는 장비다. 주화자동검사기는 컴퓨터 비전기술(영상처리)이 적용된 6대의 카메라, 6대의 조명, 6대의 컴퓨터, 기타 자재들로 하드웨어가 구성돼 있다. 그리고 표면검사, 컬러검사, 두께검사, 검사관리 등 4가지 다른 종류의 소프트웨어가 각각의 목적에 맞게 컴퓨터에 설치돼 있다.
 

개발을 주도한 한국조폐공사 화폐본부 주화생산관리부 박주익 차장에 따르면 주화자동검사기는 프랑스와 일본에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 가격이 만만치 않고, 그것을 수입해 우리에게 맞는 구조로 개선하려면 적잖은 추가 비용이 든다고 했다.
 

“외국의 주화자동검사기를 수입하는 대신 우리가 만들자는 의견이 나왔어요. 구매 비용도 절감하고 우리 공사의 주화 생산기술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것이었죠. 2005년부터 이런 구상을 구체화하기 시작해 2007년 중소기업 육성정책으로 정부가 추진한 구매조건부 신제품 개발 사업에 참여하면서 본격적으로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당시 개발에 참여한 한국조폐공사 직원은 박 차장을 포함해 9명이었다. 그리고 중소기업청 신기술 개발 공모를 통해 선발된 (주)디에이테크놀로지가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2007년 6월부터 한 대의 시험용 기계를 놓고 시험과 조정 작업을 되풀이했다. 박 차장은 “휴일도 없었고 밤낮도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화폐 제조 업무는 무엇보다 공신력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그만큼 철저하게 제품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부담이 컸습니다. 작업장 한쪽에 마련한 임시공간에 상주하면서 개발업체 기술자와 수도 없이 밤을 새웠습니다.”

 


 

주화 검사를 기계로 하는 데에는 기술적인 난관이 많았다. 특히 주화가 검사기계 내부로 투입될 때 동일한 방향, 동일한 위치로 투입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그리고 주화의 부적합 유형이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에 이를 감지할 수 있는 비전프로그램의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숱한 시행착오를 겪고 수많은 밤을 지새운 끝에 지난해 1월 우리나라에 적합한 주화자동검사기가 완성됐다. 특허도 취득했다. 그리고 지난 2월 한국조폐공사에 주화자동검사기 9대가 설치돼 본격적인 생산 작업에 들어갔다.
 

프랑스 제품의 경우 대당 단가가 4억3천6백4만5천원인데 한국조폐공사가 개발한 제품은 대당 단가가 2억3천9백47만원이었다. 우리 기술로 개발함으로써 외국산 주화자동검사기를 구매할 때보다 대당 1억9천6백57만원 정도를 절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총 규모(9대 기준)로 따지면 약 17억7천만원의 예산 절감 효과를 얻은 셈이다.
 

또한 국산화된 주화자동검사기를 도입함으로써 종전에 운용하던 수작업 검사인력 16명을 9명으로 감축할 수 있게 돼 연간 4억9천만원의 인건비 절약 효과도 거두었다. 게다가 시간당 검사량도 1백원화 기준으로 3만2천5백49개에서 4만7천5백32개로 46퍼센트 증가했다.
 

박 차장은 “예산을 절감하고 생산 효율성을 증대시킨 것도 커다란 효과지만 무엇보다 육안검사보다 더욱 정밀한 검사로 제품의 품질 신뢰성을 향상시켰다는 것에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국조폐공사는 주화자동검사기를 개발하면서 주화 생산공정 전반에 대해 재검토했다. 그 결과 원재료 투입에서부터 완성까지 제조생산라인이 끊어지지 않고 하나의 공정으로 이뤄지는 ‘주화 일관생산라인’ 방식을 세계 최초로 구축하게 됐다.
 

지난 2월부터 일관생산라인이 공식 가동되면서 동전의 원재료인 소전(素錢)의 투입부터 계수, 포장까지 11개 공정으로 나뉘어 있던 기존 작업장이 6개 공정으로 단축됐다. 이로써 공정 운영이 45퍼센트 감축되면서 작업 효율성이 향상됐으며 비용 절감 효과까지 얻었다.
 

지난해 5월에는 부산에서 열린 제25차 세계주화책임자회의(MOC)에 참석한 세계 48개국 조폐기관 대표자들이 일관생산라인을 견학하기 위해 한국조폐공사 경산화폐본부를 찾기도 했다.
 

한국조폐공사는 필리핀, 태국, 인도, 중국, 이스라엘 등 10여 개국에 주화를 수출하면서 주화제조 기술을 인정받고 있다. 박 차장은 “이제는 제품 수출을 넘어 기술 수출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백경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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